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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가리(吉野ケ里)와의 인연

야요이 시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요시노가리 역사유적
 야요이 시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요시노가리 역사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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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6일부터 12월 2일까지 국립 중앙박물관은 기획특별전 ‘요시노가리, 일본 속의 고대 한국’ 전을 개최했다. 당시만 해도 요시노가리 유적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이런 게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스쳐지나갔다. 그러다가 내가 참여하는 역사문화 연구단체인 ‘예성문화연구회’가 금년의 해외답사지를 큐슈로 정하면서 요시노가리가 다시 내 눈에 들어왔다.

다시 국립 중앙박물관 사이트(www.museum.go.kr)에 들어가 보니 전시회는 이미 끝났고, 큐레이터들이 전시 당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던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월 17일자 ‘큐레이터와의 대화’ 안내책자를 보니 그 중에 ‘한일 문화교류전 - 농경문화의 일본 전파’라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단 네 쪽의 글로 왜국에 벼농사가 전해지면서 야요이(彌生)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요시노가리 역사공원 지도
 요시노가리 역사공원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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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야요이 문화와 요시노가리 역사유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접하게 된 자료가 “한일 문화교류, 한반도와 일본 규슈”라는 학술 심포지엄 자료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이건무 교수의 ‘한일 선․원사문화와 요시노가리 유적’과 시치다(七田忠昭) 상의 ‘요시노가리 유적 - 사가평야에 꽃 핀 한반도 문화’라는 글이었다. 이 글들을 통해 요시노가리 역사유적이 가지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도를 통해 요시노가리 유적의 정확한 위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시노가리는 후쿠오카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로, 행정구역상 사가현 칸자키시 요시노가리초(吉野ケ里町)에 속해 있다. 지도 상으로도 후쿠오카 현의 하카다 만이나 사가 현의 가라츠(唐津) 만을 통해 들어온 도래인(渡來人: 한반도에서 건너 온 사람들)이 치쿠고(筑後) 강의 북쪽 평야지대에 자리 잡았는데, 그 지역 중 하나가 요시노가리평원임을 알 수 있었다.      

구마모토 교육위원회와 수준 맞추기

구마모토에서 만난 무사와 기모노 입은 여인들
 구마모토에서 만난 무사와 기모노 입은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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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는 큐슈의 한가운데 있는 현의 이름이자 현청이 있는 중심도시의 이름이다. 인구가 66만7800명으로 큐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이곳 구마모토 교육위원회와 충주의 예성문화연구회는 또 다른 인연이 있다. 지금부터 3년 전 구마모토 교육위원회가 임진왜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탄금대 전투가 벌어진 충주시와 학술적 교류를 했으면 하는 제안을 받았다. 쉽게 말하면 양 도시가 파트너 관계를 맺고 구마모토와 충주에서 1년에 한 번 교대로 학술대회를 갖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이 처음 예성문화연구회에 들어왔고, 함께 학술활동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경비였다. 우리 예성문화연구회는 사단법인으로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문화원으로 바뀌었고 한 2년간 행사를 치러왔다. 그런데 문화원이 경제적인 기반은 있지만 학술적인 기반을 갖추지는 못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중요한 것은 항상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구마모토성 덴슈카쿠(天守閣)의 모습
 구마모토성 덴슈카쿠(天守閣)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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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파트너 관계를 문화원에서 예성문화연구회로 바꾸자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금년부터는 구마모토 교육위원회와 우리가 행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약속이 이루어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구마모토를 답사하는 일은 상대방의 현황을 파악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니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회에 겉이나마 구마모토를 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구마모토는 또한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를 침범하면서 왜군을 이끈 세 명의 대장 중 하나인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인진왜란 이후 성주가 된 도시로 유명하다. 더욱이 1601년에 쌓기 시작하여 1607년 완성한 구마모토 성은 구마모토의 상징으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구마모토 성은 이번 답사에서 우리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곳이다.

또 하나의 기대, 조선통신사 유적

조선통신사 행주도(行舟圖)
 조선통신사 행주도(行舟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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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년 여우길이 이끄는 504명의 회답 및 쇄환사 행렬이 쓰시마 섬을 거쳐 일본의 본토인 아카마가세키(赤間關)에 발을 디딘다. 당시 이들 사신의 목적은 조선과 일본의 국교를 회복하고 일본으로 끌려 간 포로들을 데리고 오는 일이었다. 이후 조선통신사로 이름을 바꾼 우리 사절단은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일본을 방문한다. 이들 통신사들이 일본의 본토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배를 댄 도시가 바로 아카마가세키이다.

