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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대숲의 향기에 이끌려 가는 길.
▲ 장안사 가는 길, 대숲의 향기에 이끌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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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어느 산이나 좋지만,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달음산과 불광산 두 곳 중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장안사의 달마상이 유명하다고 해서 이를 구경하고 불광산 등산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해운대 역 앞에서 기장 행 181번 시내버스를 타고 기장 시장에 내려, 장안사로 가는 마을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오랜만에 가문비 나무가 서 있는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 기다리는 재미도 괜찮았다. 먼지 폴폴 날리는 시골 마을버스를 타고 달려본 지 얼마 만인가.

시골 마을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와 마을버스에 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정겹고 구수했다. 장안사로 가는 길가에는 큰 개울이 있어, 콸콸 시원하게 흐르는 그 물소리가 가히 시적이라 장안사 당기도 전에 주위 경관에 취하였다.

달마가 있는 대숲을 찾아서

입상 좌상이 모셔진 곳
▲ 한국불교 선종의 초석이 되어온 달마대사의 입상 좌상이 모셔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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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장안사는 명산의 정기와 옛 선승들과 함께 현세의 스님들의 참 수행처이다. 화엄세계의 깨달음을 향해 법등을 밝히는 수행 도량 장안사. 이곳은 한국 불교 선종의 초석이 되어온 달마대사의 입상과 좌상이 모셔져 있다.

"무엇때문에 달마조사는 서쪽에서 왔습니까?(如何是祖師西來意)"하고 묻는 한 스님의 질문에, "뜨락의 측백나무이었다(庭前相樹子)"라고 조주(趙州)는 대답하였다 한다.

이 선(禪)문답처럼, 달마상이 있는 장안사의 대숲소리는 파도소리 같기도 하고 죽비로 때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아니 중국 숭산 소림사의 스님들이 천하가 혼란에 빠져 양민을 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무술을 연마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곳에 나무가 있기 때문...
▲ 달마대사 서쪽에서 온 이유는... 그곳에 나무가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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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 단청과 탱화의 뛰어난 화엄미

극락전의 아름다운 탱화
▲ 천년고찰 장안사 극락전의 아름다운 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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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저승은 극락과 지옥으로 구별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극락에 왕생하고자 한다. 절에서 명부전과 시왕전, 극락전 등이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러한 극락에 대한 염원이다.

장안사의 경내는 청정 수행의 도량인 만큼 절이 검소하고 그 느낌은 마치 승의처럼 수수하다. 그러나 장안사의 극락전은 화려하다. 오색 아름다운 단청과 탱화가 그려진 극락전, 처마끝은 날아갈 듯하고, 이곳에는 열반의 와불상이 모셔져 있다.

불기 2535년에 진신사리 7과를 봉정받아 3층 석탑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이 진신사리는 불기 2523년 혜명선사께서 태국에서 모시고 오신 거라 하는데, 불기 2543년 부처님 진신사리 3가를 봉정 받아, 극락전 와불, 부처님 옷 안에 봉안하고 있다고 한다.

일주문을 나와 앞산을 보면 불광산 끝자락의 바위의 형상이 삼존불을 연상케 한다.
▲ 장안사 일주문을 나와 앞산을 보면 불광산 끝자락의 바위의 형상이 삼존불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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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계의 일주문 속으로

어느 절이나 일주문은 있다. 절 입구의 첫 문을 일주문이라 이르는데, 이곳의 일주문은 기둥이 넷이다. 대개의 일주문은 기둥이 두 개이다. 장안사의 일주문은 역학적으로 중심의 힘을 이용하여 절대의 건축미를 살린 특유의 양식이라고 한다.

'일주문'의 뜻은 우주 만유를 일심의 표현으로 해석하면 쉽겠다. 이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불교의 본질과도 상통한다. 절을 찾는 나그네들은 이 일주문을 통해서, 속계(俗界)를 벗어나, 진계(眞界)의 성(聖)속으로 입성하는 것이다.

아이를 못낳는 사람들이 배를 만지면 다산한다 하여 많은 관광객이 만져 까맣게 변했다.
▲ 포화대상 아이를 못낳는 사람들이 배를 만지면 다산한다 하여 많은 관광객이 만져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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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
▲ 우리의 고유 신앙 산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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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교 문화의 모태는 산신각 신앙

각 사찰에는 우리의 고유의 신앙인 산신 신앙과 습합된 산신각이 있다. 대웅전 옆에 위치한 장안사의 산신각…. 우리 고유의 토속 신인 산신과 호랑이를 모신 곳. 호랑이는 인간의 효행에 감동하여 인간을 돕거나, 인간의 도움을 받으면 은혜를 갚는 영물로 알려졌다.

이러한 영물의 호랑이의 모습은 아버지의 묘소에 가는 효자를 등에 실어 나르거나, 은혜를 갚기 위해 효자하는 효자를 지키며 은혜를 갚기 위해 효자에게 좋은 묏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 호랑이가 산신을 보좌하며 인간의 길흉화복 관장하는 현존의 '산신각'의 신앙은, 한국 토착 신앙과 불교문화 융화와의 정착이라 할 수 있겠다.

계(戒), 정(定), 혜(慧)를 닦는 노력의 향기로 이루어진 결정체라고 한다.
▲ 금강명경에 의하면 사리는 오랜 세월 계(戒), 정(定), 혜(慧)를 닦는 노력의 향기로 이루어진 결정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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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념물 제37호로 지정된 장안사 대웅전

장안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창건 당시에는 쌍계사라 부르다가 그 후 애장왕이 다녀간 후 '장안사'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그 후 임진왜란으로 불탄 것을, 인조 16년에, 대의대사가 중건했다고 한다.

장안사의 경내에는 대웅전,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 등이 있다. 이 대웅전에서 기도를 드리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 진다, 하여 전국 불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웅전은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37호로 지정되었다. 장안사는 1400년 된 천년의 고찰이다.

그 소원 하나는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
▲ 장안사 대웅전와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 하나는 이루어 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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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설화적인, 달마대사의 생애

중국 선종의 개종으로 일컬어지는 달마대사의 선법은, 끊임없이 수행하고 노력하면서도 수행과 노력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 심오한 반야의 공관(空觀)에 투철한 것이라 한다. 착실하고 구체적인 현실의 행동을 지시하는, 그의 엄명한 가르침에 반해, 달마대사의 생애는 매우 설화적이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선정에 든 그가 잠들어버린 것에 화가 나서 자신의 눈꺼풀을 잘라내 버렸는데 그 눈꺼풀이 땅에 떨어져 자라, 최초의 차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선사(禪師)들이 선정 중에 깨어 있기 위해 차를 마시는 것은 이에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의 음성은 바위를 뚫고 솟는 물소리 같다. '박희진'의 '불상' 중
▲ 그의 둘레엔 항시 원시의 바닷내가 풍기다 그의 음성은 바위를 뚫고 솟는 물소리 같다. '박희진'의 '불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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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의 바람 소리가 시원하지만, 경내를 빙빙 도는 마음은 뭔가 찾기 위해 왔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은산철벽에 든 스님들의 목탁소리와 예불소리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다정은 여기 와서 병이 된다. 산 속 깊이 우는 새소리 듣는다. 산 그림자는 길을 넘어섰다. 내 짧은 그림자 밟으며, 총총히 불광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밤들자 관음전에
구슬픈 예불소리
그 소리 끊인 뒤엔
중도 부처도 잠이 들고
깊은 밤 나와 달과 산접동
셋이 잠을 못든다.

- 이은상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1일 다녀왔습니다.



태그:#장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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