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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오마이뉴스>는 4.9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전 서구을 선거구에 대한 예비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번 한나라당 남충희 후보에 이어 이번에는 통합민주당 박범계 예비후보를 만났다. 이후에도 해당 선거구에 대한 예비후보자 인터뷰를 이어갈 예정이다. <편집자주>

제18대 총선을 한 달여 남겨두고, 특별히 눈에 띄는 후보가 있어 <오마이뉴스>가 그를 만났다. 그는 바로 대전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통합민주당 박범계(45) 변호사다. 그는 지역과 전국적으로도 꽤 이름을 알린 정치인이지만, 그의 표현대로 '벽보 한번 못 붙여 본 정치신인'이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법복을 벗고 노무현 후보캠프 법률특보로 합류, 대통령직인수위원과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2004년 총선에서는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2007년 보궐선거에서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당'에 의해 또 다시 출마를 포기하고 말았다.

 

'반 한나라당' 전선 구축을 위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를 지지하면서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박 변호사가 이번에는 심 대표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존경받는 지역정치 원로로 남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또 심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결국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해 '곶감만 쏙 빼먹었다'고 비판하면서, '한나라당 견제'라는 역사적 흐름으로 가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후회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전통적 민주평화개혁세력에 대해서는 "우리 함께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 보자, 희망을 만들어 보자"고 간곡히 호소한다.

 

그의 선거사무소 한 켠에는 박 변호사가 직접 써 붙였다는 이런 글이 걸려 있다. '애병필승(哀兵必勝)'.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로 "비분에 차 있는 병사들이 반드시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말이다. 현재 그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인 듯하다.

 

<오마이뉴스>는 3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박 변호사의 선거사무소에서 2시간가량 그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먼저 총선에 출마하는 이유를 간단히 밝혀 달라.

"이제 대한민국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색깔논쟁은 무의미해졌다. 이제 더 이상 개혁만을 앞세우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저는 오랫동안 주민들의 곁에서 따뜻한 가슴과 열린 자세로 주민들과 함께 해 왔다. 그들의 희망이 되고, 그들의 일꾼이 되기 위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 출마하는 지역인 대전 서구을과 관련한 대표적인 공약이 있다면?

"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교육이다. 교육에 대한 관심사가 어느 곳보다 높고, 강남 못지않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다. 주민들은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고 있고, 그렇기에 서구을 자체적으로 생산적 도시로 갈 수도 없다. 그래서 제가 잡은 콘셉트가 '미래교육도시'다.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를 짊어질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또 그러한 인재가 일할 수 있는 지식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그 일을 가장 중점적으로 해내겠다는 것이다."

 

- 얼마 전 이현 변호사가 자유선진당을 탈당해 통합민주당에 입당, 대전 서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 변호사는 박 변호사와 정정당당한 한판을 제의했는데 이 변호사를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의 지역 정치상황은 아무래도 통합민주당 보다는 자유선진당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한 속에서 자유선진당을 탈당해 통합민주당을 선택한 것에는 고맙게 생각하고 환영하는 마음이다. 이 변호사와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정책으로 한판승부를 벌여 볼 의향이 있다."

 

- 타당 후보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혹시 선호하는 상대 후보가 있나?

"지난 해 4·25보궐선거에서 원하지 않는 상황이 있었다. 3개월여를 뛰어온 마라톤을, 그것도 체력이 아직 남아도는 데도 그만 두어야 했다.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서 당시의 후보였던 심대평 대표, 이재선 한나라당 후보와 다시 한 번 리벤지 매치를 하고 싶다. 유권자들에게 박범계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다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유·불리는 고려해 보지 않았다."

 

-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박 변호사가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후보를 사퇴했다. 그렇게 사퇴했던 후보가 1년 만에 다시 출마해서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와 경쟁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당시 사퇴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정치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그리고 정치신인이다. 두 번의 선거에서 벽보 한 번 붙여보지도 못한 정치신인이다. 벽보만 붙일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인지도 30-40%는 상승했을 것이다. 당락을 떠나 그 만큼 좋은 기회를 접은 것은 말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 이유가 무엇인가? 본인의 의지보다는 외부적 영향이 크다는 얘기 아닌가?

"당이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요구했다. 당시 나는 대전시청 앞에서 '석고대죄'하면서 탈당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당은 완고했다. 또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까지 저의 포기를 원하는 상황임을 확인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나의 사퇴를 요구할까? 당시 한나라당은 대선 이후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겨주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저의 출마는 곧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였다. 저 또한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다."

 

- 그것이 전부인가?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런 구도로는 대선도 필패였다. 그렇다면 어떤 구도로 가야하는가? 범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인으로는 어렵고, 충청출신의 참신한 후보를 내야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분이 바로 정운찬 총장이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심대평 대표를 도와서 당선되면, 정 총장과 장기적으로 연대해서 대선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기류가 있었다. 또 이러한 기류는 당 지도부와 심 대표 측근들 간의 충분한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를 확신하게 된 저는 당시 정 총장과 전화통화를 해본 뒤 결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저에 대한 지지율 10%정도가 심 대표로 넘어갔고, 심 대표는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 당시에 느꼈던 '기류'를 확신하나?

"누구를 구체적으로 지칭하기는 어렵지만, 보궐선거가 끝난 뒤에 만난 몇몇 청와대 수석이 사적인 자리에서 출마포기를 격려해줬다. 청와대로부터 직접적인 사퇴요구는 없었지만, '장한 일을 했다'는 격려의 말이 그런 의미 아니었겠나?"

