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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6일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 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데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반응이다.

 

무엇이 안타깝다는 것일까?

 

청와대 "실체적 진실은 하나... 근거 없는 의혹 증폭"

 

우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의혹이 증폭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은 하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은) 그런 것들이 자꾸 근거 없는 의혹으로 증폭되고, 사회적 논란이 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아무것도 안 남는 악순환이 되는 행태는 곤란하다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엊그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국의 무고(誣告) 건수가 일본의 2만배에 달한다는 애기가 나왔다"며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소송을 제기해 괴롭히고, 남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을 겨냥한 비아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특별한 언급없이 '안타깝다'는 말만 한 것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에 관여하지만 뜻밖에 대범하게 맡겨주시는 것도 있다"며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본인들이 알아서 의혹도 풀고 대응도 하라는 것이다.

 

전날(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기자회견에 앞서 자체 조사까지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의혹의 당사자들 외에 청와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청와대의 자체 조사라는 것이 결국 계좌추적 한 번 없이 본인으로부터 소명을 들은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실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삼성 떡값 파문'이 몰고올 정치적 파괴력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동관 대변인은 언론에서 '떡값 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어감에 문제가 있다"며 거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세 명의 장관 후보자를 교체해야 했던 청와대는 김성이 장관 후보자와 박미석 청와대 수석,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전방위 사퇴 압박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삼성발' 제2의 인사폭탄까지 터질 경우 국정 운영 초기 주도권을 잃는 등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야당 "'고소영' 정부 이어 '떡값' 정부... 국제적 망신"

 

당장 야당은 7일 개최될 예정인 김성호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정부패와 싸워야 할 수장들이 오랜 기간 재벌의 떡값을 받아왔다"며 자진 사퇴와 특검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른바 '고소영' 정부에 이어 '부동산 부자 내각', 이제는 '떡값 정부'라는 말을 듣게 돼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사제단이 자신을 공개 지목하자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이날 청문회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장관 인사 파동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거푸 터진 삼성발 떡값 수수 의혹은 청와대 뿐 아니라 여권의 4·9 총선 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날 사제단의 기자회견에 대해 '특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6일에는 '폭로의 뒤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에 보면 마녀사냥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나중에 보면 정치세력과 연계돼 있든지, 겉으로는 양심행위를 하면서 속으로 보면 정치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낙선운동도 그런 것이었다. 양심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교묘하게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어 "총선을 앞두고 양심선언이라고 하면서 한나라당과 정부에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다 모아서 검찰이나 특검에 (자료를) 갖다주고 수사를 해 달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대표는 "찔끔찔끔 한꺼번에 주지도 않는다. 진정 나라를 위해 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인사 전에 대통령에게도 주고 '이런 사람 문제 있다'고 발령내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폭로 시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새 정부의 온전한 출범을 막는 조직적 세력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국민들 사이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가세했다.

 

9 총선 위기감에 느낀 여당 "폭로 배경에 조직적 세력?"

 

한나라당이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은 전날 청와대측이 "길가는 사람에게 '미친 사람'이라고 하면서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하는 어불성설이 어디 있느냐"고 했던 '오버' 대응과 맥이 닿아있다. '삼성떡값' 수수 의혹 파문을 조기에 차단하지 않을 경우 4·9총선에서 '메머드급'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오버' 대응으로 수습될 수 있는 상황은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사제단의 주장이 비교적 사실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사제단은 이종찬 수석의 경우 직접 본관으로 와서 휴가비를 받아갔다고 했고, 김성호 후보자는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가 처음 삼성 비자금 문제를 들고나왔을 때도 '설마', '증거는?'이라는 물음이 따라붙었지만, 그동안 삼성 특검의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와 여당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용철 청와대 전 법무비서관도 삼성으로부터 로비용 떡값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번 떡값 수수 의혹의 당사자로 거명된 인사들이 하나같이 "증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하지만, 국민들에겐 '무조건 버티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전날 사제단은 이종찬 수석과 김성호 내정자 등 2명이 삼성그룹으로부터 휴가비 등을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폭로했다. 사제단은 또 삼성 출신으로 우리은행장을 지낸 황영기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에 대해서 삼성비자금 차명계좌의 개설과 관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삼성 떡값,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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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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