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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도2호선을 따라가고 있다. 눈에 익은 풍경들. 목포에서 기차를 타고 오다보면 광주를 거쳐 보성을 지나고 득량역에 정차한다. 차창 밖으로 몇 개의 바위를 이고 있는 작은산은 항상 나를 오라고 손짓하는 듯 했다. 오봉산(五峰山, 284.2m)이다.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했지 처음 가는 길이다. 군두사거리에서 득량으로 들어섰는데 등산로 입구를 안내하는 표지는 없다. 대충 산아래 어디쯤이겠지 하고 무작정 마을로 들어섰다.

기차길 옆 하작천마을이다. 마을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돌담길이 아름답다. 너무나 친근한 정취에 마을 가운데를 따라 들어가니 막다른 골목이다. 다시 돌아 나왔다. 목포 가는 기차가 큰 기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기차가 마을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 재형(초.6)과 윤성(초.4) 기차가 마을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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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가 어디지?

산길을 찾으려고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등산로가 어디예요?”
“오른쪽으로 가다가 길이 나오면 올라가세요.”

조금 걸어가다 길이 나오지 않자 밭두렁으로 올라섰다. 산을 보고 가다보면 길이 나오겠지 하고 걸어 들어갔다. 밭이 끝나는 곳에는 작은 나무들로 가려진 좁은 산길이 보인다. 산길은 정비되지 않아 잡목을 헤치고 가야하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그러겠지’ 하고 계속 올라가다보니 널찍한 등산로와 만난다.

앞에 보이는 산이 오봉산이다. 저산만 보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 마을 풍경 앞에 보이는 산이 오봉산이다. 저산만 보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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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에 커다란 바위

정리가 잘 된 등산로는 리기다소나무의 밝은 초록색과 어울려 시원시원하다. 경사가 진 길에 갈지자로 만든 길을 따라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니 파란 보리가 돋아나는 예당 들녘이 펼쳐져 있다.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 산에 오르는 길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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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수 있으며 징검다리 같이 넘어다닐 수 있다.
▲ 지네가 연상되는 바위 올라갈 수 있으며 징검다리 같이 넘어다닐 수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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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0분을 올라가니 커다란 바위와 만났다. 지름 5미터 정도의 돌들이 줄줄이 붙어있는 바위. 지네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다. 참 신기하기만 하다. 어떻게 바위가 이렇게 놓여졌을까? 애들은 바위 위를 징검다리 건너듯 뛰어 다닌다.

잠시 쉬었다가 산정을 향해 올라가니 너무나 큰 바위산이 막고 있다. 등산로는 바위 위를 걸어가게 되어있다. 커다란 바위를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정상 근처 커다란 바위 사이 평평한 곳이 있다. 준비해온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바로 아래 득량역에는 화물열차가 지나간다.

애들은 바위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따스한 봄볕에 일어나기가 싫다. 나른한 봄날 오후를 즐기는 기분이다. 점심을 먹은 재형이는 바위 위를 뛰어다닌다. 내가 봐도 아찔하다. 아내는 애들의 무모함에 질린다. 다시는 바위산에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엄청 큰 바위위에 또 바위가 있다. 보기에도 아찔한데 애들은 겁도 없다.
▲ 바위 엄청 큰 바위위에 또 바위가 있다. 보기에도 아찔한데 애들은 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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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기도 하지만 모양 들이 신기하다.
▲ 오봉산의 바위 들 웅장하기도 하지만 모양 들이 신기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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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던 반대편으로 길을 잡고 내려섰다. 내려가는 길을 막아서고 우뚝 솟은 바위. 커다란 바위 위에 위태롭게 작은 바위를 이고 있다. 어찌 보면 사람 같기도 한 것이, 커다란 팔을 펼치고 안기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윤성이는 겁도 없이 바위 위로 달린다. 재형이는 뒤를 보더니 ‘야! 거북이다!’ 하고 외친다. 정말 엄청 큰 거북이가 엉금거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오봉산 바위는 신기하기만 하다. 멀리서 보면 작게 보이는데 다가가면 갈수록 커다란 바위가 된다. 아래서 보면 위험하게 보이는데 더듬더듬 올라가면 전혀 불안감이 없는 편안한 바위로 변한다. 아내는 이런 바위의 비밀을 모른 채 아래서 불안하게만 지켜보고 있다.

매화가 피었어요

산 아래로 내려섰다. 앞서가던 재형이가 얼른 오라고 부른다.

“아빠! 매화꽃이 피었어요.”

활짝 핀 매화
 활짝 핀 매화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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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를 심어논 밭에는 꽃이 활짝 피었다. 아내는 향이 많이 난다고 한다. 꽃을 보니 기분이 활짝 편다.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은 싱그럽기만 하다. 마을은 봄기운이 물씬 풍겨난다. 벌써 밭을 갈고 비닐을 씌어 농사준비를 끝낸 곳도 있다. 마을은 철길과 만나고, 철길을 따라 처음 왔던 곳으로 걸었다. 시골길을 걸어가는 기분이다.

“아빠! 기찻길을 걸으면 안 된대. 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써있는데?”

옛 모습을 간직한 강골마을

돌아 나오는 길에 강골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들렀다 가기로 하였다. 구불구불 농로를 따라 들어가니 마을입구에는 느티나무가 있고 마을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강골마을은 11세기 중엽 양천허씨가 처음 터를 잡은 뒤, 원주이씨를 거쳐 16세기 말에 광주이씨(廣州李氏)가 들어와 정착하면서 광주이씨 집성촌이 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가옥의 대부분은 19세기 이후 광주이씨 집안에서 지은 것들이라고 한다.

이용욱 가옥이 마을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 강골마을 풍경 이용욱 가옥이 마을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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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고 있지 않으며,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애들이 우물물을 길어 보면서 재미있어 한다.
▲ 이용욱 가옥 풍경 사람은 살고 있지 않으며,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애들이 우물물을 길어 보면서 재미있어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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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으로 들어서니 이용욱 가옥(중요민속자료 제159호)이 있다. 이 집은 1835년(헌종 1년)에 초가로 지었다고 하는데 후에 기화를 얹고 솟을대문도 만들었다고 한다.

솟을 대문을 들어서니 보통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마당이 있다. 사랑채 뒤로 곳간, 안채, 연암(蓮菴)이라는 현판을 단 사당 등이 있다. 사당 앞에는 동그란 우물이 있다. 애들은 두레박을 넣어 물을 길어본다.

150년 된 집답게 마루며 기둥에서는 오랜 세월이 배어나오고 있다. 집은 사람이 사는 흔적을 치웠다. 너무나 깨끗하리만큼 정리된 집은 썰렁하기만 하다.

마루에 앉아있으니 따스한 햇살이 좋다.
▲ 안채 마루에 앉아있으니 따스한 햇살이 좋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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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마루에 앉으니 마음이 편안해 진다. 여기에 살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 앞에 보이는 오봉산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고, 마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여기에 앉아서 봄 햇살을 받고 있으면 좋을텐데.

덧붙이는 글 | 3.2일 다녀왔습니다.
오봉산은 국도2호선 따라가다 득량역 바로 뒷마을에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빙 돌아오는데 넉넉잡아 2~3시간 걸리고요. 바로 옆 1.5㎞ 거리에 강골마을이 있습니다.
가는 날에는 이용욱가옥만 개방되고, 이금재가옥과 이식래가옥은 문이 잠궈져 있었습니다.



태그:#오봉산, #강골마을, #이용욱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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