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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는 그 어떤 국가도 자기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해결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는 냉혹한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같은 중견국가도 우리 문제에 관한 한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2월 29일 이임한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의 말이다. 역대 외무장관 가운데 이런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할 정도로 감명 깊은 말이다. 이는 분명히 대미편중외교를 내비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관과는 매우 대조적인 견해다.

 

우리가 미국의 연향권에서 벗어나 살기 어렵다는 것은 우리의 주어진 현실이다. 그렇다고 미국에 맹종하는 것은 우리 이익을 지키는 길이 아닐 수 있고, 긴 눈으로 보아 미국자신의 이익에 부합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자기 이익에 맞게 주변국과의 외교정책을 설계하고 미국에게도 설득해야한다.

 

그런데 역대 외무장관들은 이런 원칙을 경시 내지 무시하고 미국이 하자는 일이면 무조건 추종하는 굴욕적 자세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는 미국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송민순 전장관은 그런 면에서 예외적 존재로 손꼽히고 있다.

 

대미추종외교가 미국 자신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 하나의 좋은 예는 북핵문제의 그 동안의 엎치락 뒤치락 과정 속에서 여실히 추적해 볼 수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일체의 대화를 거부해왔지만, 작년의 9.13합의 이후 북핵의 불능화를 전제로 외교적 대화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꾸준히 미국을 설득했고, 그것이 북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송민순 전 외교장관이 말한 대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같은 중견국가도 우리 문제에 관한 한 강대국 중심의 세계질서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다.

 

사실 한반도의 주변국가 중 어느 나라도 한반도의 통일에 관심이 희박하다. 현상고착이 자기들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에 생을 위탁하고 사는 우리의 입장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왜 필요한가를 꾸준히 주변국들에게 설득해야 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주변 강대국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설득해야한다.

 

송민순 전 장관이 말한 대로 우리는 한반도가 왜 통일되어야 하며, 통일한국이 어느 국가에도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주변국과 공동의 비젼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은 한반도에서 우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그 연후에 한반도의 남북이 영세중립을 성언하고 그것을 주변국들이 다 함께 승인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장기적인 비전을 주변국들과 공유하고 꾸준히 그런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밀고나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민족이익과 합치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2004년 12월 한국의 전직 총리들로 구성된 국가원로회의가 대통령에게 제출한 거의서가 지적한바 있다.

 

송민순 전장관이 강조한대로 좀더 자주적인 입장에서 우리의 민족이익을 주변 강대국들에게 강조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공동의 비젼을 공유하는 외교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송민순 전 외교장관#이명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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