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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타당성 검토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양운진 경남대 교수 등 전문가 30여 명은 20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간담회는 양 교수와 이찬원·이원제·이은진·안승욱·서익진·김재현·이상길·배대화(이상 경남대), 정상국·조경제·박재현·강재규(이상 인제대), 최광수·김종오(이상 경상대), 도진순·남재우·김명용(이상 창원대), 박현건(진주산업대), 손은일(진주국제대), 옥삼복(한국폴리텍7대학), 안순모·이병인(이상 부산대), 김좌관(부산가톨릭대) 교수와 이상용 (사)시민환경연구소 실장, 한도식 야생동물을사랑하는시민의모임 대표 등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또 이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한 차례 더 모임을 갖고 단체 이름 등을 정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경부운하 찬성․반대 여부를 떠나 그것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연구자 모임으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이미 구성된 '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 경남본부'와 관계 없이 활동하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환경과 경제, 수질, 문화재 등의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이 발제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 때 나온 주요 발언 내용.

 

양운진 교수 "자치단체의 골재 채취권 중앙정부가 가져가"

 

양운진 교수(환경공학)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자료와 발언 등을 토대로 설명했다. 또 양 교수는 ‘대운하’를 독일의 운하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경부운하를 하는데 찬성 측은 경제발전과 물류수송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갑문 11~19개 거쳐 14시간만에 통과한다고 한다. 여러 조건을 따져 볼 때 아무래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인수위 측에서는 골재를 판매해서 8조를 번다고 한다. 얼마 전 창녕군수가 골재를 팔아먹다가 두 번이나 낙마했다. 지금도 전국 자치단체는 골재를 팔아 재정에 충당하고 있다. 그것을 중앙정부에서 다 몰수해 가겠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 일이 아니다. 또 골재를 야적해 놓겠다고 하는데 그 비용도 더 들어 갈 것이다.

 

하상계수를 놓고 보자. 독일의 하상계수는 매우 낮은데 한강과 낙동강은 매우 높다. 독일은 홍수나 가뭄이 거의 없는 정도인데, 우리는 엄청나다. 유량의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 정도다. 

 

물은 식수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운하에는 물을 담아 놓아야 한다. 그러면 물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물이 고여 있으면 오염되는 것은 뻔하다. 계속 준설도 해야 한다."

 

또 그는 "동네마다 화물터미널을 만들어 준다고 해야 자치단체도 동의를 해줄 것이다"면서 "그런데 배는 화물터미널마다 다 서면 언제 가나. 화물선이 터미널마다 다 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안승욱 교수 "내륙지역은 이미 고속도로망 개발"

 

안승욱 교수(경제학)는 경제적 측면에서 경부운하를 분석했다. 그는 "건설비용조차도 10조에서 30조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내륙 저개발지역의 개발을 이야기 하는데, 내륙지역은 이미 제2중부고속도로나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등 고속도로망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발의 방향은 토목공사가 아니라 친환경․지식기반 산업이어야 한다”면서 “경부운하를 건설하게 되면 토지투기 이익 추구의 붐이 조성되어 토지투기에 의한 거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한국의 중부내륙은 자연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며, 경부축 물동량 예측도 수도권과 광역도시 내(부산․대구 등) 구간물동량의 60% 이상은 70km 구간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원 교수 "10시간 넘게 배타고 관광하면 지루하다"

 

이찬원 교수(환경공학)는 수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 대구의 생활하수처리비율이 100%라고 하는데 섬유염색공장의 검은 물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영양화 현상이다. 영양물질이 과다하게 존재하면 생긴다. 부영양화 현상은 물이 정체된 호수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곳이 마산만이며 적조라고 한다. 동해안은 적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도 낙동강은 녹조나 남조 현상이 발생한다. 강에 배를 띄우게 되면 어떻게 되겠나.

 

얼마 전 경부운하와 관련된 토론회가 있어 두 번 참석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모두 찬성 측만 모인 토론회인데 유일하게 반대했다. 찬성 측은 운하가 되면 수질이 개선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강과 낙동강 다 마찬가지로 강에 들어오는 물은 매년 다르다. 강우량 자료를 보면 연 평균 여름과 겨울은 600mm 이상 차이가 있다. 여름에 강우가 집중되어 있다.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조절할 수 있나."

