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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2004년 민·관이 함께하는 인천광역시하천살리기추진단을 발족해 굴포천·승기천·장수천·공촌천·나진포천 등 지역의 하천들을 살리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도 진행 중이다.


인천시가 굴포천과 함께 부평구 삼산1동과 계양구를 거쳐 있는 물길 중 하나인 서부간선수로(삼산농수로) 일부 구간을 매립하고 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자 하천살리기 정책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장제로 구간의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경인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도로건설 반대 측은 환경과 삶의 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부에 우회도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인천시가 도로와 친수공간을 함께 건설하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매립도로와 다름없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또한, 도로건설과 관련 관할 구청인 부평구와 계양구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주민 사이에서도 찬·반의견이 나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서부간선수로의 가치와 도로건설을 둘러싼 논란 등을 2회에 걸쳐 다시 되짚어보려 한다. <기자 주>

 

서부간선수로,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놀이터

 

삼산1동에는 아이들이 ‘똥강’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삼산농수로라고도 불리는 서부간선수로의 부평지역 구간을 아이들이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똥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원래 서부간선수로는 1924년 한 강토지개량조합(한강수리조합)이 한강의 물을 김포평야(당시 부평평야는 김포평야의 일부에 해당함)의 논에 퍼 올려 넓은 농경지에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파놓은 인공수로다.

 

서부간선수로는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신곡양·배수장에서 시작해 계양구 서운동과 병방동을 통과한 후 삼산1동까지 이어진 총 12㎞, 하천 폭 11m 규모의 물길이다.

 

서부간선수로가 냄새 나고 더러운 이유는 농번기를 제외하고 평상시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이어서 하천바닥에 오니 등 침전물이 쌓이고 고르지 못한 하천면으로 인해 일부 고여 있는 물이 썩기 때문이다.

 

삼산1동 구간의 경우 삼산2동의 택지개발로 청천천과 이어지는 물길이 끊겨 물이 고여 있는 데다 인근의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하수로가 곳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곳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름의 경우 각종 해충들과 고약한 냄새로 인근의 주민들은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부간선수로는 이런 불만들에도 인근주민들의 삶에 휴식처로써의 기능도 톡톡히 하고 있다. 얼음이 얼면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썰매를 타며 놀기도 하고, 날이 좀 따뜻해지면 어른들은 낚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더불어 녹지공간이 부족한 삼산1동 주민들에게 서부간선수로는 산책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서부간선수로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물길을 따라 많은 물고기들이 함께 올라온다. 하류부로 갈수록 이들을 먹이로 하는 쇠백로 등 조류와 갈대 등 수생식물도 번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산1동 구간의 서부간선수로에도 잉어·붕어·가물치·물뱀 등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고, 봄이 되면 백로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 냄새가 나긴 하지만 아직은 자연생태가 살아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에 삼산1동 주민들은 이곳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해왔다. 2005년 삼산동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낚시·그림그리기·연날리기대회 등을 열기도 하고, 서부간선수로 주변 청소와 꽃 심기 등의 활동을 벌였다. 2006년 1월에는 부평지역과 계양지역의 환경·시민단체들과 함께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단체협의회(준)’를 만들어 서부간선수로 전 지역의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활동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노력에도 ‘부평구 삼산1동 청천로~계양구 서운동 봉화로’ 구간은 1996년 인천시의 도시계획 상 도로로 결정된 이후 시나 구 차원에서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이 지원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계양구 구간 생태공원으로 조성 중... 김포도 매년 축제 열어

 

부평구와 달리 이미 서부간선수로의 활용가치에 대해 고민해왔던 계양구는 도로계획이 있는 구간을 제외하고 구비와 시비 6억원을 들여 계양구 ‘서운공원~경명로’ 구간에 산책로를 조성, 수질개선을 위한 수로바닥 및 법면준설 공사 등을 2006년 5월경 마무리했다.

 

또한 다음 달부터 계양구는 서부간선수로 ‘서운사거리∼용종사거리’ 구간을 생태공원으로 꾸미는 사업예산으로 국비 23억원과 시비 40억원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계양구는 이 구간을 서울 청계천과 같은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계양구에 따르면, 한국농촌공사가 올해 안으로 수로 정비 사업을 마무리하면 계양구는 공원조성 공사에 들어가 폭 6.5m인 수로 양측의 1500m 구간에 벚나무길, 음악분수, 생태관찰데크, 물놀이 체험시설 등을 짓는다. 또한 조깅코스와 간이 운동시설도 설치하고, 수로 중간에는 징검다리를 놓을 예정이다. 계양구는 수로에 항상 물이 흐르고 서운체육공원과 연계해 자연친화적인 조깅 및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계양구 시민단체들도 서부간선수로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계양봉사단·새마을운동본부 계양지회·인천연대 계양지부 등은 서부간선수로 주변 청소와 연꽃심기, 환경감시활동을 해왔다. 한편, 경기도 김포시도 매년 9월 ‘김포농수로뱃길축제’를 여는 등 서부간선수로를 생명의 학습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도심 바람길·생태공간으로 기능

 

도심에서 하천은 메마른 도시에 적당한 물기를 제공하고 오염된 대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바람길 역할을 할뿐 아니라, 생명체의 서식처이자 이동통로다. 또한 인근 주민들에게는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친수문화공간으로 기능도 한다. 도심에서 하천의 가치는 같은 면적의 도로나 주택과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부간선수로도 마찬가지다.

 

2005년 10월 <부평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부평지역은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 이는 도시의 상당부분이 아스팔트 등 불투수성 포장으로 덮여 있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바람길이 막혀 열섬화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시 ‘생태도시구현을 위한 부평구 공원녹지 기본계획’ 용역연구를 맡은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도심 안의 녹지 확보와 굴포천 복원 등을 통한 바람길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4월 홍미영 의원실이 개최한 ‘인천지역 녹지실태와 개선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도로개설로 인해 인천지역의 녹지축 절단이 심각하다는 의견과 함께, 인천발전연구원의 권전오 박사는 부평구와 계양구를 잇는 서부간선수로가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는 연결녹지로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부간선수로에 도로개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청계천 구간은 10.84㎞로 공사비 3600억원, 굴포천 구간은 13.66㎞로 공사비 400억원 등이 들었지만 서부간선수로는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비용으로 생태하천을 조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공사에 따르면 서부간선수로 12㎞ 구간에 시설보수비 12억원 연간 유지비 8억원으로 다른 하천처럼 3~4년 공사할 필요없이 1년이면 충분히 생태하천으로 조성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린 내용입니다.


태그:#서부간선수로,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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