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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주부 이화자(가명)씨는 몸이 피곤하고 자꾸 붓는 것 같아 병원을 방문했다가 '만성신장병'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운동을 게을리하고 체중관리에 실패해서 몸이 붓는 줄로만 알았는데, 만성신장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채소와 과일, 그리고 잡곡밥 등 자연친화적인 식생활을 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3월 10일~3월 16일을 ‘콩팥 건강 주간’으로 선포하고, 3월 한달 동안 전국 71개 종합병원에서 만성콩팥병 무료 검진과 만성콩팥병 예방 공개강좌 등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대한신장학회는 3월 10일~3월 16일을 ‘콩팥 건강 주간’으로 선포하고, 3월 한달 동안 전국 71개 종합병원에서 만성콩팥병 무료 검진과 만성콩팥병 예방 공개강좌 등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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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담당 의사는 이씨에게 "'채소와 과일'은 '독(毒)'이 된다"며 가급적 잡곡밥 대신 흰쌀밥을 먹고, 싱싱한 채소 대신에 채소를 삶아 물기를 뺀 식생활을 하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왜 일반인들에게는 건강식으로 알려진 '과일과 채소'가 이씨에게는 독이 되는 것일까요. 

김근호 한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과일과 야채 등이 칼륨이 풍부해 일반인들에게는 좋은 건강 음식일 수 있지만, 만성신장병 환자들의 신장이 칼륨의 배설을 적절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속의 칼륨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7명 중 1명, 만성신장병 

이씨처럼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만성신장병' 환자들은 도시민들 7명 중 1명꼴로 있습니다. 바로 지난 4일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만성신장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다시 병의 진행 단계별로 분류하면 1∼2기 등 비교적 경증의 만성신장병 환자가 8.71%(1기 : 2.03%, 2기 : 6.68%)였고, 신장기능이 50% 이하까지 떨어져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한 3기 이상이 5.07%나 됐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1기 이상의 '만성신장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대도시에 거주하는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1기 이상의 '만성신장병'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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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울산광역시가 18.6%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뒤를 이어 대구(16.4%), 부산(16%) 등 대부분 경상도 지방이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광주 및 대전 등 전라·충청지방은 11.4%로 유병률이 가장 낮아, 가장 높은 울산광역시와는 무려 7.2%나 격차를 보였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조원용 고려대 안암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영남지방과 호남·충청지방 사이에 만성신장병의 지역격차가 이 같이 크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후속 연구를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유전적 요인보다는 지역별로 서로 다른 식생활 습관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성신장병, 다시 회복되기 힘들어 

신장은 수많은 모세혈관과 사구체로 촘촘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모세혈관과 사구체도 여러 원인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면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모세혈관과 사구체들이 파괴되어버린 사구체와 모세혈관의 일을 떠맡아 더 많은 몫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과중한 부담을 받게 됩니다. 결국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신장의 다른 부분도 손상되면서 악순환이 되는 것입니다. 

강종명 한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신장병은 일단 진단되면 완치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신장병 치료의 최대 현안은 신부전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신장은 간과 같이 다른 장기들에 비해 비교적 둔감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증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만성신장병이 악화되면 약물치료를 통해 최대한 병의 진행속도를 늦춰야 하지만, 약으로도 치료하기 힘들다면 투석을 시행해야 합니다.
 만성신장병이 악화되면 약물치료를 통해 최대한 병의 진행속도를 늦춰야 하지만, 약으로도 치료하기 힘들다면 투석을 시행해야 합니다.
ⓒ 대한신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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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신장병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단백뇨나 사구체 신염 등 신장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와 당뇨, 고혈압, 동맥 경화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된 경우 모두 신장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신장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는 약 1/3에서 찾아볼 수 있고, 나머지 2/3의 원인은 다른 질환이 동반된 경우입니다. 

만약 몸이 자주 붓거나 소변의 양이 평소보다 줄어들고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평소보다 피곤하거나 밥맛이 없고 체중이 이유 없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만성신장병이 비교적 중증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성신장병이 악화되면 약물치료를 통해 최대한 병의 진행속도를 늦춰야 하지만, 약으로도 치료하기 힘들다면 투석을 시행해야 합니다. 

투석은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이 있는데, 병을 앓는 환자에게나 지켜보는 가족에게 몹시 힘든 일입니다. 만약 투석을 통해서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신장 이식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성신장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만성신장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신장의 생명은 신장을 구성하고 있는 사구체와 모세 혈관들인데, 이들을 새로 생성하게 하는 약이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근호 교수는 "신장질환이 흔하고 우리 몸에 결정적인 해를 미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초기에 관리하면 치료될 수 있다"고 여느 다른 병들과 같이 조기발견을 하게 되면 만성신장병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만성신장병을 조기발견하기 위해 김 교수가 추천하는 것은 정기 검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혈압 측정과 요검사 등 보험공단에서 2년에 1번씩 하는 비교적 간단한 정기 검진을 통해서도 만성신장병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액 속의 혈청 크레아틴 수치를 검사해야 신장의 이상 유무를 더 정확히 검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정기 검진은 요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혈청 크레아틴을 측정하기 때문에 비교적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신장질환이 흔하고 우리 몸에 결정적인 해를 미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초기에 관리하면 치료될 수 있습니다.
 신장질환이 흔하고 우리 몸에 결정적인 해를 미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초기에 관리하면 치료될 수 있습니다.
ⓒ 대한신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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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과 당뇨병이 만성신장병으로 쉽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것은 만성신장병을 예방하는데 필수입니다.

그러므로 저 염분 섭취를 통해 혈압을 낮추고 과일과 야채, 잡곡밥 등 전통 음식들을 섭취해 혈당과 혈청 지질을 낮춰 혈관을 튼튼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구체 여과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만성신장병 3∼4단계 이후의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과일과 채소, 그리고 잡곡밥이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칼륨이 만성신장병 환자들에게는 신장에서 배설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몸속에 쌓이기 때문에 독이 되는 것이죠.

몸속의 칼륨 증가는 심부정맥은 물론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증의 만성신장병 환자들은 반드시 신장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식습관을 교정해 나가야 합니다. 

신장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약물의 복용도 조심해야 합니다.

강종명 교수는 "소염진통제 등의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신장에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거치도록 하고 이뇨제, 항생제 남용 등이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면서 약물복용에 주의할 것을 당부합니다. 

만성신장병은 일단 진단이 되면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 도움 말씀 주신 분들 : 김근호 한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강종명 한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만성신장병, #대한신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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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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