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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 기업으로 대변되는 삼성의 <한겨레> 광고 탄압이 시작된 지 4개월에 접어든다. 광고로 먹고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언론이 자본 권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도 삼성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 물론 <한겨레>와 <경향>도 그에 굽히지 않고 있다. 과연 이번 사태로 언론은 자본에 잠식해버릴 것인가. 언론과 자본 유착에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될 것인가.

 

 

현재 삼성의 광고 중단 사태를 과거 동아일보 사태와 비교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가 22일 프레스센터에서 마련되었다.

 

‘삼성광고 중단’ 사태로 본 자본권력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번 토론회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이대근, 곽정수씨가 참석했고, ‘동아일보’ 사태의 산 증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전 위원장인 문영희씨, 삼성과 언론 문제에 적극 대처한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대표 김서중 교수, 참여연대 협동 사무처장 박원석씨도 참여했다.

 

삼성을 '리바이어던', 언론을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든 장본인은?

 

발제자인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당장 입에는 단 음식이 끌리듯, 큰 광고에만 집중을 했고, 작은 기업체들의 광고인 다양한 영양소를 빼앗겼다. 양적 경쟁 치열해지고 나서 작은 안내 광고는 ‘벼룩시장’ '교차로' 등에 빼앗긴 것이다”며 신문이 현재 소수 대기업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원인을 설명했다.

 

<한겨레> 곽정수씨는 “언론은 87년 이후,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이루었으나, 그 후로 자본 권력으로부터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지금은 언론이 자발적으로 자본 권력에 순취하여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로 한겨레나 경향이나 갈림길에 섰다. 좋은 기회로 보고 마약과 같은 자본 권력과 멀어져야 한다. 정당한 광고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 이상 받으려는 것이 문제”라며, 구조적으로 개선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또, “언론 뿐 아니라 사회의 올바른 언론에 대한 지지성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중동의 60~70% 독과점 유지는 국민들 책임“이라고도 했다.

 

경향신문의 이대근씨는 삼성의 정경유착을 비난했다. “삼성은 입법, 사법, 행정에 모두 관여한다”며, "선진국 중에 이러한 구조를 지닌 나라는 없으며, 삼성은 ‘리바이어던’, 언론은 ‘프랑켄슈타인’의 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협동 사무처장 박원석씨는 “삼성과 언론이 특별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서로 이렇게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시스템의 고착화가 문제이다. 이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무한대의 욕망을 펼치려고 하는 것을 막을 국가적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건희 일가가 삼성 볼모로 잡고 있다는 것' 자각해야

 

김상조 교수는 “한겨레와 경향 신문이 필사적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취약한 언론사의 구조와 언론사의 수입원이 대부분 재벌 광고에 의존해 있다는 사실을 볼 때 획기적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입장에 있는 언론사이기에, 향후 대응 방안 역시 언론사 내부는 물론 사회적인 노력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겨레와 경향이 예뻐서가 아니다.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사회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박원석씨의 주장이다. 그는 또, “언론이 자본 권력에 압도된 것이 아니며, 언론 스스로 즐기는 모습처럼 보인다”며, “언론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이진로 교수는 “언론도 이윤 추구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다”며, “시민들의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개혁 과제가 존재한다. 그 중 변화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며, “정치나 언론보다 매일 매일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재벌이 개혁하기 제일 쉬운 곳”이라는 이상조 교수의 대안도 있었다.

 

한겨레의 곽정수씨는 "'삼성 = 이건희'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삼성이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침묵하거나 가리는 것으로 끝내버린다면 결국 삼성을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삼성의 부정을 보도하는 것, 안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보도 안 하더라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리스크가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자정능력이 필요한데, 삼성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건희 일가가 삼성을 볼모로 잡고 있으며, 언론과 대중들에게 어떻게 할 거냐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에 한겨레가 굴복한다면, 언론이 모두 잠식해 버리는 엄청난 반동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1974년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건

 

1974년 12월 16일부터, 각 회사에서 사장의 지시로 광고를 싣지 못한다는 전화가 동아일보에 걸려왔다. 외근 기자들은 25일 백지 광고가 나가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기자총회를 연다.

 

동아일보는 12월 25일 ‘동아일보가 광고 탄압을 받고 있다. OOO기관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라는 기사를 내보낸다. 1월 26일엔 1면 톱기사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광고 탄압이 계속되고 있으며, 배우 책임자는 누군지 모른다’를 걸게 된다. 이 때부터 격려 광고의 문이 열리게 된다.

 

외신의 보도는 빨랐다. 12월 27일에 아사히 신문에 이 사건이 기사화되었고, 1월 6일엔 미국 백악관에서 논평 자료가 나왔다. 한국의 조간지들은 13일이 되서야 움직인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를 필두로 14일엔 중앙일보가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정부측은 1월 4일, 출입 기자의 광고 탄압 질문에 ‘신문사와 광고주 사이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라고만 답했다. 동아일보 광고 탄압은 박정희 정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월 14일에 현역 장교 복장을 한 사람이 일육군중위라는 이름으로 격려금을 주고 가게 되는데, 정부에서 이를 문제 삼아 광고국장과 몇몇 직원을 붙잡아 간다. 이 후 격려광고가 쏟아지게 되고, 격려 광고를 내보낸 사람들에게 메달을 주는 행사를 열어, 젊은 층의 참여까지 끌어내게 된다.

 

하지만, 3년 전 퇴직한 이동욱씨가 필주가 되어 회사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다. 후배 기자들이 선배 부장들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부장들도 12월 25일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며, 현재의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었다며 사건의 무마를 위해 노력했다.

 

3월 8일엔 기획부와 과장부, 출판부를 없애게 되는데, 기자들은 철야농성을 펼쳤으나 철폐는 단행되어 17일 새벽에 쫓겨나게 된다. 이들의 무더기 해고로 동아일보 사태는 일단락 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김혜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삼성 광고 중단, #한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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