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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별 수 없는 여자였다. 두피 손상으로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머리에 뒤집어쓴 매력적인 생머리 가발과 예쁜 분홍색 머리핀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여자로 만들었다. 그린닥터스 회원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목걸이는 그녀를 순식간에 멋쟁이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2월 25일 저녁 7시 30분, 부산 진구 부전동 부산롯데호텔 건너편 서면메디칼정근안과 지하 소강당에서는 한국과 중국간의 작지만, 소중한 모임이 열렸다. 국제 평화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 재단(이사장 박희두)이 지진 때 화상으로 얼굴을 잃은 한 중국여인을 위해 마련한 송별행사였다.

 

이날의 주인공인 위홍(39)씨는 7살이던 1975년 중국 심양 대지진에서 입은 화상으로 피부가 녹아내려 눈과 입이 닫히고 손가락 일부와 귓불이 없는 모습으로 살아오다, 지난해 중국 의료봉사에 나섰던 이 단체와 만나 한국에서 안면과 손가락 성형수술을 받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그린닥터스 박희두 이사장과 정근 상임공동대표, 오무영 외국인이주노동자진료단장 등 그린닥터스 회원들과 윤종구 브니엘학원 이사장, 김태영 백양로교회 목사 등이 참석했고, 또 위홍씨의 한국진료를 위해 6개월간 통역봉사를 한 중국인 유학생 2명(신라대 재학)이 위홍씨의 귀향길을 축하했다.

 

위홍씨는 그린닥터스와 부산시의사회, 부산센텀병원 등으로부터 송별 성금 2400달러를 비롯하여 이불, 옷 등 선물을 푸짐하게 받았다. 성금 2400달러면 위홍씨 부부가 10년 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액이라고 그간 이들 부부를 돌봐온 한 여성 전도사가 귀띔했다. 이들 부부의 한 달 생계비는 1만원 정도면 족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위홍씨를 감동하게 만든 선물은 부산시의사회가 준 노트북이었다. 위홍씨 부부에게는 14살 된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노트북이었단다. 지난해 8월께 정근 그린닥터스 상임공동대표 일행이 위씨를 한국에서 치료하기 위해 데려오면서 ‘나중에 한국에서 무엇을 가장 선물 받고 싶으냐’고 묻자, 망설이지 않고 “노트북”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위씨는 이날 박희두 부산시의사회장으로부터 노트북을 선물 받고는, “어서 빨리 중국에 가서 아들과 함께 이 노트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다”며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위씨 부부는 또 “한국사람, 특히 한국의사들의 사랑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들도 앞으로 한중 우호증진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위홍씨 부부를 지난 6개월동안 진료한 정근 그린닥터스 상임공동대표는 “요즘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신성장 동력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뛰어난 제품과 기술이 성장엔진이 아니라 봉사야말로 진짜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의 그린닥터스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평화봉사단’과 같이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홍씨는 남편 진언원(43)씨와 함께 2월 26일 오후 3시 30분 김해공항을 통해 중국 심양으로 출발했다.


태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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