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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행자부) 지침에 따라 시 금고 선정을 둘러싼 은행들의 물밑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안양시의회가 11일 시 금고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모 은행이 조례안을 유리하게 개정하려고 일부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안양시의회 총무경제위원회 소속 L모 의원은 10일 "N은행 직원들이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친분이 있는 인물들을 동원해 시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본인 역시 친분이 있는 고등학교 선배로부터 식사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기자와 함께 취재에 나선 <신아일보> 안양시청 출입 최휘경 기자는 "L모 의원이 은행측이 총무경제위원 8명중 한두명을 빼고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음을 밝혀 N은행이 시 금고 유치에 앞서 시의회의 조례 개정 단계에서 전방위 로비에 나섰음을 뒷받침했다.

 

이에 N은행 관계자는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입법예고 사안에 대해 시의원들에게 은행이 제출한 건의가 합당함을 설명하기 위해 2∼3명의 시의원을 만났다"고 시인했으나 "지인을 통해 시의원을 만나려 한 사실은 없다. 이를 로비로 보기에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내 시·군이 단일금고 원칙으로 정했다?"

 

하지만 기자가 입수한 N은행이 일부 시의원에게 전달한 '금고의 수에 대한 의견'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1금고(단일금고)가 일반회계, 특별회계 및 기금을 통합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임"이라고 제시하고 N은행측 안 조례를 도입한 시·군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안양시 조례안중 금고의 수 조항 수정 건의' 문건에서 시가 입법예고한 조례안 제2조(금고의 지정) 내용을 N은행 안으로 수정해 달라며 수정 사유에서 '경기도내 시군이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1금고(단일금고)로 함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행자부 예규 제212호(2006.5.24)와 제240호(2007.6.1) 모두 "일반회계는 하나의 금고로 지정하고 특별회계와 기금에 대해서는 그 목적및 특성에 따라 별도의 금고를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N은행 문건은 이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N은행이 수정 조례안으로 "금고는 회계·기금별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하나의 금고를 지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특별회계와 기금은 그 목적 및 특성에 따라 별도의 금고를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해 줄 것을 시의원들에게 요구한 것이다.

 

더욱이 안양시 집행부가 지난 1월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N은행측이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시 입장을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의원들을 상대로 조례를 수정하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문건은 N은행 간부가 시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직간접 로비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안양시뿐 아니라 경기도내 전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유리한 조건 위해 조례수정 로비까지 할 줄이야"

 

안양시금고 어떻게 운영되어 왔나

안양시의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일반회계와 시 금고를 농협이 지난 1973년부터 35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는 공개경쟁 제도를 도입하라고 안양시에 촉구해 왔으나 안양시는 "시장의 권한"이라며 이를 외면하고 수의계약을 고수해 왔다.

 

안양시는 2000년 처음으로 제한경쟁 방식을 도입하면서 농협과 한미·기업은행 복수금고 체제를 도입해 시금고 운영이 개선될 기미를 보였으나 2003년 수의계약 방식으로 슬그머니 선회하더니 2005년에는 시의회에 보고조차 안해 반발을 샀다.

 

더욱이 지난 2005년 농협과 체결한 시 금고 약정기간이 12월 21일로 만료되자 금고 선정이 시장의 권한사항이라는 이유로 의회에 보고하지도 않은 채 12월 초 수의계약을 통해 농협을 일반회계 관리 은행으로 재선정하고 나서 물의를 빚으며 비난을 산바 있다.

 

마침내 행자부는 자치단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금고를 지정해 투명성 논란이 일자 2006년 5월 24일 제정한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따라 지자체는 금고를 지정할 때 재정관리의 안정성과 효율성, 투명성 확보를 위해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도록 했다.

 

안양시는 시 재정과 시 금고 운영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금고의 지정에 관한 기준과 절차 등의 사항을 정하고자 '안양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1월 9일 입법예고하고 10일부터 1월 30일까지 시민의견을 수렴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올해 11월 30일까지 시금고 선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출연금 문제,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편파적일 수 있다는 점, 금고 지정 때 평가결과에 대한 공개여부도 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행자부의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기준'은 절차를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경쟁체제로 금고의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을 각기 다른 은행들로 선정하도록 하는 복수금고 도입과 특별회계와 기금은 중복 선정도 가능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더욱이 복수금고 제도는 시금고에 참여하는 금융기관간의 경쟁 유도, 시 재정 분산관리로 예산관리 안정성 확보, 수익의 극대화 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 질 향상, 금융기관의 지역사회 기여도 증대 등을 꾀하는 제도로 행정자치부가 권고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와 관련 안양시 관계자는 "시 금고 조례안 상정에 앞서 실시한 입법예고에 N은행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시 입장에서 의견서가 합당하지 않아 지난 2월말 은행 측에 이를 통보했음에도 시의원들을 개별 접촉하고 나선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쟁사회를 지향하는 것은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은행의 경쟁은 시민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독점은 부패하기 마련이다"라면서 "조례를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기 위해 로비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안양시의회는 11일 오전 상임위에서 시금고 조례안 심의를 할 예정으로 있으며 본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 한 후 제정된 조례안에 맞추어 시 금고 입찰 공고를 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시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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