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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도 대학가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죽으라고 공부해야 하나요?”
“네 마찬가집니다. 터키는 젊은 층이 많고 노인층이 적어 인구 구조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가려는 학생은 많고 학생수는 적어 경쟁이 치열합니다.”

통역을 학생들 중에서 뽑았다. 터키 지도를 칠판에 붙여 설명을 도왔다.
▲ 수업광경 통역을 학생들 중에서 뽑았다. 터키 지도를 칠판에 붙여 설명을 도왔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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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초빙한 터키인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역시 입시였다. 여고 2학년 [인간사회와 환경] 수업 시간에 폭넓은 인간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침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무스타파씨를 초빙했다. 그는 지난 1월 터키에 여행갔을 때 카파도키아에서 한 나절 동안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었다. 우리에게 제법 생소한 나라이면서 멀리 있는 터키의 자연과 사회 환경은 너무나 다양한 듯 했고, 그래서 수업에 초빙했던 것이다.

간단한 터키를 소개하는 말을 한 뒤에 질문과 대답으로 수업을 진행해나가기로 했다. 조금은 무미건조한 터키에 대한 소개말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언제 한국에 왔어요?”
“미안하지만 나이는 얼마나 됐어요?”
“어떤 여자형을 좋아해요?”

상식적이고 호기심어린 질문부터 시작하였다. 점차 수준높은(?) 질문으로 나아갔다.

“터키에서도 남자, 여자고등학교로 분리되어 있나요?”
“예 그런데도 있고, 안 그런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나뉘어져 있습니다.”

종교와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과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보인다. 변화의 현장이 보이는 듯하다.
▲ 이스탄불 재래시장 사람들 종교와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과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보인다. 변화의 현장이 보이는 듯하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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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에 차별은 없습니까? 성차별은 심하지 않은 편인가요?”
“법적으로는 불평등이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평등한 점이 많습니다. 터키는 1923년에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그 때 우리의 영웅인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남녀평등을 선언했고,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었습니다. 아마 유럽 몇 나라보다 먼저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서남부 지역은 터키에서 가장 후진 지역인데, 그 지역에서는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정부가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다처제가 있기도 하답니다.”

여행기간 동안 보았던 터키 여성들이 떠올랐다. 나이 든 여성들은 검은 옷과 스카프로 온 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젊은 여성층은 히잡 정도만 머리에 쓰고 다녔고, 학생들은 거의 우리나라 학생들과 다름없었다. 종교와 전통적 규정력이 점차 젊은 층으로 갈수록 감소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여학생들이 같은 또래의 동양인인줄 알고 접근해왔다. 특히 한국인에 대한 호감을 가졌다.
▲ 콘야에서 만난 터키사람들 여학생들이 같은 또래의 동양인인줄 알고 접근해왔다. 특히 한국인에 대한 호감을 가졌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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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터키가 왕국이 아니고, 공화국이라 말입니까? 그렇다면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습니까?”
“터키에는 지역차별, 혹은 지역감정이 없습니까?”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여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 질문이 정치 쪽으로 나아가자 우리나라의 정치 문제와 연관시킨 질문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터키에는 대통령과 수상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수상은 국회에서 뽑았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수상 모두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습니다. 지금 대통령의 이름은 000이고 수상의 이름은 ㅁㅁㅁ이랍니다.
터키는 지역에 따라 언어와 문화, 경제 수준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에게해 연안과 이스탄불, 흑해 쪽은 대단히 개발되어 잘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남부지역 즉 이란 이라크 접경지대 쪽은 개발되지 못해 가난하고 교육도 적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잘 사는 지역 사람들이 좀 가난한 사람들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반에 한명씩 통역을 뽑았다. 터키지도를 붙여 설명에 도움을 주자고 했다.
▲ 통역하는 모습 한반에 한명씩 통역을 뽑았다. 터키지도를 붙여 설명에 도움을 주자고 했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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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무스타파씨가 영어를 어려움없이 구사했기 때문이었다. 영어 잘 하는 학생들을 한 반에 한 명 씩 통역으로 뽑았다. 어렵지 않게 통역이 정해졌다. 실제로 무스타파씨가 쉬운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통역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정치로 나아갔던 대화는 어느새 최근 터키의 정국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상당히 곤혹스런 질문이 터져 나왔다. 초빙해도 학생들에게는 한 사람의 선생님이 되어 있기도 했다.

“며칠 전 터키군이 이라크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에 공세를 감행했는데, 그것은 침략행위 아닌가요? 그 점에 대해서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터키는 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그리스, 불가리아 동쪽으로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등, 그런데 서쪽 지역에서 테러집단이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터키로서는 엄청난 정치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경을 침공한 것이 아니라 태러세력이 터키군을 공격했고, 터키군은 나라를 보호한다는 입장에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터키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대외침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는 성질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비교하면서 애써 변명하려 했지만, 학생들은 쉽게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강사와 좀 가까워진다는 생각이 들자 학생들은 이제 거꾸로 강사의 생각을 듣고 싶어졌나 보다.

“이제 우리나라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는 것 있으면 질문해 보세요, 역질문입니다.”

“음, 터키 하면 뭐가 금방 머리에 떠 오르나요?”

“월드컵 때 축구요”
“케밥”
“한국전쟁때 우리를 도와 준 거요.”