아카마가세키의 현재 이름이 바로 시모노세키(下關)이다. 시모노세키는 혼슈(本州)의 가장 서쪽 야마구치(山口)현에서도 서쪽 가장 끝에 있는 항구도시이다. 우리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탄 배도 이곳 시모노세키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번에 꼭 조선통신사의 흔적을 찾아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조선통신사들이 머물렀던 아미다지(현재: 아카마진구)
 조선통신사들이 머물렀던 아미다지(현재: 아카마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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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작년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들어간 지 40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조선통신사에 대한 연구 책자들이 많이 나왔다. 그 중 대표적인 책이 (사)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에서 펴낸 <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서>(2007)와 나카오 히로시(仲尾宏)가 지은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 조선통신사 이야기>(2005)이다. 이들 두 책은 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 현장을 답사하면서 얻어진 지식을 토대로 만든 학술서이며, 역사 기행서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 지난해 조선통신사에 대한 공부를 했고, 그 일환으로 히로시마의 구레(吳) 시에 있는 시모가마가리지마와 후쿠야마(福山) 시에 도모노우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를 통해 조선통신사에 대한 현장감을 익혔고, 이번에 시모노세키 시의 단노우라(壇之浦)를 방문, 또 한 번 현장경험을 쌓을 생각이다. 이러한 현장 경험이 쌓이면 조선통신사의 옛길을 따라가는 또 하나의 학술 기행서를 낼 수 있을 테니까.

북 큐슈 역사 탐방을 위한 준비

시모노세키 카이쿄유메 타워
 시모노세키 카이쿄유메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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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탐방은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다. 그러나 오고 가는 이틀을 빼면 실제 답사는 삼일이다. 삼일 동안 큐슈의 북부를 제대로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유산이 넓은 지역에 분포, 옮겨 다니는 데만 시간의 절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은 좀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유산들을 보기 위해서다.

이번 북 큐슈 여행의 출발점은 시모노세키이다. 시모노세키에서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시로 들어가 다자이후 덴만구를 보게 된다. 다자이후란 우리말로 태재부(太宰府)이다. 태재부란 지역을 다스리는 큰 부서가 있던 곳으로 1300년 전에 큐슈 지역을 다스리는 관청이 처음 이곳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덴만구 옆에 있는 큐슈 국립박물관을 볼 예정이다.

다음에는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을 보게 되는데 이번 답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요시노가리 유적을 보고 나서는 서쪽 방향으로 이동해 아리타 시에 있는 이삼평 유적과 도자기를 감상한다. 그리고는 하라즈루에서 하룻밤을 묵고 구마모토로 가는 길에 후나야마 고분을 답사한다. 후나야마 지역은 선사시대 주거유적과 역사시대 고분유적이 공존하고 있는 재미있는 지역이다.

아리타에서 만난 매화꽃
 아리타에서 만난 매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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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야마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구마모토 시가 나온다. 이곳에는 일본의 3대성이라고 일컬어지는 구마모토 성이 있다. 이것도 이번 답사 대상이다. 사실 구마모토에는 아름다운 현대건축도 많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답사는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구마모토를 보고 나서는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아소산으로 이동한다. 아소산은 현재도 화산활동을 하는 활화산이다. 이날 밤은 아소산이 한눈에 올려다 보이는 아소시에서 묵게 된다.

아소에서 벳부로 이어지는 길은 1330m 고개를 넘어가는 말 그대로 하이웨이(Highway)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큐슈의 동쪽 지역인 오이타 현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유후인, 벳부 그리고 우사에 들를 예정이다. 유휴인과 벳부는 온천 도시로 유명하고 우사에는 신궁이 있어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벳부에서부터는 큐슈의 동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여 시모노세키에 닿는다. 이곳 시모노세키에서는 1600년대 초에서 1800년대 초까지 이곳을 방문했던 조선통신사 유적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번에 답사하는 큐슈 지역이 후쿠오카, 사가, 구마모토, 오이타의 4개 현이다.

아소산 풍경
 아소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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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큐슈 북부의 역사유적을 답사했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곳이 요시노가리 유적과 후나야마 고분 그리고 구마모토 성이다. 이들은 모두 한반도와 관계가 있는 유적이다. 그리고 아소와 벳부에 들러 일본의 화산과 온천을 살펴보았다.



태그:#큐슈 북부, #요시노가리 역사유적, #구마모토 성, #조선통신사 유적, #화산과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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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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