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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2004년 민·관이 함께하는 인천광역시하천살리기추진단을 발족해 굴포천·승기천·장수천·공촌천·나진포천 등 지역의 하천들을 살리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는 굴포천과 함께 부평구 삼산1동에 있는 물길 중 하나인 서부간선수로(삼산농수로) 일부 구간을 매립하고 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시의 하천살리기 정책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장제로 구간의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경인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도로건설 반대 측은 환경과 삶의 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부에 우회도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최근 시는 도로와 친수공간을 함께 건설하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매립도로와 다름없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또한 도로건설과 관련 관할 구청인 부평구와 계양구가 서로 다른 입장을, 주민 사이에서도 찬·반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서부간선수로의 가치와 도로건설을 둘러싼 논란 등을 지난 기사에 이어 다시 되짚어본다. <기자 주>

 

인천시, 1996년부터 도시계획 상 도로 결정·도로 폐지 반복

 

 

인천시가 추진 중인 서부간선수로 도로건설 구간은 ‘부평구 삼산동 청천로~계양구 서운동 봉화로’까지 길이 1.57㎞, 폭 30.0m이다. 이 구간은 1996년 10월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결정됐다.

 

서부간선수로 삼산동 구간이 삼산1택지 개발로 끊기고 ‘똥강(?)’이 되면서부터 인근 주민들은 똥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 과정에서 박종혁 구의원은 2004년 6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1200여명의 서명과 함께 인천시에 도시계획 변경을 통한 친환경적인 유수지 공원화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시는 삼산1동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같은 해 12월 1일자로 서부간선수로 구간 1.57㎞를 폐지한다는 도시계획도로 폐지를 위한 공람·공고를 냈다. 수질오염 악화와 악취발생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도시계획도로(대2-51호)의 서부간선수로 구간을 폐지해 친환경적 수변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민원을 해소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부평구도 같은 달 16일 서부간선수로 구간 도로 폐지와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결정되도록 해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도로계획이 폐지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계양구가 2005년 1월 11일 도로 폐지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을 1만 8943명의 주민 서명과 함께 제출하면서 시는 2월 7일 환경·장래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검토 결과를 회신하며 입장을 바꾼다.

 

2004년 12월 2일 인천시 의회 제12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강창규 시의원의 질의에 대해 시 건설교통국은 “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 등으로 교통여건이 개선될 예정”이라며 “친환경적 수변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하기도 했지만, 계양구의 도로폐지 철회 요구 이후 시가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당시 계양구의 도로폐지 철회 서명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계양구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된 것인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계양구가 어떻게 한 달 만에 2만명에 가까운 서명을 받아 제출할 수 있었냐는 것.

 

이와 관련해 강창규 시의원은 “당시 계양구가 제출한 도로폐지 서명은 통장을 통해 받은 것으로, 본인 의사 확인 없이 그냥 이름만 집어넣은 경우도 있는 등 엉터리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도로과 관계자는 “그렇다고 본인의 동의도 없이 서명이 제출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의 서부간선수로 살리기 운동

 

삼산1동에서 서부간선수로를 살리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5년 6월 2일부터다. ‘삼산동 농수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주민대책위’는 이매리씨 등 5명으로 공동대표단을 꾸리고 10여명의 자문·지도·운영위원, 10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당시 주민대책위의 지도·자문·운영위원에는 시·구의원, 삼산1동 자생단체장, 인근 학교장, 병원장 등 지역 내 다양한 인사들과 주민들이 참가했다.

 

주민대책위가 꾸려진 이후에는 관계 공공기관들과의 간담회, 시의원과의 면담, 인천녹색연합·계양구 사회단체들과의 간담회 등 다양한 대외활동과 낚시대회, 그림그리기대회, 주민공청회 등 다양한 주민 참여 활동이 전개됐다.