 

- 현재의 판단에도 사퇴가 옳았다고 평가하나?

"결과적으로 심대평 대표가 이번에는 양보한다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당시 지도부의 오판이거나 아니면 심 대표의 배신? 배신까지는 아니겠지만 소위 믿음을 저버린 행위는 분명하다. 어찌 됐든 '곶감만 쏙 빼먹은 꼴'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심 대표가 당선되던 날, 저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했다. 적어도 양당의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진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교감이 있었기에 그랬던 것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그 뒤 심 대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자리' 등 여러 가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고 알려지고 있고, 또 그것이 여의치 않자 이미 국민들로부터 두 번의 심판을 받았고, '차떼기'의 장본인이었으며, 정치적으로 식물인간이 된 '이회창'과 손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의 오판이거나 심 대표가 믿음을 저버린 행위이거나 인데, 개인적으로는 후회가 된다. 제가 원하는 쪽이었던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역사의 흐름으로 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 심대평 대표는 당시 박 변호사에게 '사퇴해 달라'고 한 적이 없었으며, 또 자신은 연대나 연합은 구태라고 하면서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그것은 말이 안 된다. 심 대표가 정말 연대나 연합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생각이 다르다, 박범계 나와라, 당당히 붙어보자' 그렇게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소극적인 답변으로 화살만 피한 것이다. 그래 놓고 제가 후보를 사퇴하자 고 구논회 의원의 핵심참모와 조직들이 집단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심 대표 선거를 도와줬지 않았나? 또 구 의원 사모님도 심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공개적으로 액션을 취했지 않았나? 그런데 연대를 거부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 앞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심대평 대표가 양보해야 한다고 표현했는데?

"심 대표에게 양보하라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둘 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의 정체성과 노선은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다. 노선과 정체성이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견제를 하겠나? 전국정당도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진정 심 대표가 대통령부터 지방의원까지 한나라당 1당 독식의 정치를 견제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지난번에 제가 양보했듯이 이번에는 심 대표가 양보하는 게 맞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도리다. 또 낭패를 당하지 않으면서 지역의 정치원로로 존경받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답이다."

 

- 양보하지 않는다면?

"정말 그럴 것 같다. 사석에서는 저를 보고 '유능한 정치인, 차세대 정치인'이라고 칭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정 저를 그렇게 평가한다면 명예스럽게 양보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으면 한다. 또 작은 확률이지만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혹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페어플레이'는 했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민, 충청인들을 볼모로 삼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만이 마치 충청인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 양, 또 자신을 안 찍으면 충청이 망하는 것인 양, 그렇게 주민을 속이지는 말자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정책으로 멋진 승부를 벌여보자는 것이다."

 

- 심대평 대표가 '충청권 홀대론', '충청의 자존심' 등을 내세워 지역주의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보나?

"맞다. 지역주의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저는 정말로 지역을 위한 정당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심 대표가 한 일이 무엇이 있나? 그 정도 급이면 얼마든지 당을 초월해서 타 정당 지도부도 만나고, 국무총리도 만나서 지역 현안인 로봇랜드, 자기부상열차,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 선거구 분할 등에 일정할 역할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것은 지역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댄 정당이다."

 

- 이번 총선에서 서구을 주민들의 선택은 어떻게 예상하나?

"저는 항간에서 들려오는 '서구을은 제2의 강남이다', '서구을은 보수적 성향이다'는 등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구을은 독특한 선택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야당성이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는 '탄핵'이라는 바람이 여당을 선택하게 했지만,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대한 견제를 선택해 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그 가치를 분명히 선택할 것으로 본다."

 

-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를 도와 많은 노력을 했으나 결국 패했다. 패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국민들은 대선 1년 전부터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법조인으로서 BBK 사건에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되는 수사에 대해 크게 분노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 그것은 이미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얘기는 역설적으로 참여정부에 공과가 있었겠지만, 또 몇 년 후에는 올바른 평가를 받겠지만, 당장 국민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패배의 원인 아닌가 생각한다."

 

-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가 있다면?

"저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저는 '성장론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해야 '파이'도 커지기 때문에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인수위에서 정권인수가 아닌, 정책집행까지 하려고 오버하고,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대단히 걱정스럽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이라는 이름하에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사회정책, 복지정책의 후퇴를 불러오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인터뷰의 기회가 와서 묻는데, 박 변호사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사임한 뒤, 후임으로 일했던 이용철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현금을 받았다가 돌려준 일을 공개해 큰 파장이 일었다. 박 변호사에게는 당시 그런 일이 없었나?

"이 변호사가 돈을 받았던 시점은 2004년이다. 제가 일하던 2003년과는 조금 시간적 간극이 있다. 참여정부 1년차인 2003년은 확실히 남달랐다. 그 1년 동안 소위 기업간부라는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다. 또 그런 기회도 없었다. 더욱이 삼성과 관련된 사람은 만난 적도 없다. 저는 그저 일만, 일만 했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해가 바뀌고 나니 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삼성이 이용철 변호사를 잘못 보고 오판을 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전통적인 민주평화개혁세력에게 호소하고 싶다. 우리는 80년대 민주화를 이끌었고,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었으며, 촌놈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이다. 이제는 외양간을 뛰쳐나간 양심적인 지지자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껏 우리는 충분히 눈물을 흘렸다. 저 개인적으로도 말할 수 없는 비애와 고통을 맛보았다. 이제는 정말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우리 함께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 보자, 희망을 만들어 보자. 간곡히 호소한다."


태그:#박범계, #총선, #심대평, #대전서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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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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