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18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오월항쟁 관련 세 단체가 새로운 공법단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로써 5·18정신계승사업과 관련 기존 5·18기념재단과 새롭게 탄생할 공법단체 간의 대표성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법단체'는 국가보조를 받는 단체를 뜻한다. 광복회, 4·19기념사업회 등이 공법단체를 꾸려 국가보훈처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5·18관련자들은 그동안 유족회·구속부상자회 등 항쟁참여 특성별로 자체 조직을 꾸려 활동해왔다. 이들이 통합해서 단일한 공법단체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5·18관련단체들의 통합과 단일 공법단체 등록은 5·18기념재단과의 선명성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동안 5·18기념재단은 공법단체는 아니지만 국가기념사업 명목으로 국가보훈처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왔다. 새로운 공법단체를 추진하는 이들은 5·18기념재단과는 별도로 오월정신계승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두 단체 간 '오월 대표성' 경쟁은 물론 5.18추모·계승사업에서도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월 판'은 팽팽한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을 만나 새로운 5·18공법단체 설립 추진 이유 등을 들어보았다. 새로운 5·18공법단체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양 회장은 5·18 당시 체포돼 2년3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고, 조선대 총학생회장과 5·18민중항쟁동지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돈잔치 문화행사'만 해서는 시민 호응 얻지 못한다"

 

- 5·18기념재단도 있는데 새로운 5·18 공법단체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는 않겠다. 미국 문제를 간과한 5·18이 있을 수 있나? 미국이 전방에 배치돼있던 20사단 전투병력의 광주이동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광주학살이 그렇게 자행될 수 있었나. 미국을 뺀 5·18의 진실은 없다.

 

광주 공군기지에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된다고 했을 때 하다못해 시민단체들까지 공군부대 철책선 위에 올라가서 반대투쟁을 했다. 그 때 5·18재단은 숨죽이고만 있었다. 그게 어떻게 5·18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나."

 

- 5·18기념재단의 오월정신계승사업이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과거 5·18기념행사에는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 오월정신계승사업의 방법은 다양한데 5·18기념재단은 많은 돈을 들여 '돈잔치 문화행사'만을 하고 있다. 많은 돈 들인 행사인데도 시민들의 호응은 없다. 현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월정신 계승은 자라나는 세대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현장체험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만들면 된다. 문화행사에 펑펑 쓸 돈의 일부만 써도 훌륭한 5·18체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그런 건 하지도 않으면서 '아시아 인권이네' '민주네' 하면서 가르치려만 든다. 아니 항쟁의 피가 선연한 땅에서 체험프로그램 하나 운영 못하면서 누구에게 무슨 민주를 가르친다는 말인가."

 

 

- 새로운 5·18공법단체는 어떤 오월정신계승사업을 하겠다는 것인가.

"우선 민중과 시민과 함께 하는 5·18기념사업을 할 것이다. 5·18기념재단은 그동안 사회운동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특히 통일운동에 대해선 거의 방관자 역할을 했다. 이게 어떻게 오월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단체인가. 우리는 비록 공법단체지만 시민운동과 통일운동과 함께 할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비정규직이 신음하고 있다. 정치적 절차적 민주화는 됐는지 모르지만 사회의 구조적 민주화는 실현되지 않았다. 시골에 가면 70대 노인들 뿐이다. 계급간 계층간 소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눈 감을 수 있나."

 

- 사회운동의 성격을 강화하겠다는 것인가.

"5·18이 태동했던 역사적 계기와 의미를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연대와 함께 5·18관련자들이 살아있을 때 생생한 증언록을 만들어낼 것이다. 광주MBC가 불탔는데 아직까지 불질렀다는 사람이 없다. 세무서를 불태웠는데 누가 했는지 모른다. 그 때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러 하고서도 안 했다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상무대 영창을 5·18체험장으로 운영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와서 영창에서 하룻밤 자면서 영상물도 보고, 철창도 타보고, 고문의 잔혹함도 느끼고…. 그렇게 체험장을 상설화해서 아이들이 몸과 가슴으로 느끼고 배우는 5·18을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새로운 5·18공법단체, 특정 정치세력 지지하는 일 없을 것"

 

- '가짜 5·18관련자' 등 그동안 오월의 명예를 관련자들 스스로 실추시켰다는 지적도 많다.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이권개입했다는 사람들 누구인가? 부상자·구속자 중엔 5·18때 구두닦이였던 사람이 지금도 구두 닦고 있다. 못 배운 5·18 관련자들의 신분엔 변동이 없다. 신분상승해서 이권개입한 사람이 누구인가.

 

'가짜 5·18'? 분명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그러나 재심의 때 다 밝혀지지 않았나. 가짜는 아닌데 이 양반들이 안 다쳤는데 다쳤다고 했다는 것이. 그리고 우리 5·18구속부상자회에는 이런 가짜도 없다. 악성루머다.

 

전두환 시절엔 5.18 뒤에 '민주화운동' 붙으면 관제였다. 우리는 5·18 뒤에 민중항쟁을 붙였다. '관제 5·18'들이 관광버스 타고 놀러 다니면서 이권개입할 때 우리는 '살인진상 규명하라'며 피 터지게 싸웠다. 그런 우리를 정치판 기웃거리며 자신들 출세수단으로 이용한 자들이 누구인가. 많이 배운 자들이었다. 그렇게 우리 이용한 사람들 중에 국회의원·장관·공기업체 감사·이사 등 수두룩하다. 그 사람들 지금 뭐하고 사나?"

 

- 선거철만 되면 일부 5·18 인사들의 정치권 줄대기도 심했다.

"새로 만들어질 5·18공법단체가 특정 정치집단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시책과 정책에 대한 비판은 하겠지만 대정부 투쟁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 중립은 지킬 것이다. 하지만 할 말은 하겠다.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 새로운 5·18공법단체 설립을 지켜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적어도 5·18과 관련해서 지난 DJ·노무현 정권 십년은 침묵의 세월이었다. 5·18 진상이 어느 정도 밝혔다고는 하지만 아직 최초 발포명령자도 밝혀내지 못했다. 5·18기념재단은 그 십년 동안 그런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공법단체는 진실규명 차원에서 발포명령자 규명투쟁을 계속해갈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356명이나 되는 5·18 연행구금자들이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그 날의 상처로 이민을 가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또 아픔을 이기지 못해 세상과 연을 끊은 분들도 있을 테고…. 독립유공자는 지금도 국가가 나서서 명예회복해주고, 유공자로 만들어준다. 명백한 법적 기록이 있으니 찾아내기 더 쉬울 것이다. 이 분들 유공자 만들어 드리는 일을 꼭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민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저항의 역사를 함께 한 이들이다. 그 당당한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겠다."


태그:#5.18, #양희승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