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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이다. 비행기 굉음소리를 뒤로 하고 서로가 앞서거니 경쟁대열에 합류한다. 긴 통로를 지나자 몸이 약간 움츠려 든다. 세관 검사를 마치고 공항 출입문을 밀고 나가자 연변임을 몸이 먼저 알아낸다. 추위다. 남쪽의 따뜻한 순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추위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시내까지의 택시 요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미 한국인들임을 눈치채고 있음이다. 지인이 반갑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택시 요금이 10분의 1가격으로 낮추어졌다.

 

어둠에 휩싸인 연변시내 거리엔 설 명절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다.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차로의 중앙 분리대 사이에는 형형색색의 장식품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창문을 연 순간 느껴지는 체감 온도에 동료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눈은 보이지 않는다. 금년에는 딱 한번 눈이 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도로는 예전에 보았던 빙판길은 없었다.

 

기내식에 배가 불렀음에도 지인은 우리를 예약한 식당으로 안내했다. 택시는 조선족이 운영한다는 식당 앞에 멈췄다. 식당에 들어서자 안쪽문 밖에 두꺼운 투명 비닐들이 브라인더처럼 칠렁거렸다. 심한 바람과 눈 때문에 설치된 것이라 했다.

 

식당은 저녁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평상복을 입은 종업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보여주고 따스한 물을 가져왔다. 몸을 타고 도는 따스한 기운이 하품으로 답한다.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하나 나오기 시작했다. 양고기와 쇠고기, 닭고기, 검은 버섯, 새우 등이 한상을 가득 채웠다. 너무나 양이 많아 먹지도 못할 것 같아 그만 가지고 오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소홀히 하는 것은 손님대접이 아니라면서.

 

한국에 있는 아이들이 궁금했다. 전화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서운할 만큼 씩씩했다. 솔직히 조금은 코맹맹이 소리라도 듣길 바랐는데. 그래도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은 벌써 아이들이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밖을 보았다. 멀리서 솟구치는 태양을 바라보며 회색도시라는 느낌이 왔다. 사방에 피어오르는 이산화탄소의 하얀 연기는 난방용 연탄에서 나오는 것이라 한다.

아침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왔지만 8시가 넘었는데도 거리엔 을씨년스러울 만큼 사람들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14억 인구는 다 어디에 있을까”라는 농담을 하면서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상점으로 갔다.

 

오늘 아침은 아무래도 과일로 적당히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변의 지인이었다. 한 손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배 속이 먼저 알아챘다. 감자떡이라 했다.

 

집에 돌아와 추위를 녹일 틈도 없이 감자떡 접시에 둘러 앉아 한 입씩 먹기에 여념이 없다. 연변에서 먹는 감자떡. 속살 가득 팥이 들어 있어서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내음이 입안에 묻어났다.

 

오늘의 일정을 대충 점검하고 나자 마음은 이미 연변의 재래시장을 향하고 있었다.

 


태그:#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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