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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둘러보는 냐짱

아침을 먹으러 나오니 호텔 로비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하나같이 긴 장화를 신고 있다. 산악 오토바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요즈음에는 베트남에도 단지 관광객만이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스포츠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스포츠를 즐기러 베트남의 산이나 강 혹은 바다를 찾는 서양의 젊은이도 종종 보인다. 

아무런 일정 없이 돌아다니는 우리는 생각난 김에 호텔에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물론 산악 오토바이는 아니다. 6천 원 정도를 주고 하루 동안 쓰기로 했다. 싼 가격이다.

아내를 뒤에 태우고 해변 도로를 달린다. 오토바이를 빌리면 낯선 곳에서 동서남북을 모르고 목적 없이 다니는 재미가 있다. 높은 둔덕 위에 그럴듯한 건물이 있어 들어가 본다. 꽤 오래된 베트남식의 건물이다.

아마도 냐짱에서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앞에는 새로 휴양지가 들어선 섬과 함께 유원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움직이고 있다. 선착장에서  하루생활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바로 아래 보인다.

해안까지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아담한 곳에 물결 잔잔한 백사장이 나온다. 관광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베트남 가족 몇 명만이 한가하게 놀고 있다. 아직 관광객으로부터 때 묻지 않은 곳이다. 아름다운 야생화와 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다시 오토바이를 탄다.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잘 포장된 해변 도로를 달린다. 오른쪽으로 조그만 도로가 나온다. 무작정 들어가 본다. 저렴한 가격이기 하지만 입장료도 받는다. 자그마한 베트남 가옥이 있다. 정원 한가운데는 큰 돌과 함께 분재가 전시되어 있다. 건물 안에는 나에게는 크게 눈을 끌 만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지 않다.

가옥 바로 앞에는 조그만 돌섬이 있다. 위에서 내려보는 바닷가의 모습은 마음에 든다. 바닷가로 내려갔다. 돌이 유난히 많은 길을 걷다 아내의 슬리퍼 끈이 끊어졌다. 이런 험한(?) 곳에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아내는 한 손에 줄 끊어진 슬리퍼를 들고 구경에 나선다.

예전 호주 오지를 여행할 때 보았던 기암괴석의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돌덩이들이 기묘하게 모여 사람을 부르는 해변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큰 돌덩이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모습이다.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나도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돌덩이를 배경으로 아내의 사진을 찍어본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돌멩이 - 아래로 지나가기가 불안하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돌멩이 - 아래로 지나가기가 불안하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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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해서 오토바이로 한가한 해변도로를 달린다. 새로 주택단지를 짓는 곳이 많다. 조금 더 달리니 잘 닦인 도로가 끝나 오토바이 하나도 지나갈 길이 없다. 도로가 끝난 곳에는 대단한 규모의 휴양지를 짓고 있다. 아니, 이제는 공사하지 않는 것 같다. 일하는 근로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돈이 떨어져 공사를 중단한 것이 아닐까 가늠해 볼 뿐이다.

큰 규모의 휴양지를 짓고 있는 냐짱 해안 - 그러나 웬일인지 공사가 중단되어 있다
 큰 규모의 휴양지를 짓고 있는 냐짱 해안 - 그러나 웬일인지 공사가 중단되어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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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럴듯하게 생긴 식당에 들렸다. 해변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식당이다. 이름 모를 조개류를 비롯해 각가지 생선이 헤엄치는 수족관이 전시되어 있다. 가격을 보니 냐짱시내의 반값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듯하게 생긴 생선 한 마리를 골랐다. 외딴 곳에 있어도 동양 사람이 찾아오는지 회를 떠 오고 겨자(와사비)까지 갖다준다. 회를 다 먹고 나니 잡은 생선으로 맑고 매콤한 매운탕까지 끓여준다. 얼큰한 고추장에 끓인 한국 매운탕 맛에는 못 미치지만 그런대로 입맛을 댕기는 매운탕이다. 좋은 경치와 싱싱한 회, 그리고 영어는 잘 못하나 친절한 종업원을 핑계 삼아 포식을 한다.

옆자리에는 많은 식구가 와서 식사하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은 영어로 떠들며 놀고 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호주 시드니에서 산다고 한다. 짐작하건대 난민으로 호주에 이주해 살다가 베트남에 돌아온 모양이다.

지금은 베트남 정부에서 예전에 선상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호주로 간 사람들을 각가지 혜택을 주면서 불러들이고 있다. 물론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념보다는 이해(利害)가 앞서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싼 값에 푸짐한 회를 먹은 식당에서 찍은 바다 풍경
 싼 값에 푸짐한 회를 먹은 식당에서 찍은 바다 풍경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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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슬리퍼도 살 겸해서 재래시장에 들렀다. 신발가게에 영어를 조금 하는 가게 주인은 슬리퍼 하나에 꽤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 대충 가격을 아는 아내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실망하고 다른 곳에 들려 조금 싼 가격에 슬리퍼를 샀다.

재래시장을 막 빠져나오는데 할머니가 길거리에 과일을 펼쳐놓고 장사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망고를 비롯해 몇 가지 과일을 샀다.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과일을 파는지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가격을 이야기한다. 싼 가격이다. 때 묻지 않은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은 참 착하다. 아마도 성공(?)한 장사꾼으로부터는 장사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주를 마지막으로 냐짱에 대한 기사는 끝냅니다.



태그:#베트남, #냐짱,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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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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