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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수를 얻기위한 전투 첫번째 날이 부담스러운 나의 기분을 이해하는 듯 머리에 검은 구름을 이고 밝아온다.
▲ 시랑헌의 아침 암반수를 얻기위한 전투 첫번째 날이 부담스러운 나의 기분을 이해하는 듯 머리에 검은 구름을 이고 밝아온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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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집사람은 장인어른 초상을 치르고 2월 11일 월요일 오후 시랑헌으로 돌아왔다. 수요일 삼우제를 지내려 다시 광주에 다녀온다고 해도 일주일 공가(公暇)를 얻다보니 온전히 5일간의 새로운 시간을 장인어른께서 주신 셈이다.

박씨 아저씨나 전 임야소유자 김씨의 증언에 의해 시랑헌 농장 꼭대기 부근에서 옛 마을의 공동우물터를 확인했다. 이곳에 가보면 산 능선에 가까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늪지대가 형성되어 항상 물에 젖어 있다. 

언젠가는 이 우물을 복원하여 시랑헌 식수로 사용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공사가 너무 방대하고 내 굴착기 실력으로는 너무도 위험한 작업이라 뒤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김 기사의 굴착기 운전 실력이라면 한번 도전해볼만 하다.

험한 작업을 예상한 듯한 굴착기가 운기조식을 위한 기기개를 켠다.
▲ 굴착기의 기지개 험한 작업을 예상한 듯한 굴착기가 운기조식을 위한 기기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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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물을 복원하기 위해서 고려해야할 문제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순수 암반수가 분출되는 암반까지 굴착이 가능한지,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둘째, 지표수 유입 없이 어떻게 암반수를 오롯이 집수통으로 유입시키고 매설할 것인지. 셋째, 300m 이상 떨어진 시랑헌까지 어떤 방법으로 급수관을 처리할 것인지다.

또 암반수를 급수통에 유입시키기 위해 시멘트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 시멘트 성분이 급수통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하고 암반수의 분출량이 일정하여 일년 내내 줄거나 늘어서는 안 되도록 확실히 암반수가 분출되는 입구를 찾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인 암반수가 분출하는 기반암까지 굴착문제는 김 기사의 실력에 관한 문제라 내 권한 밖의 문제이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인 암반수 집수 문제와 집수통 매설, 배수관 처리는 내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시랑헌을 방문한 사람마다 모두 그 의견이  다르다. 

수도관 시공업자가 그래도 나을 것 같아 60만원에 배수관을 연결해주기로 계약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후에 다시 전화하여 암반수 집수통 처리에 관한 복안을 물었더니 그 문제는 자연수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 자기가 관여할 바 아니고 집수통부터 저수조까지 40mm급수관 연결과 시랑헌까지 25mm급수관 연결을 위한 시공이 계약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런 정도면 내가 하겠다는 생각에 계약을 파기했다. 결국 내가 독단적으로 작업과정을 정했다. 첫 번째 암반수까지 착정 문제 전적으로 김 기사 실력에 의존하기로 하고 급수관을 노출할 것인지 매설할 것인지 문제는 내가 제시하는 코스로 1m 깊이로 땅을 파서 4cm 급수관을 매설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김 기사도 내 굴착기의 노후화를 들어 반대했다. 특히 집사람은 나무들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절대반대 입장이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도 없고 반영하자면 결정할 수도 없다. 책임은 내가 진다. 김 기사가 포기한 듯 내가 제시한 코스로 급수관을 매설하기 위한 터파기를 시작한다. 집사람은 입이 튀어나와 나와 말도 안 한다.

내가 선택한 코스로 배관해야만 급수거리도 100m 이상 단축시키고 얼어붙은 자갈밭인 기존도로의 터파기 작업을 피할 수 있다고 아무리 달래도 필요 없다. 나는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나뿐 사람일 뿐이다. 나무 한그루 잘라 내려고 해도 완벽한 설득이 필요한 집사람이다. 편백나무와 고로쇠나무 간벌 때 부딪칠 일이 벌써부터 아득하다.

암반수가 집부근에 도착하면 일단 저수조에 모인다.
▲ 2톤짜리 저수조 설치 암반수가 집부근에 도착하면 일단 저수조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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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통은 맨홀을 사다가 그 안에 넣고 매설하기로 하고 담양까지 가서 1.8톤 맨홀을 사다가 급수관과 배수관의 위치를 정하고 해머드릴을 이용하여 구멍을 뚫고 급수통에도  급수관과 배수관의 연결단자를 설치했다.

이제 구체적인 시공방법이 결정되었다. 우선 작업을 저수조를 기준으로 상단작업과 하단작업으로 나누고 우선 하단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하단 작업은 우선 급수통에서 내려오는 암반수를 시랑헌에 급수하기 위해 일단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저수조의 위치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수조에서 급수관을 2.5cm 관으로 줄여 시랑헌으로 식수를 공급할 관, 저수조에 물이 차면 넘쳐흐를 배수관, 그리고 저수조 청소 때 사용할 배관 작업을 끝내고 저수조를 1/3정도 매설했다.

2통짜리 저수조까지 40mm 주 급수관을 통해 암반수가 모이면 저수조에서 시랑헌의 우물터까지는 25mm 적은 급수관으로 배관한다.
▲ 25mm 급수관 배관 및 매설 2통짜리 저수조까지 40mm 주 급수관을 통해 암반수가 모이면 저수조에서 시랑헌의 우물터까지는 25mm 적은 급수관으로 배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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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m 급수관과 배수로가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우선 급수관을 밑으로 지나가게 매설하고 그 위에 700mm 배수관을 매설하여 배수로를 만들었다.
▲ 배수로공사 25mm 급수관과 배수로가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우선 급수관을 밑으로 지나가게 매설하고 그 위에 700mm 배수관을 매설하여 배수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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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헌까지 급수관이 매설되고 사용한 물이 빠질 배수로까지 배수관이 연결되어야 한다.
▲ 시랑헌의 배수관 연결 시랑헌까지 급수관이 매설되고 사용한 물이 빠질 배수로까지 배수관이 연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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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 배수관을 300m 상부에 있는 암반수가 있는 지점까지 1m 이상의 깊이로 땅을 파야한다.
▲ 굴착기의 배수관 매설을 위한 땅파기 40m 배수관을 300m 상부에 있는 암반수가 있는 지점까지 1m 이상의 깊이로 땅을 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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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랑헌까지 2.5cm 관의 배관을 위해 터를 파고 매설하는 작업이다. 저수조에서 시랑헌까지 약 100m, 집터까지는 140m 정도 된다. 시랑헌까지 급수관 매설은 산 위로부터 흐르는 물의 통로인 배수로를 지나기 때문에 우선 급수관을 매설하고 그 위로 내경지름이 70cm 되는 PVC관을 매설하여 배수로로 사용한다. 또 이 지점은 본 집터로 연결되는 배수관에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T자관을 사용하여 배관하였다.

본 집터 앞까지 2.5cm 관을 배관하고 집터 입구에서 1.6cm 액셀파이프로 축소하여 부동정까지 연결하고 매설하니 암반수 얻기 위한 푸닥거리 절반이 끝났다. 4명의 장정이 이틀 동안에 걸친 작업 결과이다. 굴착기는 오늘까지 5일간 일한 셈이다.

-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암반수를 얻기 위한 험한 작업에 관한 얘기입니다.



태그:#암반수, #우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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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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