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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승전탑의 층 구분 발코니의 모습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승전탑의 층 구분 발코니의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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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붉은 돌로 쌓은 기둥의 끝이 하늘을 뚫고 있다. 지름 14.32m, 높이 72.5m, 379개의 계단을 이루어진 꾸뜹미나르 승전탑은 세계문화유산에 기록된 인도 델리의 대표적인 유적지이다.

1월 23일(수) 아침에 찾은 인도 델리 꾸뜹미나르 승전탑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이 탑은 붉은 사암과 붉은 대리석으로 쌓여졌다. 총 5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이 탑 아래부터 층층이 새겨져 있고, 코란을 새겨 넣은 기하학적 무늬들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움과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승전탑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승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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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무슬림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힌두교가 지배하던 이곳 델리를 정복하고, 이곳 델리를 거점으로 북인도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무슬림시대가 시작되었다. 이후 델리에서는 다섯 왕조가 나라를 세우고 망하며 모두 35명의 술탄이 권좌에 올랐다고 한다.

이 꾸뜹미나르 승전탑은 인도 최초 이슬람 왕조로 술탄국의 첫 군주이자 노예왕조의 시조인 꾸뜹 웃 딘 에이백이 1193년에 짓기 시작하여 1층을 완성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 뒤 그의 사위이자 후계자인 일투미쉬에 의하여 3개 층을 완성하여 4개 층으로 되었으나 뒤에 벼락을 맞아 4층이 파괴되었다. 그 뒤 피로즈 샤 투클라크(1489-1517년)가 4층을 두 개 층으로 개조하여 5개 층으로 완성하였다고 한다.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에 남아 있는 이슬람 사원의 일부 모습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에 남아 있는 이슬람 사원의 일부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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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꾸뜹미나르 탑은 그동안 델리를 지배하던 힌두교 왕조를 1193년에 정복한 기념으로 세운 이슬람 왕조의 승전탑이다. 승전탑을 세우면서 주변에 있는 힌두교 사원들을 철저하게 파괴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델리에 27개의 힌두교 사원이 있었는데, 이 사원들에 사용된 돌들을 구분하여 탑을 세우는데  필요한 돌은 가져와 쌓고, 각종 신상들이나 조각상들은 철저하게 파괴하였다고 한다.

우선 힌두교 신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모두 가려내어 파괴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두 파괴하면 석재가 부족하여 그들은 석재에 새겨진 힌두교 신상들의 얼굴이나 큰 형상을 뭉갠 후 그 돌을 활용하였다고 전한다.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사원의 기둥 모습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사원의 기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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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탑의 내부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탑을 어떻게 쌓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설명하고 있는 탑이 또 하나 옆에 있다. 바로 알라이 미나르탑이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 탑도 철저하게 파괴된 탑인 줄 알았다. 겉에 붙이는 대리석 등 장식돌이 모두 사라지고 탑 내부에 해당하는 잡석들만 드러내고 있는 탑이다.

이 탑은 1311년에 알라 웃 딘 왕이 꾸뜹미나르 승전탑보다 더 큰 승전탑을 쌓으려고 했단다. 지름 24.5m 크기로 시작하여 탑을 쌓기 시작했으나 1층을 완성하던 시기에 암살당하고 말았단다. 꾸뜹미나르 승전탑보다 지름이 10m 더 큰 탑이었으니 완성되었다면 얼마나 더 컸을까 짐작이 가는 탑이다.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의 알라이미나르탑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의 알라이미나르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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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에 남아 있는 사원의 일부 모습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에 남아 있는 사원의 일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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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탑 옆에 인도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꿔뜨 울 이슬람 모스크’가 있다. ‘꿔뜨 울 이슬람’이란 ‘이슬람의 힘’이란 뜻으로 이슬람이 힌두교를 정복하였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이 이슬람 사원이다. 힌두교를 붕괴시킨 꾸뜹 왕조가 델리에 있는 힌두교 사원을 헐어내고, 그 돌들을 사용하여 이곳에 세운 것이다.

이 꿔뜨 울 이슬람 모스크 사원 안 뜰에는 높이 7.2m 철 기둥이 있다. 기둥에 찬드라 굽타 2세(375-413년)를 찬양하는 문구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제작 시기는 약 4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이 쇠기둥은 인도에 있는 비쉬누 신이 타고 다니는 상상의 새 ‘가루다’를 올리는 받침기둥으로 힌두사원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힌두사원에 있는 이 쇠기둥을 여기에 옮겨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쇠기둥에 등을 댄 채 양팔을 뒤로 돌려 쇠기둥을 안고 손깍지를 낀 채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쇠기둥과 씨름하였고, 정부에서는 이 쇠기둥을 보호하려고 1998년부터 보호대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동행했던 김종원 박사(고대 금속 전공)는 4세기경에 만들어진 쇠기둥을 당시 주조기술로 이렇게 크게 만들 수 있었다는 점, 쇠의 성분을 볼 때 불순물이 거의 없는 순철로 현재까지도 녹슬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점을 들어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말한다.  

“고대의 제철 기술로 이 정도 크기와 순철에 가까운 순도의 철 기둥을 만들었다는 것, 또한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비바람에도 녹슬지 않고 서 있다고 하는 그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현대의 제철 기술로도 이렇게 순도가 높은 주조품은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외계인이 만들어 이곳에 세운 것이라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니까요.”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사원에 세워져 있는 쇠기둥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사원에 세워져 있는 쇠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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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사원에 세워진 쇠기둥의 글씨
 인도 델리에 있는 꾸뜹미나르 사원에 세워진 쇠기둥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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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들이 그 많은 힌두 사원을 파괴하여서 건립한 이 이슬람 사원들도 오늘날 대부분 파괴되어 있고, 몇몇 부분만 그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철저하게 파괴하여 파괴한 석재로 세운 이슬람 사원들도 그 뒤 다른 사람들에 의하여 파괴되어 있는 것이다. 누가 이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였는지 알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들이 파괴했던 힌두 사원처럼 폐허로 변해 있다.

이 파괴된 이슬람 사원을 볼 때, 조선을 합병한 일제가 조선의 궁궐인 창경궁에 동물원을 지어 조선 왕궁을 능멸했고, 국사가 이루어지는 경복궁에는 조선 침략을 영구화하려는 총독부 건물을 지어 정복자의 오만함이 하늘까지 솟구쳤던 역사적 사실이 떠오른다.

'이슬람의 힘'을 잘못 휘둘러 힌두 왕조를 정복하고 힌두 사원을 파괴하여, 그 곳에서 골라 낸 석재들을 활용하여 쌓은 거대한 승전탑은 아직도 우뚝 솟아 있다. 그렇지만 폐허가 되어 버린 이슬람 사원 가운데 홀로 외롭게 우뚝 솟은 이 승전탑은 오만함으로 하늘을 찔렀던 사람들을 질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도 델리 꾸뜹미나르에 있는 파괴된 이슬람 사원들
 인도 델리 꾸뜹미나르에 있는 파괴된 이슬람 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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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 꾸뜹미나르에 있는 파괴된 이슬람 사원의 모습
 인도 델리 꾸뜹미나르에 있는 파괴된 이슬람 사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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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꾸뜹미나르 승전탑,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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