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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3일 홈페이지에 귀향 뒤 두번째의 글을 올렸다. 사진은 방문객들을 만나기 위해 봉하마을 사저 앞을 나오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은 3일 홈페이지에 귀향 뒤 두번째의 글을 올렸다. 사진은 방문객들을 만나기 위해 봉하마을 사저 앞을 나오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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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여러분을 어떻게 부를까요”라고 한 뒤 의논해 보자고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3일 오후 4시24분경 ‘봉하에서 띄우는 두 번째 편지’를 홈페이지 회원게시판에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안녕하십니까 노무현입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3일만이다. 첫 번째 글은 3일 오후 5시 현재 7만명 이상이 조회한 것으로 나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한 뒤, “불러놓고 보니 호칭이 어중간하다 싶네요. 앞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 마지막에서 “여러분을 어떻게 부를까요?”라고 물은 뒤 “노사모 여러분?, 친노 시민 여러분?, 민주시민 여러분?, 참여시민 여러분?, 국민여러분?, 아니면 그냥 친구 여러분?, 이것도 한번 의논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을 다시 하자고 해볼까 싶습니다”고 피력했는데, 귀향 후 화포천 등에 쓰레기나 오염물질이 많은 것을 보고 이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

“새마을운동이라는 이름에는 부정적인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농촌의 환경을 되살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새마을 조직을 보면서, 부정적인 역사의 유물이라 하여 쓸모가 있는 것까지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 꼭 좋은 일도, 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지역 사람들과 의논해 볼 생각입니다.”

"사이트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너무 빈약하고 불편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하루빨리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선된 사이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말하고, 자료를 올리고, 연구까지 공동으로 하는 방법을 채택하려고 합니다. 웹 2.0 개념으로 해보자는 것이지요. 3월 중으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많은 방문객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하루 종일 저희 집 대문 앞에서 저를 나오라고 소리를 치십니다, 한 번씩 현관에 나가서 손을 흔들어 봅니다만, 그분들도 저도 감질나고 아쉽기만 합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나가서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어 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그만 뒤엉켜서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라며 “그래서 꾀를 내 둑길을 따라 화포천까지 걸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둑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을 분산시켜 도중에 손도 잡고 사진도 찍어보자는 계산이었습니다. 도중에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엉키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화포천까지 가서야 끝까지 함께 오신 몇 분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들판 길에서 다시 새로 오신 분들과 만남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사람이 넘쳐서 인사를 포기하고 그만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일요일이었던 2일에도 산책을 나갔다가 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일찍 들어왔다고 한 노 전 대통령은 “아침 마실을 나갔다가 일찍부터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결국 쫓겨(?)들어왔습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오후에는 봉화산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봉화산 정상에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손을 흔들어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라며 “얼굴도 알아 볼 수 없고,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도 서로 인사가 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산까지 올라오는 분들이 있어서 손도 잡고 사진도 찍었습니다”고 했다.

“사진 찍는 일이 큰일이었습니다. 일일이 주소를 적을 수도 없고, 적는다고 다 보내주는 일도 쉽지 않아서, 그렇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청와대에 있을 때 일손이 많았는데도 가끔 사진 안 보내 주느냐는 항의를 받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꾀를 낸 것이, 손님이 가져오신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드리는 방법이었는데, 이것도 해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다가, 사진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분들도 많아서 그 또한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은 뒤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포천 쓰레기 보며 마음이 상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화포천의 쓰레기를 본 뒤 “마음이 상했다”고 밝혔다.

“가는 곳마다 물에 떠내려 온 쓰레기, 누가 몰래 갖다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포천의 쓰레기와 오염은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하늘이 새까맣게 철새들이 날아들던 곳입니다. 개발시대에 버려진 한국 농촌의 모습, 농민 스스로의 마음에서도 버림을 받은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 자꾸만 부끄러워집니다.”

봉화산을 본 소감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산림녹화에 성공한 산들입니다, 그런데 그냥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 그 아래를 꽉 채운 잡목들, 그리고 넝쿨들, 그러나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라며 “숲은 햇빛이 차단되어 죽어가는 가지들로 엉켜있고, 개울의 물은 말라버리고, 온갖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던 벌레들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무와 넝쿨이 너무 빽빽하여 사람이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산에 올라도 사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옛날에 풀, 꽃, 벌레들과 다정하게 함께 뛰놀던 그 숲이 아닙니다. 어찌 우리 마을만의 이야기겠습니까?”

노 전 대통령은 글 맨 아래에 ‘2008년 3월 3일 노무현’이라고 써놓았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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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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