히잡을 쓰고 있으니 나이든 아주머니들이 와서 함께 사진찍어 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문화를 이해해주는 동양인에게 큰 호감을 보였다.
▲ 메블라나 자미에서 터키인과 함께 히잡을 쓰고 있으니 나이든 아주머니들이 와서 함께 사진찍어 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문화를 이해해주는 동양인에게 큰 호감을 보였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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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게 걱정했답니다. 붉은 옷을 입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이 일제히 노래와 손뼉을 치면서 일방적으로 한국만 응원할 때, 위축당할 자기나라 선수들을 걱정했는데, 실제로 벌어진 상황은 너무나 감격적이었답니다. 한국인들이 한국기와 터키국기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응원해주는 장면은 환상적이었습니다. 터키사람들은 축구를 매우 좋아하고 클럽도 많은데, 경기가 벌어지면 자신의 팀만 고함치면서 응원합니다. 당연히 그때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터키를 여행하면 터키사람들은 한국인을 대단히 환대하는 편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인만 그런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매우 관대하고 친절하다. 어린이도 학생들도 어른들도 매우 호감을 가지고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태도가 상당히 돋보였다.

여행온 우리들과 말해보고 싶어했다. 우리들이 교사인줄도 모르고....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모습이 우리나라 학생들과 똑 같았다.
▲ 샤프란볼루에서 만난 터키여학생들 여행온 우리들과 말해보고 싶어했다. 우리들이 교사인줄도 모르고....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모습이 우리나라 학생들과 똑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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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이 샤프란볼루의 카페에서 식사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더니, 고등학생 쯤 되는 학생들이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영어가 서툴러 많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호기심어린 모습은 잊혀지지 않았다. 콘야의 메블라나 부근의 식당에서 만났던 여학생들도 우리에게 대한 호기심을 숨길 줄 몰랐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반가워하면서 응해 주었다. 쉬린제 마을에서 만난 어린이들도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속된 말로 애나 어른이나 너무나 친철하고 개방된 자세를 보여주었다. 외국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태도는 더욱 각별한 것으로 보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친근감이 생기자 장난기도 생겨났다. 질문에 봇물이 터졌다. 

“터키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주식은 무엇인가요? 맛있나요?”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좋아하는 게 뭐가 있나요?”

터키의 대표음식은 케밥이다. 케밥도 종류가 많다. 고급케밥 중에 하나가 항아리 케밥이다. 카파도키아 동굴식당의 항아리케밥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 항아리케밥 터키의 대표음식은 케밥이다. 케밥도 종류가 많다. 고급케밥 중에 하나가 항아리 케밥이다. 카파도키아 동굴식당의 항아리케밥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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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이 가장 유명합니다. 케밥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항아리 케밥, 되뇌르 케밥...., 케밥만 있는 건 아닙니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유명한 음식이 많습니다. 주식은 빵인데, 한국의 빵집에서 파는 빵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밀가루를 얇게 펴 불에 구운 빵인데, 매우 건조합니다. 여러분의 선생님도 담백한 빵을 매우 좋다고 했습니다. ”

“한국의 음식으로는 김치를 좋아합니다. 육개장도 좋아하고 된장찌개도 좋아합니다. 된장찌개는 냄새가 좀 나지만 먹어보면 맛이 있습니다. 단 돼지고기는 먹지 않습니다.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이유가 길어 말로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그러면 한번도 돼지고기를 먹은 적이 없습니까? 그 맛있는 삼겹살도 먹어보지 못했겠네요? 그리고 돼지가 전혀 없나요? 돼지고기를 먹으면 몸에 이상이 생기나요? 안 먹는다고 하고 한국에서 먹으면 될텐데요?”

“한국에 온 게 네 번째인데, 전에 돼지고기 인줄 모르고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는 햄버거 같은 것 먹을 때도 돼지고기가 들어갔는지 꼭 물어봅니다. 돼지고기 먹는다고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종교상 먹지 않은 것입니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무슬림을 거역한다는 뜻이 됩니다.”

애윱자미는 무슬림의 성지이다.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 이스탄불 애윱자미의 무슬림들 애윱자미는 무슬림의 성지이다.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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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듯 대화는 종교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 만나보니 별로 무섭지 않은데, 이슬람교도라고 하면 왠지 무서운 것 같아요? 이슬람교는 어떤 종교인가요? 어떤 특징이 있는 종교인가요? 다른 종교에 대해서 이슬람교도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까?”

“무슬림은 평등을 추구합니다. 남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입니다. 터키인들은 대부분 무슬림입니다. 기독교, 불교 등 다른 종교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라마단이라 하여 금식기간이 있는데, 그것은 몸을 일정기간 쉬게 하여 건강을 되찾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는데, 열심히 예배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나도 잘 빼먹습니다. 술도 먹지 않는데, 나는 잘 마십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유교적인 경향이 강한데, 터키도 마찬가집니다. 터키의 조상들이 동양에서 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어 구조도 서양과는 달리 몽고어 구조를 가지고 있답니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처음 시도해보는 외국인 강사 초청 수업, 학생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었을까? 좀 먼 나라 그러면서도 우리와 자매라는 인식을 조금 가지고 있는 나라 터키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정리하고 있었다.

대화 수업후 기념촬영했다. 장난기 어린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보인다.
▲ 수업후 찰칵 대화 수업후 기념촬영했다. 장난기 어린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보인다.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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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만났다고 어떤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한 시간 동안 대화를 했고, 눈을 마주쳤고, 감정을 교환했다는 사실일 겁니다. 자연환경과 역사,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의 현재가 정해졌고,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터키 사회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우리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수업 마칩니다.”

“무스타파씨와 사진 찍을 사람 칠판 앞으로 모여요”

덧붙이는 글 | 여고에서 터키인을 초빙하여 진행한 수업을 소개합니다.



태그:#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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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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