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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기도 서종면 수릉리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넓은 마당이 딸린 전원주택이 건설된다.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어느 곳에든 자기만의 아늑하고 예쁜 주택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지난 해부터 투기 열풍이 고조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 하고싶은 이들의 귀농현상이 급증하면서 수도권 주변의 농촌마을로 이사를 하거나, 주말마다 찾아오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내려다보는 전경이 좋은 집을 원했다고 해도,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뒷산을 깎아서 지은 전원주택의 모습이 한 눈에 보기에도 아슬아슬 하기만 하다. 제법 높은 동산의 한쪽 귀퉁이가 흉측하게 파해쳐 있다. 혹여나 폭우가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흙이 떠내려와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민들과 매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마을버스에 오르면, 망가져버린 산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버스 안에서는 모든 승객들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이 아무리 예뻐도 저렇게 지어놓으니 하나도 안 예뻐 보인다 ”, “산을 저 모양으로 만든 건 자연에게 죄를 지은 것 아닌가?” 라며 차창을 내다보며 각자 한 마디씩을 던진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수를 써서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주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자연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함에 감사하기 보다는, 그것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해도 된다는 아이러니한 논리까지 숨어있다. 또한 지금은 보기 싫게 깎여버린 산이지만 예전엔 그곳이 유일한 보금자리였던 수많은 동식물들은 머물 곳을 잃어버렸는데, 예쁜 새 집이 무슨 소용이며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전원주택은 개인의 사유재산에 불과 하지만, 산이라는 것은 모두의 재산이고 특히나 우리 마을이 간직하고 있는 자랑거리였다. 자연을 무참히 훼손해 놓고 지은 집, 그 안에서 살면 과연 평온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였는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 세계적인 추세를 봤을 때, 환경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미국의 대기업 GE(제너럴 일렉트릭)의 CEO 제프리 이멜트는 “Green is green(환경이 곧 돈이다)"이라는 말을 남기며 환경의 가치를 분명히 새겼다.

 

점차 친환경 사업이 일반화되고 있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은 퇴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전향에 발맞춰 국토사업도 자연 보호 측면에서 융통성 있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진정한 ‘웰빙(well-being)’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태그:#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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