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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딸과 딸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함께 여행을 하자는 얘기가 오가고 근교에 있는 강화도 여행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단다. 그래서 나는 운전기사로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1박 2일 동안 여행 계획을 세운 아이들이 동막 해수욕장 근교에 있는 펜션을 예약하고 갖가지 준비물을 챙기는 등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강화를 향해 출발했다.

 

강화도는 시민기자라면 한 번쯤은 꼭 가보면 싶은 곳이 있다. 지난해 11월 24일에 시민기자들을 위해 문을 연 '오마이스쿨'이 있기 때문이다.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진 오마이스쿨을 구경할 수도 있고, 시민기자들과의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환영이다.

 

학교의 이곳저곳을 살펴본 다음,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강화도 특산물인 야콘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음식점이 있어서 꼭 한 번 들려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오래 전에 학교를 방문하고 이 음식점을 찾았을 때 인심 넉넉하고 맘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생각나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을 찾았다. 아이들에게 야콘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야콘이 뭔지도 모르는 눈치다.

 

 

그래서 강화에 특산물인 아삭한 야콘 요리와 알싸한 순무 김치는 먹어봐야 한다는 말을 건네고 마침 점심 때가 된지라 아이들을 데리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에 들어가 주인아주머니께 인사하자,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좋은 기사를 써주셔서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는다.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그동안 엄마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엄마가 유명세를 떨친다는 것을  몰랐다는 듯 딸도 <오마이뉴스>의 위력을 실감하는 것 같다.

 

예전에 이곳을 들렸을 때 별미인 야콘에 대한 기사를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그 기사를 보신 아주머니 가족들이 대단한 감동을 받았단다. 아주머니의 표정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딸 친구들 역시 너희 엄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대단하신 분인가 보다라며 부러운 듯 쳐다본다. 그리고는 덧붙이는 말이 꼭 집에 가면 <오마이뉴스>에 들어가 기사를 검색해 보겠다는 다짐까지 한다.

 

 

야콘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한 가지씩 주문한 뒤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기다리는 동안 먹어 보라며 생 야콘을 가져온다. 살아 있는 느낌의 아삭아삭한 맛에 푹 빠져드는 아이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음~! 달콤하면서도 배 같은 느낌도 들고 씹히는 맛이 상큼해요”라며 칭찬을 한다.

 

잠깐 시간이 흐른 뒤 야콘 튀김과 부침개가 나온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젓가락질을 하며 맛을 본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야콘 잎으로 만든 만두도 나온다. 아주머니께서 예쁜 아가씨들을 위해 주는 특별 서비스란다. 아이들은 모두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서로 뒤질세라 냉큼 만두를 가져다 맛을 본다. 특별히 여러 가지 나물 반찬도 주신다.

 

다시 한 번 아이들은 "어머니 덕분에 맛있는 걸 골고루 먹어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한다. 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기사를 쓰면서 오늘처럼 뿌듯했던 기분은 처음인 것 같다. 딸 역시 친구들 앞에서 우쭐해 하면서 하는 말이 "너희들 앞으로 나한테 잘해,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나는 마음이 흐뭇하기도 하고 기쁜 마음에 "오늘 음식은 내가 쏜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사실은 음식값은 딸과 딸 친구들끼리 서로 나누어 내기로 했는데 내가 내주겠다 하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는 아이들로서야 더할 나위 없이 기쁜가 보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뭔가 색다른 맛을 보여주시고 싶었던지 새로 개발한 순무채석류 무침을 가져다준다. 순무를 채 썰고 석류를 넣어 섞어 만든 요리다. 그 맛은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고 순무의 특이한 톡 쏘는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여성들에게 좋고, 특히 피부에 좋다는 말을 하자 서로 먹어보겠다며 아우성이다.

 

 

푸짐하게 잘 먹고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생 야콘을 선물로 주신다. 나는 거절하며 되돌아 나오는데, "성의를 무시하지 마세요" 하신다. 극구 사양하는 나를 나무라며 한사코 손에 들려주신다. "손님이 많아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 가지고 가셔서 맛있게 드세요" 하신다.

 

나는 아주머니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얼떨결에 야콘을 들고 나왔다. 뇌물을 받아 챙긴 셈이 돼 버렸다. 뒤돌아서며 '이건 분명히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훈훈한 인정이야'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발걸음을 돌린다. 아주머니께서 주신 그 야콘, 지금도 가끔 깎아 먹는데 달콤함이 인정 많으신 아주머니를 생각나게 한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지라 별미에 빠져 과식을 한 아이들은 "배도 부르니 이제 강화도에서 볼만한 곳이 어디 있나요?"라며, 나에게 "데리고 가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애교를 부린다. 나는 시간만 나면 강화도를 찾아왔기 때문에 강화도에 대해서는 우리 마을처럼 잘 알고 있기에 전등사로 향했다.

 

아이들은 MT 때 강화도에 여러 번 왔지만 한 곳에서만 머물다 와서 강화도에 대해서 볼거리를 몰랐다고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전등사의 또 다른 모습에 감탄을 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전등사에서 경내를 한 바퀴 돌고 동막 해수욕장으로 출발한다.

 

10분 정도 달렸을까?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보면서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뛰어간다. 나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갯벌이 늘 맞이했었는데, 오늘은 지난 때와는 달리 바닷물이 소나무밭 근처까지 찰랑거리며 들어와서 우리를 반겼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 행복했던 시간을 정리하며 아이들을 펜션에 두고 집으로 향한다. 강화도는 근교에 있으면서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언제 찾아가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주말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를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강화도의 먹을거리,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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