 

이어 이 교수는 “운하 계획에 의하면 충주호와 연결하는 것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충주호도 ‘준영양화’가 진행되어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관광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몇해전 중국 양쯔강에 댐을 건설하기 전에 배를 타고 다녀 본 적이 있는데, 10시간 이상 타고 가니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거기는 협곡도 많고 아름다운 곳이 많은 데도 그랬다, 경부운하는 터널을 3시간 동안 지난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관광객이 이용할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상길 교수 "문화재 발굴 인력도 부족, 절대 불가능"

 

이상길 교수(인문학)는 얼마전 문화재청 등에서 인수위에 보고한 자료 등을 근거로 분석했다.

 

"운하 예정지 주변에 매장문화재 235개소, 지정문화재 118건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매장문화재 분포지도 자체가 상당히 엉성하다. 전문기관에서 만들었지만 몇 해 전 시군단위로 조사할 때 기간도 짧은 데다 대충조사하기도 했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자료다.

 

운하 통과지역 주변은 주로 퇴적층이다. 그런 곳에는 지표상에 드러나지 않는 유적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미터 아래에서 나오기도 한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지표에서 9m나 내려갔다. 잘 보존된 유적일 수로고 찾기가 힘들다. 기본 현황이 잘못됐다."

 

조사 인력 부족도 설명했다. 그는 "발굴한다고 하는데 그럴 인력이 없다"면서 "대학을 제외한 발굴전문 인력은 1000명 정도인데, 그 인력이 1년 안에 다 발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인력이 없어서 발굴을 하려면 8~10개월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지금도 행복도시니 혁신도시니 해서 개발에 앞서 발굴해야 할 곳이 많다. 문화재청은 국립박물관과 통합해서 50명 정도의 발굴단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것으로는 감당이 안될 것이다.

 

운하 찬성 측은 문화재 처리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으로 추후 유적의 수와 발굴대상 면적, 소요시간과 예산, 조사인력 확보 등 여러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몇해 전 경주에서 소년체전 때문에 하수관 공사를 했다. 앞서 발굴이 시작되었는데, 소년체전이 끝나도 발굴이 다 끝나지 않았다. 발굴자들이 놀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만큼 발굴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1년 안에 그 많은 문화재를 발굴한다는 것은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초법적인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것 같다. 현재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모든 개발시행을 할 때 문화재부터 발굴해야 한다. 특별법을 만들어서 간단하게 처리할 문제는 아니다. 현재 인수위의 계획을 보면 낙동강 본류 주변이나 지류에 있는 문화재가 포함되지 않은 게 더 많다."

 

강재규·이은진 교수 "차라리 경부고속도로 2층으로"

 

강재규 교수(법학)는 “정부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다고 계획을 수립해 놓고 나면, 학자나 시민단체들이 다양한 반대운동을 해도 어느 것 하나라도 막아본 적이 없다"면서 "새만금간척사업과 천성산터널, 명지대교 등이 그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을 시도하는 시점에서 더 이상 논의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보태서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단 계획하고 나면, 환경영향평가법이 있지만, 그것은 사업으로 인해 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의 정당성을 담보해 주는 성격이다. 환경영향평가조차 못하게 처음부터 막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 들어가면 막을 수는 없다.

 

물류를 위해서 운하가 필요하다면 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만들어서 일방통행으로 하면 물류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고속도로에, 우리나라 기술상으로 2층으로 짓는 것도 가능할 것이며, 그것이 훨씬 낫다는 말도 있다."

 

이은진 교수(사회학)는 “찬성 측에서는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을 것 같다"면서 "인수위에 있는 사람들도 전문가인데도 왜 하며,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개발의 문제점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이익을 보는가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이익을 보는 사람은 구체적이고 특정되어 있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손해를 보는 사람은 특정되어 있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익을 보는 사람은 조직이 잘 되어 있다"면서 "운하는 4월 총선용으로, 총선 때까지는 밀어  붙일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경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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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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