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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건에서도 탁월한 '언론관리 능력'을 발휘한 것일까?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사건이 터진 이후 삼성중공업 홍보실 임직원들이 태안에 상주하며 취재하러 내려온 기자들에게 식사와 숙박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삼성중공업으로부터 태안에 있던 2주일 동안 식사와 숙박을 제공받았다"는 한 일간지 기자의 증언을 보도해 파장이 예상된다. 심지어 삼성이 유명브랜드의 수십 만원짜리 스키복도 제공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삼성중공업이 이렇게 치밀한 언론관리를 통해 '삼성책임론'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걸 막았거나 완화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십개의 모텔 열쇠 가지고 다니며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10일 "삼성중공업이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건 취재기자들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10일 "삼성중공업이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건 취재기자들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 시사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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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일 낮 취재차 태안에 온 A일간지 최아무개 기자는 "현장을 한바퀴 돌고 해양경찰서 기자실에 갔더니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해서 갔는데 그 중에 삼성 홍보실 직원이 있었다"며 "그는 밥값을 계산한 뒤 터미널 인근 한 모텔의 열쇠를 주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삼성 직원은 비닐봉지에 수십 개씩 모텔 열쇠를 넣고 다니며 기자들에게 나눠줬다"며 "삼성 직원에게 다른 기자들도 다 이렇게 숙박을 제공받느냐고 물었더니 다이어리를 보여줬는데 거기에는 누가 어디서 자고 있는지 상황일지 같은 게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기자는 "식사 정도는 다들 아무 거리낌 없이 제공받는 분위기였다"고 전한 뒤, "한 번은 삼성 직원이 잠깐 밖으로 나오라고 해서 갔더니 추운데 고생 많다며 유명브랜드의 스키복을 하나 주었는데 수십만원짜리였다"며 "그 직원의 자동차 트렁크에 열벌 이상은 더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의 언론관리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루어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침에 해경 기자실에 가면 항상 그들이 먼저 나와 있었다. 김밥·라면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아침을 못먹은 기자에게 나눠줬다. 내가 너무 고생하신다고 말을 건넸더니 '상부에서 높은 분들이 수시로 이곳 상황을 체크하기 때문에 우리도 편히 쉴 수가 없다'라며 힘들어 하더라. 그 직원은 '내가 여기서 받은 기자 명함이 100장이 넘는다, 이게 다 내 자산이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태안에서 철수한 뒤에도 그 직원으로부터 안부전화가 온 적이 있다."

<시사인>은 "(<시사인>과) 접촉한 몇몇 기자들은 조심스럽게 삼성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점을 인정했다"며 "모텔과 식당 이름 등이 모두 최 기자의 증언과 일치했다"고 보도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측 "간식거리만 제공했다" 해명

<시사인>은 "그의 증언대로라면 삼성은 사건 초기부터 발빠르게 돈과 선물을 통한 '언론관리'에 나선 것"이라며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의 광범위한 로비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지 한달 남짓인데도 삼성측이 자중하지 못하고 또다시 기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구태를 드러낸 건 여러 모로 지탄을 받을 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인>은 "이같은 삼성의 향응 제공을 '보도통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사건초기 삼성중공업 크레인의 책임문제를 비중있게 보도한 언론이 거의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던 점에 비춰보면 삼성의 향응제공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홍보실 관계자는 "당시 방 잡기가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가 예약만 대신 해줬을 뿐 숙박비는 나중에 기자들이 따로 계산했다"며 "당시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엄청 많았는데 섣불리 그런 편의를 제공했겠나"라고 향응제공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기자들에게 김밥 등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전부터 알고 지내던 중앙 일간지 기자들과 식사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이 기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한 모텔. 하지만 삼성중공업측은 "간식거리만 제공했다"고 향응제공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중공업이 기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한 모텔. 하지만 삼성중공업측은 "간식거리만 제공했다"고 향응제공 의혹을 부인했다.
ⓒ 시사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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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성중공업, #태안기름유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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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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