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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라는 인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1990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통해 각인되었다.

 

건설인 이명박에 해당하는 역할은 배우 '유인촌'이 맡았다. 한마디로 멋있는 역할이었다. 너무 멋있게 보여주었기 때문에 왜곡 편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예컨대, 한 인물이 모든 업적을 이끌어 간 것으로 그리고 있다. 다른 이들은 야망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식하고, 능력이 없으며 국가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장애물이다.

 

기업인 이명박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는 성공 신화를 쓴 경제개발의 역군으로만 보였다. 아직도 드라마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환타지 효과를 낳았다. 거꾸로 드라마의 형상화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

 

유인촌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드라마 <야망의 세월> 때문에 이명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 인연으로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 시 2005년 서울문화재단 대표직을 맡게 된다. 이명박 당선인을 미화한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오늘에 내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명박 코드에 맞지 않았다면 인연이 유지될 수 없었다. 주류 언론들은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코드인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유인촌 내정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 치면 이전 정부의 어느 누구 이상으로 당선자의 코드에 충실하다.

 

또한 그는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에 열심이었다. 대운하 건설에 옹호 홍보 발언을 했다. 대운하 건설은 수많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공사다. 그런데 문화관광부수장이 이러한 견해를 견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문화는 없고 관광의 논리로 운하를 접근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더구나 문화관광부는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정치에 문화를 이용하는 행태도 견제해야 한다. 하지만, 유인촌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문화를 하위 수단화하여 이용할 뿐만 아니라 문화는 문화가 아니라 철저하게 산업과 경제적 효율성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성향에서 벗어난 객관적인 인물이 문화관광부장관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접한 청계천 복원이나 숭례문 전소가 반복될 것이며, 문화재들은 운하 같은 토목공사에 훼손되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더구나 문화계 전반의 정책을 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 검증된 적도 없다. 문화정책에 대한 비전과 실행력을 평소 보인 적도 없다. 단순히 이전 정부의 문화계는 좌파가 장악했다는 식의 허무한 논지가 보일 뿐이다. 좌파가 장악한 적도 없거니와 이념으로 갈라졌다는 논의는 허수아비 전략과 같다.

 

유인촌 내정자는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적인 물갈이 암시다. 이는 최근 일고 있는 문화계의 좌파 청산론의 일환인 것으로 여겨져 우려스럽다.

 

문화계에 좌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좌파 청산이라는 허위의 명분으로 그동안 이루어온 문화계의 진일보한 면까지 과거의 퇴행수준으로 돌려 버릴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벌어졌던 주류 문화계의 구조적인 모순이 더 문제다. 화려한 명분이지만, 밥그릇 챙기기로 문화계를 다시 휘둘리게 만들 수는 없다.

 

어느 문화공연 기획자는 이렇게 말했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바뀌어도 실제로 변화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이번에도 문화관광부 장관은 얼굴마담으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화관광부가 스쳐지나가는 공연극 무대나 드라마 세트장인가.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유인촌, #이명박, #문화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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