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4일 중국 티베트 자치구의 수도인 라싸에서 발생한 유혈 시위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번져 계속되고 있다.

16일 티베트와 인접한 쓰촨성의 아베에서 1000여명의 티베트 승려와 주민들이 독립 지지 시위에 나서자 현지 공안이 발포해 최소한 7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에 있는 국제티베트운동의 케이트 손더스는 "시위가 강압적으로 해산됐다, 중국 공안원이 발포해 7명이 숨졌으며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공안당국 쪽은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을 뿐 사상자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중국 정부는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이제까지 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주(駐)인도 티베트 망명정부 본부가 소재해있는 다름살라를 둘러싼 캉그라 지구 경계에서 약 20km 떨어진 데라에서 13일 인도 경찰이 반(反)중국 시위행진중이던 티베트 시위자들을 구속하고 있다. 인도 경찰은 이날 새벽 중국의 올림픽 경기 유치에 항의해 인도 북부에서 티베트를 향해 행진하던 100여명의 티베트 망명자들을 구속했다고 조직위원들과 관리들이 말했다(AP=연합뉴스)
 주(駐)인도 티베트 망명정부 본부가 소재해있는 다름살라를 둘러싼 캉그라 지구 경계에서 약 20km 떨어진 데라에서 13일 인도 경찰이 반(反)중국 시위행진중이던 티베트 시위자들을 구속하고 있다. 인도 경찰은 이날 새벽 중국의 올림픽 경기 유치에 항의해 인도 북부에서 티베트를 향해 행진하던 100여명의 티베트 망명자들을 구속했다고 조직위원들과 관리들이 말했다(AP=연합뉴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16일 "사체 확인 결과 80명의 사망자와 7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티베트 현지의 목격자와 통화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명 정부의 지도가 가운데 한명인 카르마 촌펠은 AFP통신에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무장 병력을 동원해 라싸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티베트 여행도 봉쇄하고 있다. 외국인이 티베트로 가기위해서는 여행 허가서가 필요한데 이를 중단해버렸다.

홍콩의 케이블TV는 각각 40여명 정도의 군인들을 태운 200대의 중국군 차량이 라싸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16일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테러에 의한 지배'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문화적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의 티베트 탄압 상황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에 티베트인들은 시위 눈에 띄는 한족들을 붙잡아 마구 구타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상점과 호텔에 불을 질렀다.

티베트 통계연감 2006년도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현재 티베트의 총 인구는 267만5520명인데 티베트족은 254만9293명, 한족은 10만4647명이다. 티베트족이 95%고 한족은 4%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는 공식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다.

더구나 지난 2006년 칭짱철도가 완공된 이후에는 한족들이 더욱 몰려들고 경제를 장악해나가면서 다수를 차지하는 티베트인들의 소외감은 더 커졌다.

후진타오, 1989년 철모쓰고 독립시위 진압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 AP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번 시위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티베트와의 질긴 인연이다.

지난 1989년 3월 5일 1만명의 티베트인들이 라싸 인민광장에 몰려들었다. 티베트 국기인 '설산사자기(雪山獅子旗)'를 든 군중들은 "달라이라마가 돌아와 티베트를 통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곧 중국 무장 경찰과 충돌했고, 20여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불에 탔다. 다음날 시위대에는 화염방사기와 기관총이 난사됐다. 3월 7일 시위는 완전하게 진압됐고 다음날 라싸에는 계엄령이 선포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 16명과 무장경찰 한 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250~300여명이 사망하고 350여명이 실종됐다고 반박했다.

3월 7일 <티베트일보>에는 이 지역의 최고 권력자인 티베트 공산당 서기가 철모를 쓰고 계엄군과 함께 라싸 거리를 장악한 사진이 실렸다. 이 젊은 서기는 티베트에 부임한 지 불과 2개월밖에 안됐다. 또 그는 1965년 티베트 자치구가 성립 이후 부임한 공산당 서기 가운데 군인 출신이 아닌 유일한 인물이었다.

계엄군을 진두지휘하며 라싸 거리를 피로 물들였던 당시 티베트 공산당 서기가 바로 후진타오였다. 불과 3개월 뒤 6·4 천안문 사태로 1400명이 사망했을 때 후진타오의 티베트 공산당 위원회는 중앙당을 적극 지지하는 전보를 보냈다.

후진타오는 티베트 사태를 강경하게 처리한 뒤 덩샤오핑의 눈에 들게됐고 이후 승승장구해 결국 지난 2003년 중국 국가 주석직까지 올랐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의 유혈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16일 후진타오는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올림픽 보이콧 여부 관심

19년전 티베트 유혈 진압은 후진타오가 출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과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아니면 그 반대가 될까?

이는 올 8월8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이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100년 넘게 서구 외세에 시달리던 중화민족의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고 대외적으로는 패권주의·인권·환경 문제 등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끗하게 씻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티베트 유혈 사태로 벌써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됐다. 잔칫상이 엎어졌다고 할 수 없지만 재는 확실하게 뿌려진 상황이다.

지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는 서방 국가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반쪽 대회로 치러졌었다. 그러나 아직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은 적다.

일단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 위원장은 지난 15일 "올림픽 보이콧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도 현재로서는 불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사태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불참은 아니더라도 인기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불참할 수는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은 상당수의 톱 선수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빌트 등 16일치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스포츠 스타들이 올림픽 경기를 떠올릴 때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올림픽 참가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베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