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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물음표를 던지는 것일 게다. 궁금한 것에 대해 묻는 것, 이상한 것에 대해 묻는 것이야말로 언론 행위의 출발이자, 어쩌면 끝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정답이 없는 경우, 혹은 당장 답을 내놓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므로.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문제의 핵심을 짚어낼 수 있는 내공을 갖추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다. 더러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종교문제나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문제들을 제기할 때도 그렇지만, 여론의 역풍에 맞설 때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19일) 오마이뉴스에서는 그런 글 한 편을 찾아볼 수 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에 대한 글이 실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명지대 복직을 반대하고 있는 명지대 교수협의회에 관한 글이 실렸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글이다. 정부에 참여한 교수의 '복직기준'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명지대 교수협,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복직 반대

 

조희연 교수는 먼저 김창호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홍보처장으로 재직한 활동을 문제 삼아 김창호 처장의 교수직을 박탈한다면, 과연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 다른 경우에도 이런 기준을 예외 없이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조희연 교수는 김창호 처장의 복직을 반대하는 명지대 교수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세 가지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홍보처장이 추진한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언론탄압이기 때문에 해직돼야 한다는 명지대 교수협의 논리가 타당한지를 물었다. 조희연 교수 스스로 취재지원방안에 대해 "국가 관료들이 '참여정부와 보수언론의 대결' 뒤에 숨어버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언론개혁단체 상당수가 찬성을 하는 등 평가가 갈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기존 기자단에 대한 개혁요구가 있었던 점도 외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둘째, 설령 홍보처장으로 재직 당시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교수가 휴직하고 외부에서 정부 활동을 한 것인데, 그 활동의 문제점을 들어 교수 신분을 박탈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희연 교수는 교수들이 정부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대해 자신은 ‘비판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도 교수들이 정부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계속 늘어날 텐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명지대 교수협의회에 물었다.

 

셋째, 아무리 그렇더라도 한 개인에게 아주 가혹할 수 있는 해직 요구를 인민재판식으로 교수협의회가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를 물었다. 해직은 그 어떤 경우에도 대단히 신중하고, 긴 절차를 통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식적인 절차'를 강조했다.

 

조희연 교수는 교수와 학생의 권리 옹호에 나서야 할 교수협의회가 김처장의 복직을 반대하고 사실상 해직을 촉구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집행부의 '정치적 판단'은 아니었는지를 물었다.

 

조희연 교수는 차제에 교수의 정부 '참여 기준'은 무엇이며, 또 '복직의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혹시 "우리 스스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자"고도 했다.

 

조희연 교수의 문제 지적이 돋보인 이유

 

참여정부는 이제 인기가 없다. 특히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는 더 그렇다. 김창호 처장이나 그 관료들은 정치적 지탄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이 감수해야 할 것도 있지만, 분위기에 편승해 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비방이나 공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명지대 교수협의회가 유독 김창호 처장을 지목해 그의 ‘복직’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희연 교수의 이번 글쓰기가 돋보인다. 그가 굳이 이처럼 글을 쓰고 나선 것은 김창호 처장의 복직 반대 움직임에서 읽혀지고 있는 인민재판식 행태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명색이 교수 사회라는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런 인민재판식 행태는 곧 파시즘적인 테러 행위나 다를 바 없다.

 

어찌 보면 조희연교수가 이런 글을 ‘기고’하기 전에,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이라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미리 쟁점화 했어야 할 사안이 아니었을까 싶다.


태그:#김창호 복직, #명지대 교수협의회, #조희연, #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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