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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채 안 돼서 각종 규제완화에 대한 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시의회가 '학원의 24시간 교습허용' 조례안과 관련한 처리방안을 논의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산업단지 인허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부동산 관련 정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양도세와 종부세조차도 규제로 치부되어 '손질'이라는 명목으로 이래저래 대폭 완화 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도세, 종부세는 규제와는 다르다

 

'규제' 정책은 일반적으로 기본 정책을 보완하거나 시장실패에 대한 보완책 등으로 사용하는데 그 특성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장점 뒤에 문제점이 따라나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보통 '규제'라는 정책 수단을 사용할 경우 특정 경제상황에 맞추어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목적기간을 둔다.

 

부동산 관련 규제도 마찬가지다. 가령 대출규제정책이 참여정부 하반기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나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것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시장이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되면 대출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중 양도세와 종부세는 규제와는 분명 다르다. 특정 목적기간을 둔 보완책이 아닌 본질적 정책 수단이다. 이는 부동산, 좀 더 엄밀히 말하면 '토지'라는 경제 요소의 특수성에 기인하는데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이 토지에서 나는 불로소득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각종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토지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 함이 마땅할진대 바로 이러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함으로써 파생하는 온갖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 바로 토지보유세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토지보유세에 가장 가까운 정책이 바로 양도세와 종부세라고 할 수 있다.

 

양도세와 종부세 완화, 근거 없어

 

물론 양도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문제 삼는 부분이 바로 거래의 동결효과(凍結效果, Locking Effect)이다. 하지만 양도세가 현재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확신한 수단임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거래 동결효과가 그토록 우려된다면 양도세의 효과에 준하는 충분한 불로소득 환수수단을 마련한 후에 양도세 완화, 또는 조정을 논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일 것이다.

 

실질적인 영향력 면에서는 아직까지 양도세에 미치지 못하나 적정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이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참여정부 들어 겨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는 하나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잣대는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기준이다. 그리고 보통 '효율성'과 '형평성'은 일반적으로 어느 하나를 강화하면 다른 하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른바 '상충관계'(相衝關係; Trade-off)에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많은 정책들이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중요한 사실은 토지보유세가 이러한 상충관계의 덫에 걸려들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정책수단이라는 점이다.

 

토지보유세는 유휴토지를 최소화함으로써 토지 이용의 효율성 극대화에 기여한다. 그리고 근로 및 창의에 벌금처럼 부과되는 세금들의 감세와 결합하면 강력한 성장 정책 수단이 된다. 이러한 효율성 강화 측면과 더불어 여타 세금들과는 달리 불로소득에 부과되기 때문에 형평성에 대한 명백한 근거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부디 적절한 선택을 하길

 

재미있는 사실은 사상과 이념은 배제하고 오매불망 '실용'만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토록 '실용적'이면서도 정당성까지 보너스로 확보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어떻게든 완화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 순간 정부 출범 전부터 붙어버린 '강부자'라는 꼬리표가 뇌리를 스치는 것은 비단 필자뿐인가. 

 

어느 정부든 시간이 흐르면 조금 더 객관화된 시각을 바탕으로 평가받을 날은 오게 마련이고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의도적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적어도 부동산 정책, 좀 더 구체적으로 종부세와 양도세에 있어서만큼은 이처럼 전후 관계가 분명할진대 언제까지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 버리고 심지어 정권의 도덕성까지도 의심받게 하는 선택을 고집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규제완화#종부세#양도세#강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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