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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등록금 보시더니 학점 못받아서 벌금 받은 줄 알았대요."

매섭던 추위가 한풀 꺾인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만난 전해경(숙명여대·07학번)씨가 말했다. 그녀는 지난 해보다 20만원이 더 올랐다면서 어떻게 1년만에 등록금이 이 정도로 오를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대학생의 모습은 더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등록금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거나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가 가정파탄까지 이어지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1년째 미뤄둔 등록금 상한제, 조속히 시행하라

2월 14일 11시 국회 정론관에서는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등록금 상한제"란  가계 월소득의 3년 평균치로 등록금 상한을 정하는 것과 차상위 계층에 대한 등록금 무상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은  발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국회교육위원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일반 대학생들도 "등록금 동결 권고안을 채택하라", "등록금 상한제를 입법하라"는 팻말을 들고 함께 자리했다.

발표자로 나선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은 기자회견문 낭독과 더불어 등록금 상한제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도 같이 진행했다.

최 의원은 '등록금천만원시대' '가정경제파탄' '고리대학자금대출' '등록금자살'이라고 적힌 상자를 '등록금 상한제' 도끼로 쳐내면서 등록금상한제 입법 통과를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등록금 상한제'도끼로 쌓여있는 등록금 문제 상자를 쳐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등록금 상한제'도끼로 쌓여있는 등록금 문제 상자를 쳐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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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등록금 해결방안에 관해서 여야 어느 세력을 불문하고 논의가 가능하다"며 "2008년도 등록금 동결 권고안 채택 촉구, 국회의 등록금 상한제의 조속한 입법, 높은 학자금대출이자 보전"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등록금 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주희씨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을 둔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해결 의지가 없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향후 등록금 네트워크와 민주노동당은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무섭게 오르는 등록금, 학점 못받아 벌금나온 줄 알았어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하나같이 등록금 문제가 너무 심각해 더이상 지켜볼 수만 없었다며 하루빨리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들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생들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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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경(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07학번)씨는 "엄마가 등록금 보시더니 학점 못받아서 벌금 받은 줄 알더라구요"라고 말하며 지난 학기보다 무려 20만원이상이 올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예전엔 소 팔아서 대학간다고 했다던데, 요즘은 소 팔아도 등록금 다 못내요."

전씨는 이렇게 말하며 500만원이 넘는 터무니없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가정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입학 이후 한번도 내린 적이 없어요. 3년 동안 70만원정도 오른 것 같아요,"

더이상 학생회의 소극적 투쟁만을 지켜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는 이경환(서울대·05학번)씨는 "많이 오른 해에는 10%도 더 올랐다"라며 도대체 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학금으로 생색내는 학교... "받으나마나 비싼 건 매한가지"

등록금 상한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비싼 등록금만 요구할 뿐 나아진 것은 없는 대학 환경과 대책 없는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부보증학자금 대출 이자도 지난해 약 6.6%였으나 올해는 7.65%까지 올랐다. 게다가 대학원생에 대한 저리대출 혜택은 없어져 버렸다. 정부가 제시한 학자금대출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이 하도 비싸니깐 장학금 받아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에요."

정서영(숙명여대·05학번)씨는 " 높은 이자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기도 부담스러워요. 학교는 장학금을 내세우는데 그게 해결 방법이 될 수는 없죠"라고 학교의 태도를 비판했다.

'등록금 인상,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등록금 인상,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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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장학금 수혜자를 늘렸다고 하지만, 정작 정해진 금액을 여러 명에게 쪼개서 주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학생들은 전했다.

"대학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은 아니잖아요."

남자친구와 함께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희은(숙명여대·07학번)씨는 "발렌타인 데이보다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등록금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오게 되었어요"라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니 등록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학이 학원, 기업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반문하였다.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르기만 할 것 같으니 더 걱정이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 등록금 상한제라는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이번 새정부의 대학 자율화 방안에 따라 대학들의 터무니없이 비싼 등록금 문제는 계속될 것 같기 때문이다.

김가람(서울대)씨는 "다들 걱정은 하고 있지만 나아질지 모르겠다"며 암담한 현실을 걱정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등록금, 해결할 수 있을까

등록금 해결 방안으로 등록금 상한제 뿐만 아니라 등록금 인상 비율을 법으로 정하는 인상률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

"결국 등록금이 대학생을 빚을 등에 업고  사회에 나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박민희(이화여대·04학번)씨는 학자금 대출이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아직은 적극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나서지 않고 있지만 명확한 길이 제시된다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을 내보였다.

"등록금 문제 수수방관... 국회의원의 직무유기"
[인터뷰] 이주희 민주노동당 등록금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주희 민노당 등록금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이주희 민노당 등록금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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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 상한제 법안이 약 1년동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이유라고 보십니까?
"이유는 교육위원회 소속 국희의원들이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인 등록금 문제에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경제와 직결된 문제인데도 대학 자율화 방안을 이유로 규제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문제해결 의지 부족도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대학의 편에 서 있기 때문에 대학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교육부와 정부 또한  이를 시정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 교육위원회에서는 이 법안이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상한제 등이 모두 등록금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것들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매해 반복되는 등록금 문제의 해결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민생고를 해결해줘야 할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행태는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많은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분노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일단 투쟁에 나서기 전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생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 문제는 단지 학생끼리 투쟁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시민사회 모두가 다 같이 나서야 한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서 다함께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 민주노동당의 정책 대응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학학생회와의 연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미 전국 대학생 교육대학위라는 이름으로 전국 100여개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 있다. 또한 조만간 학생전체 대표자들과 모여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각 학교들의 현재 상황과 고충을 듣고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설명할 것이다. 계속적으로 다양한 단체와의 연대를 통하여 등록금 상한제가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이후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오는 19일에 민주노동당도 참여하고 있는 '등록금 대책마련 시민단체 네트워크'결성하여 출범할  예정이다. 작년에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는데 올해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다.  등록금 네트워크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촉구할 것이다. 또한 3월 한달 내내 민주노동당 등록금특별위원회에서 전국을 돌면서 해당 지역의 위원회와 연계하여 대장정을 <등록금 폭주를 멈춰라. 민생대장정>이란 이름으로 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3월 첫주에는 고액등록금 피해사례증언대회까지 열어 심각성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태그:#등록금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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