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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성전용 축제에서 '여성전용 콜택시'를 촉구하며 설치한 전시물.
지난해 여성전용 축제에서 '여성전용 콜택시'를 촉구하며 설치한 전시물. ⓒ 여성신문

[채혜원 기자, 장우성 인턴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이하 여행 프로젝트)' 일환으로 발표한 '여성전용 콜택시' 제도. 그러나 기자가 실제로 이용해본 결과 '여성전용 콜택시'는 없었다. '여성을 위한 콜택시'마저 없었다.

지난 18일 밤 11시, 여성택시기사가 등록되어 있는 콜택시 업체 4곳의 번호를 가지고 콜택시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건 4곳 중 3곳에서 "여성기사 수가 워낙 적어 어렵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비어 있는 차량을 조회해도 기사의 성별을 알 수 없어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모두 똑같이 덧붙였다.

그나마 한 업체는 "빨리 조회해보고 문자 연락을 주겠다"고 했고, 5분 후 콜택시 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지만 남성기사였다. 여성기사를 요청했다고 이야기하자 "다시 알아보고 전화해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2분이 지난 후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고객님 주변에 고객님이 요청하신 여성기사의 빈 차량이 없습니다. 다음에 이용하여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여성들이 여성을 위한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콜택시를 부를 때 여성택시기사를 요청하는 것뿐이다. 여성운전자를 요청할 수 있는 콜택시 업체는 총 4곳으로 SK나비콜(1599-8255), 동부엔콜(1688-2255), 동부친절콜(1588-3382), KT로지스S택시(1577-0115)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교통문화 개선정책의 일환으로 택시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출범시킨 '브랜드 콜택시'들이다.

하지만 여성기사를 요청해도 원하는 대로 이용하기는 힘들다. 서울시내 8만9000여명으로 집계된 택시기사 중 여성기사는 820명뿐이며, 그 중 브랜드 콜택시에 소속된 여성기사는 259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택시기사들 역시 여성기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여성 콜택시' 제도는 여성승객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택시기사
여성택시기사 ⓒ 여성신문

택시기사 12년차인 임순자(49·사진왼쪽)씨는 "회사택시는 일주일에 하루, 개인택시는 3일에 하루를 쉬기 때문에 하루에 서울시내를 움직이는 여성 브랜드 콜택시 기사는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승객들이 여성기사를 만나면 로또에 당첨됐다고 할 정도로 여성콜택시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노원모범운전자회 여성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김순아(59·택시 11년차)씨도 "가끔 시내를 돌다보면 한시간씩 여성기사를 기다리고 있는 여성승객들을 만나기도 한다"며 "승객들이 안전하고 차분해서 여성기사들을 좋아하지만 육체적·경제적 어려움으로 여성기사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여성단체들은 2006년부터 '여성전용 콜택시' 제도의 도입을 촉구해왔다.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전용 파티' 자리에서 매년 여성전용 콜택시 도입을 주장해온 문화미래 이프측은 "여성전용 콜택시가 제대로 운영될 때까지 회사별 여성운전자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혜정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브랜드 콜택시 이용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실제 이용률이 낮다 해도 홍보를 강화해야 할 때"라며 "여성전용 콜택시 외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택시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까지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운수물류과 택시정책팀 관계자는 "노동부가 고용보험법에 의해 실시하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최대한 활용해 여성기사를 300명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국에서는 이란, 멕시코, 독일 등에서 여성전용 택시를 운영 중이다. 영국의 핑크레이디택시는 지난 2005년 워링턴 지역에서 시작해 점차 다른 도시로 확산되고 있으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2006년부터 핑크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일반 택시 외에 공항 쪽에서도 여성전용 택시를 도입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도의 여성전용 택시는 택시 내부의 청결에 각별한 신경을 써 앞좌석 뒷면에는 거울, 메이크업 도구, 여성지 등이 마련되어 있다.

 여성전용 택시
여성전용 택시 ⓒ 여성신문

늦은 밤길, 택시를 이용하기가 두렵다면 '브랜드 콜택시'를 이용해보자. 여성기사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브랜드 콜택시는 여성승객이 콜택시를 타기 위해 전화를 건 시각,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은 시각, 택시가 도착한 시각뿐만 아니라 택시의 기본정보와 기사정보 등을 기록한다. 이 정보는 2년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된다.

또한 GPS(위성 위치추적시스템)를 이용해 고객과 가장 가까운 빈 택시를 자동 배차하여 고객의 대기시간도 줄여준다. 시민이 콜센터 회원으로 미리 가입해 '알리미' 기능을 선택해놓으면 탑승한 택시의 정보가 지정된 가족이나 친구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로 통보돼 여성들도 심야에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 콜택시는 총 4곳으로 SK나비콜(1599-8255), 동부엔콜(1688-2255), 동부친절콜(1588-3382), KT로지스 S택시(1577-0115) 등이다. 브랜드 콜택시, 그리고 여성기사 요청시 부가이용료는 일반 콜택시와 같이 1000원이다.

서울시는 여행 프로젝트 발표시 "여성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 콜택시를 올해 2만6000여대, 2010년까지는 4만여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여성전용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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