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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계가 24일 신당 '친박연대'의 총선 출정식을 가지는 등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의 자객'을 자임하는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한나라당 이명박계 후보들의 당선을 위협하거나 지지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돼 안정 과반수 확보를 노리는 여당의 최대 장애물로 부상할 전망이다.

 

친박연대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총선 출정식을 겸한 개편대회를 열었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공천을 비난하고 탈당파 후보들에게 "건투를 빈다"는 메시지를 전한 덕분인지 이들의 사기는 크게 올랐다.

 

특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 불출마에 대해서는 "지역구에 도전하겠다는 홍사덕 선대위원장의 기세에 눌린 결과"라는 식의 자의적인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기 오른 '친박'들 "지금 한나라당은 '개보수'당"

 

"박근혜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모가지 잘린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당선시키기 위해 당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말을 하겠냐?"(서청원 공동대표)

 

"지금의 한나라당은 진정한 보수정당이 아니고 집을 지을 때 '개보수'라는 것처럼 개보수 정당이다. 친박연대가 제1야당이 된 후 한나라당과 당대당 통합을 해서 (당권을 쥔) 보수도 아닌 자들을 반드시 출당시키거나 처단할 것이다. 어느 목사님이 '친박연대 이름 잘 지었다, 친박끼리 모여서 박근혜를 대통령 만드는 정당'이라고 하더라. (참석자들 웃음)" (이규택 공동대표)

 

"내가 몸 담았던 한나라당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낀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한 청중이 '이재오, 이방호'를 외치자) 이제 그들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대에 섰다. 이재오 의원은 스스로 이길 자신이 없어서 도망갈 궁리를 찾던 차에 '형님 공천'의 당사자를 끌어안고 나자빠졌다. 공천 칼날을 마구 휘둘렀던 이방호는 지금 어디에 있나?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근혜의 말을 뼛속깊이 새길 것이다." (엄호성 최고위원)

 

김철기 친박연대 사무총장(전 서울 중랑갑 당협위원장)은 "친박연대가 창당 4일 만에 30여명을 공천했고, 후보등록이 마감될 때까지 70명을 공천할 예정"이라며 친박연대의 1차 목표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당면 목표를 떠나 한나라당의 '잘못된' 공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친박연대가 후보들을 공천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말한 '어리석은 공천'을 벌주기 위해 친박연대가 '표적 공천'을 기획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천 탈락자들의 집단 출마는 이미 2000년 좌초된 민국당의 예가 있지만, 친박연대는 여전히 대중적 인기가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외곽부대'가 집단 출마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차이가 있다.

 

김철기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후보들이 이러저러한 경로로 '우리 지역에는 후보 안 보내냐'고 물어오는데 '좋은 분 있으면 나가기로 했다'는 정도로 답해드린다"며 "내가 요즘 '친박연대의 이방호'라는 농담을 듣고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세현 수석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오늘 모인 후보들이 모두 박근혜의 '자객'이 돼서 '잘못된 공천'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대변인은 "2005년 일본 고이즈미 전 총리가 우정국 민영화에 반대 표결한 의원들을 응징하기 위해 '자객 공천'을 했는데, 우리도 박 전 대표의 언급처럼 무원칙한 공천의 수혜자들과 배후 조종자들을 심판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 깃발, 그러나 출마 배경은 제각각

 

실제로 24일 현재 공천된 친박연대 후보들은 한나라당 공천에서 이명박계에 밀려난 뒤 해당 지역구에 '새로운 간판'으로 출마한 경우들이 많다.

 

한나라당 서울 중랑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김철기 사무총장은 이 지역에 전략 공천된 방송인 유정현씨와 맞붙게 됐고, 당초 은평갑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세현 수석부대변인은 안경률 의원과 싸우기 위해 부산 해운대 기장을 출마를 결심했다. 안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앙숙 지간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후보들은 '친박연대'의 깃발 아래 모였지만, 이들의 출마 배경은 제각각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이들은 "이명박계가 미는 후보에게 지역구를 빼앗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주·이천의 4선 의원 이규택 의원(한나라당 후보는 이범관 전 서울지검장, 이하 괄호 안은 한나라당 후보)을 비롯해 서울 은평갑의 강인섭 전 의원(안병용 부대변인), 고양일산갑의 김형진 후보(백성운 전 대통령인수위 행정실장), 경기 안산상록을의 홍장표 후보(이진동 전 <조선일보> 기자), 남양주을의 조현근 후보(김연수 서울대교수), 청주흥덕을의 김준환 후보(송태영 전 대통령당선인 부대변인)가 이같은 이유로 복수의 칼을 가는 '자객들'이다.

 

서울 구로갑(이범래 변호사)과 제주·북제주을(부상일 변호사)에 출마하는 친박연대 유영철·김창업 후보는 지난해 경선부터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 맞서 친박 활동을 편 인물들로, 이들에게는 이번 총선이 후보 경선의 연장선이 된 셈이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을 '이명박계의 음모'로 보고 본선에서 명예회복을 벼르는 후보들도 있다.

 

안양시 동안구청장을 지낸 박원용 후보와 안산시장을 지낸 송진섭 후보는 각각 한나라당의 안양 동안갑(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안산단원을(박순자 의원) 후보들을 괴롭힐 것으로 보이고, 경남 김해갑의 허점도·진주갑의 김재홍 후보는 한나라당 김정권·최진덕 후보에 도전장을 내걸었다. 특히 현역 의원(최구식)을 물리치고 공천을 받은 최진덕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최 의원을 포함해 양 후보의 협공을 받게 됐다.

 

경쟁자 없던 영남 이명박계에 장애물... '친박'끼리 대결도

 

지역구에서 뚜렷한 도전자가 없던 영남의 이명박계 후보들 중에서는 갑작스럽게 '친박연대' 후보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북갑에서 공천 경쟁자가 없었던 이명규 한나라당 후보에게 박영민 대구대 겸임교수가 친박연대 간판으로 도전장을 내걸었고, 달서병(유재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에서는 송영선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맞대결을 신청했다.

 

재선을 노리는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부산 연제)은 3선 구청장을 지낸 박대해 후보와의 어려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고, 이방호 사무총장과 호흡을 맞춘 정종복 의원(경주)에게는 4선 의원 출신의 김일윤 후보가 '자객'으로 나섰다.

 

공천 신청자들이 워낙 몰리다보니 '친박' 성향의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연대 후보가 맞붙는 지역구도 생겼다.

 

경북 안동의 허용범 한나라당 후보(전 <조선일보> 기자)는 박근혜 캠프의 공보특보를 지냈다가 이명박계의 권오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아내 지역에서 파란을 일으킨 인물. 그러나 친박연대가 예상을 깨고 장대진 후보를 공천해 박근혜계끼리의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함승희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도 허 후보를 박근혜 캠프 시절부터 잘 알기에 안동에는 후보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심사위원들이 '장 후보가 안동에서 거의 독립군처럼 경선을 뛴 인물이라 공천을 줘야한다'고 주장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18대총선#친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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