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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은평공원에 세워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왼쪽)와 생애비(오른쪽). 당초 사업은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와 생애비를 세우기로 한 것이었으나 선생의 기록은 뒷면에 새겼다.
▲ 2000년 11월 대전 은평공원에 세워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왼쪽)와 생애비(오른쪽). 당초 사업은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와 생애비를 세우기로 한 것이었으나 선생의 기록은 뒷면에 새겼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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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잘못 세워진 미확인 독립운동가 기념비의 철거요구를 수 년동안 말 바꾸기를 하며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00년 대전애국지사숭모회(회장 이규희)에 국고를 지원해 서구 은평공원에 대전지역 대표적 항일운동가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 및 생애비를 건립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생애비와 휘호비 앞면에 당초 계획에 없던 계룡건설 이인구 명예회장의 조부가 '독립운동가'로 잘못 새겨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작 주인공인 김용원 선생은 '뒷면'에 새겨졌고 난데없이 이 명예회장 조부와 함께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기재해 놓은 것.

게다가 이인구 명예회장 조부의 경우 항일독립운동을 했다는 증거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독립운동 여부가 불분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건립직후 거듭된 민원제기로 이를 확인하고도 수정건립 요구를 묵살했다. 

2003년: 시정명령--> 2005년: "후손들끼리 알아서 할 일"

2003년 초. 민원이 끊이지 않자 대전시 감사관실은 자체 감사를 벌여 "국고보조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문 내용에 대한 확인과 정산업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담당 공무원을 훈계 조치하고 관할 부서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관할 부서인 대전시 자치행정과는 '시정명령'를 이행하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대전시는 <오마이뉴스>가 보도를 통해 이를 지적하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시정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애국지사숭모회 이규희 회장이 대전시에 제출한 "철거 후 재설치하겠다"는 확인각서
▲ 2004년 2월 대전애국지사숭모회 이규희 회장이 대전시에 제출한 "철거 후 재설치하겠다"는 확인각서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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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대전시는 대전애국지사 숭모회에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조속한 시일 내에 비문 내용을 수정 및 삭제하라"는 '시정촉구 명령'을 내렸다. 또 건립을 주도했던 이규희 대전애국지사숭모회 회장으로부터 "철거조치하고 재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확인각서'를 제출받았다.

당시 대전시는 "국고보조 사업 결산 당시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조부가 (독립운동가로) 각
인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문안 내용을 수정해 건립토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2006년 "대전시가 관여할 일 아니다"... "행정행위 종료"

2005년 1월, 대전시는 이 때까지도 비문 수정을 하지 않다 아예 "비를 세운 대전애국지사숭모회와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 후손 간 협의할 일"이라며 그 책임을 애궂은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 후손에게 떠넘겼다. 대전시는 "또 김용원 선생 후손과 계룡건설 명예회장 진행중인 소송이 없는데도 소송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비문을 수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전시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역사왜곡 우려를 제기하며 조속한 철거 및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염홍철 대전시장은 "현재 당사자(비문에 새겨진 양 후손) 간에 민·형사 소송
이 제기돼 있어 그 결과를 봐야 하고, 역사적 사실도 검증돼야 할 것 같다"며 발을 뺐다.하지만 염 시장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양 후손간에는 제기된 소송이 전혀 없었다. 또 당초 사업계획에 없던 인물이 세워진 것으로 역사적 검증 대상도 아니었다.

사건이 계속 지지부진하자 2006년 1월에는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시민단체가 나섰다.

대전 서구 은평공원에 잘못 세워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 이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國忠民爲)와 호(舒卿)가 새겨져 있다.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는 뒷면에 새겨져 있다. 오른쪽에 나란히 있던 생애비는 아직까지 재건립되지 않고 있다.
▲ 2008년 3월 현재 대전 서구 은평공원에 잘못 세워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비. 이 명예회장 조부의 휘호(國忠民爲)와 호(舒卿)가 새겨져 있다.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는 뒷면에 새겨져 있다. 오른쪽에 나란히 있던 생애비는 아직까지 재건립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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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행정대집행해서라도 비문 재건립할 것"

당시 대전시장은 이들이 비문 수정과 재건립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개질의하자 "비문 수정 및 삭제는 사업을 벌인단체가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 후손과 협의해 할 일로 대전시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7년 1월 대전시는 이번에는 "보조금을 지원한 해당단체에 수 차례 시정을 촉구하고 부탁도 했지만 시정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며 "대전시로서는 행정행위가 종료된 만큼 더 이상 조치할 방도가 없다"고 종료를 선언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가 비영리단체 국고지원법에 의거 사업계획서와 다른 용도로 보조금을 사용했을 경우 환수 및 사법처리가 가능한데도 특정인에 편에 서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해 3월. 대전시는 돌연 입장을 바꿔 비문을 수정하고 재건립하겠다는 의사를 관련 시민단체에 알려왔다. 대전시는 행정강제집행에 필요한 법률자문을 구하는 등 그동안의 묵은 때를 벗겨내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대전시는 다시 대전애국지사숭모회에 수정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극적 자세로 후퇴했다.

대전 서구 은평공원에 세워졌다 철거된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생애비.
 대전 서구 은평공원에 세워졌다 철거된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의 생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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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시행단체에 시정하도록 추진 중"

2008년 2월. 대전시는 기념비 수정건립을 요청해온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에 보낸 회신을 통해 "시행단체인 대전애국지사 숭모회에 시정하도록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답변 내용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간 것.

대전시는 4일 방영된 MBC <PD수첩>을 통해서는 "올 상반기 중 내용을 검토하고 하반기 중 재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후손인 김옥경씨는 "대전시가 근거 없이 역사 기록을 왜곡해 놓은 기념비 수정건립 요구에 말을 바꿔가며 시간만 끌고 있다"며 "이는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을 위한 편파행정을 하고 있는 것에 다름아니다"고 덧붙였다.


태그:#대전시, #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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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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