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즈마을펜션의 설경
 재즈마을펜션의 설경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지난 2월 12~15일 제주의 봄을 찾아 동생 양수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났다. 제주 여행의 둘째날인 13일 오전 재즈마을펜션에서 일어나 한라산 눈꽃산행 채비를 하던 우리는 아침 뉴스에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폭설로 인해 한라산을 관통하는 1100도로가 통제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펜션 주변은 흰 눈에 덮여 온통 하얗게 변한 가운데 계속해서 이틀째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펜션의 설경을 카메라에 담은 후 기상악화시 취재 후보지였던 여미지식물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여미지식물원은 동양 최대 규모의 온실식물원으로 알려져 있어서 폭설이나 폭우시에도 관람에 큰 문제가 없다. 중문단지로 향하는 도로변에 눈이 수북이 쌓여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덤장 중문점에서 보말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오니 눈발은 약하지고, 도로의 눈이 거의 녹은 상태라 한결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식물원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다시 눈발이 거세지고 있었다.

여미지식물원은 1989년에 개장한 식물원으로 한때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해오다 2005년부터 부국개발이 인수해 운영 중이다. 식물원 전체 면적은 약 11만 2천 평방미터에 이르며, 온실은 약 1만3000평방미터 규모이다. 온실에 약 13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야외에는 1000여 종이 식물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

여미지식물원은 SBS 일일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가 이태리정원과 잔디광장, 레스토랑 '더 블룸'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수생식물원에 만개한 열대 수련
 수생식물원에 만개한 열대 수련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매표소를 지나 온실식물원에 들어서자 이내 눈이 그쳤다. 우리는 서둘러 38m 높이의 전망타워부터 올라갔다. 식물원의 설경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눈덮힌 풍경은 만날 수가 없었다. 한라산 정상쪽은 흰눈을 이고 있을 게 틀림없는데, 애석하게도 짙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중문관광단지 너머의 바다쪽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식물원 주변을 카메라에 담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와 온실식물원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중앙홀과 물의 정원, 선인장 정원, 열대 정원, 열대과수원 등 5개의 정원은 따뜻한 가운데 수많은 생명들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온실중앙홀의 드넓은 공간은 엘리베이터가 함께 걸려야 아름답게 잡힌다. 미리 구도를 잡고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여미지식물원의 온실 중앙홀
 여미지식물원의 온실 중앙홀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5개의 정원은 열대, 아열대 식물들이 이국적인 풍취를 자아낸다. 그중에서도 물의 정원이라 불리는 수생식물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열대수련들이 물 위에서 우아한 자태로 꽃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우리 연꽃과는 조금 다르지만 화사한 빛깔이 감동적으로 와닿아 오랜시간 사진촬영에 열중했다. 폭설로 변경된 일정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여미지식물원의 애기동백
 여미지식물원의 애기동백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가늘게 눈발은 계속되었지만 야외공간도 한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기대했던 매화는 이미 만개 시기를 지나 지려고 하는 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꽃이 얼어서 제 색깔을 내지 못했다. 눈에 덮힌 말그대로 설중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으나 눈은 이미 다 녹고 없다.

그대신 애기동백의 선홍빛 자태가 눈길을 끌었다. 애기동백을 담고는 나오려다가 뒤쪽으로 한바퀴 돌기로 했다. 이제 햇빛이 쨍쨍한 가운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다른 곳은 꽃이 별로 없었지만 한국 정원과 일본 정원에서 의외로 많은 꽃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동백과 매화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하는가 싶더니, 많은 야생화들이 꽃을 피워올린다.

일본정원에 매화가 만발했다.
 일본정원에 매화가 만발했다.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봄꽃인 수선화와 가을꽃인 벌개미취가 함께 꽃을 피워 눈길을 끈다
 봄꽃인 수선화와 가을꽃인 벌개미취가 함께 꽃을 피워 눈길을 끈다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수선화가 하얀 꽃을 피워올리며 무리지어 늘어선 풍경이 신선하게 와닿았다. 그런데 수선화 무리 사이로 가을꽃이 보였다. 국화과의 보랏빛 꽃을 피워내 눈길을 끌었다. 식물도감을 통해 확인해 보니 벌개미취로 보인다. 봄과 가을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어 변덕스런 제주 날씨에 꽃이 착각한 모양이다.

눈 위에 복수초가 꽃을 활짝 피웠다
 눈 위에 복수초가 꽃을 활짝 피웠다
ⓒ 김정수

관련사진보기


일본정원의 매화꽃 뒤로 전망타워가 한눈에 잡힌다. 정원을 돌다보니 필자가 그토록 찍고 싶었던 복수초도 보였다. 한라산에서 눈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를 담고 싶었는데, 4일간의 여행에서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복수초 주변에 약간의 눈이 쌓여있어 그나마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복수초는 꽃 자체가 열을 내면서 눈을 녹이면서 올라오는 식물로 복을 가져다 준다고 해서 복수초라 불린다. 앉은 부채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우리 들꽃이다. 마지막으로 복수초를 카메라에 담고는 식물원을 빠져나와 영화 <디워> 촬영지인 정방폭포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관람문의 : 064-735-1100, www.yeomiji.or.kr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태그:#여미지식물원, #제주, #여행, #봄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