 

2006년 1월 주민대책위는 굴포천살리기 시민모임, 계양봉사단, 새마을운동 계양구지회, 인천녹색연합,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계양·부평지부 등 6개 단체와 함께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단체협의회(준)’을 만들어 서부간선수로를 살리기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 일환으로 같은 해 12월에는 ‘서부간선수로 매립도로 반대 및 생태하천 조성 촉구 1만인 서명’을 부평과 계양 주민에게 받아 강창규 시의원과 시 도로과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시, 친수공간 포함한 도로건설안 발표

 

 

1만인 서명이 제출되기 전 2005년 12월 시는 인천발전연구원에 도로 폐지 검토를 용역 의뢰한 결과 도로 결정이 타당하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도로 폐지에 대한 무효 공람·공고를 실시했다.

 

이에 부평구는 2006년 2월 생태하천 조성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다시 받아들여 시에 도로폐지 및 수변공원 조성을 건의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도로폐지를 요구하는 부평구의 민원과 도로폐지를 반대하는 계양구의 민원을 둘 다 해결하겠다는 명분아래 지난해 4월 도로건설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에 착수해 같은 해 8월 친수공원을 포함하는 왕복4차선 도로 건설관련 3가지 안을 내놨다.

 

부평에서 계양구를 바라봤을 때 좌측 10m 폭의 구간에 수변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20m 폭에는 왕복4차선을 조성하는 1안과 오른쪽 10m 구간에 수변공원을 조성하고 나머지 20m 폭에 왕복4차선을 조성하는 2안, 가운데 10m 구간에 수변공원을 조성하고 양쪽에 편도2차선을 조성하는 3안 등 3가지 안을 내놓고 이에 대한 부평구와 계양구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시의 안은 도로건설과 함께 친수공간도 조성하겠다는 안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삼산1동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시의 계획이 서부간선수로를 매립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안이기에 생태하천이 될 순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계획은 계양구가 수십 억원을 들여 서부간선수로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해도 병목현상 때문에 결국 물길 전체를 죽이게 돼 예산낭비만 하게 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형회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단체협의회(준)’ 공동집행위원장은 “시의 계획은 결국 수로를 메우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계양구 쪽에 아무리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해도 병목현상으로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 서부간선수로 전체 물길을 죽이게 될 것”이라며 계양구도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의 기본안에 대해 부평구는 지난해 8월 삼산1동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의 3가지 안이 아닌 ‘외곽순환도로 아래 도로 이용’ 등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계양구는 도로건설에 대한 기본적인 찬성과 함께 3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삼산2동도 대책위 구성... 시,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이후 올해 2월 개최된 부평구 주민설명회에 참가한 대다수 주민들은 시의 도로 건설 계획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계양구 주민설명회에서도 도로 건설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최근 언론을 통해 계양구가 주민들의 도로 건설 반대 민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을 소홀히 해 지역주민 대다수가 ‘찬성’ 의견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해 계양구에서 실시한 구민 환경의식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33.8%와 31.9%가 주변 하천을 각각 자연하천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계양구 뿐 아니라 삼산1동 주민 사이에도 도로를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출퇴근 시간 도로 막힘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서부간선수로를 메우고 도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건설될 삼산4지구 등에 대로를 건설해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주민설명회 이후 부평구는 바로 대다수가 도로건설을 반대한다는 삼산1동의 의견을 시에 전달하고, 인근 아파트 단지의 의견도 함께 보내기 위해 이들의 의견을 27일까지 취합 중이다. 시는 인근 학교에 공문을 보내 찬·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삼산1동 주민들은 설명회 이후 서부간선수로 도로건설 반대와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주민대책위를 새롭게 꾸리고 있다. 삼산2동의 주민들도 함께하기 위해 대책위를 구성하고 도로건설 반대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다. 계양구에서도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 조성에 함께 했던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렇듯 앞으로 서부간선수로 도로건설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 상황에선 시가 도로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그동안의 상황을 지켜봤을 때 시가 도로 건설을 강행하려한다는 모습을 지울 수 없다. 시는 이번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도로건설을 강행하다간 지역주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박종혁 부평구의회 의원은 “인천시가 도로를 내면서 친수공간을 함께 구축한다고 하지만, 물을 어떻게 흘려보낼지, 친수공간을 어떻게 조성할지,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며 “일단 도로를 만들고 나서 친수공간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 정말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면 도로건설 계획을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물길을 메워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지 말고 굴포천과 연계해 서부간선수로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태그:#서부간선수로, #인천 하천, #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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