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매화 꽃이 피었다. 가냘픈 붉은 꽃잎이 겹겹이 나래를 펼쳤다. 13일 찾아간 순천 금전산 금둔사 경내에 홍매화 꽃이 화들짝 피었다. 요 며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금둔사 경내의 홍매화가 앞 다퉈 꽃망울을 터트렸다. 꽃샘추위에 거뭇거뭇 타들어가는 여린 꽃잎이 차라리 애처롭다.

 

나목에 매달린 홍매화의 노란 꽃술을 감싸 안은 꽃잎이 봄볕에 반짝인다. 사찰의 계곡과 남새밭에도 봄기운이 스며있다. 봉긋봉긋 솟아나는 홍매가 참으로 아름답다. 발그레한 미소는 수줍은 새색시를 닮았다.

 

 

거센 솔바람도 아랑곳없이 봄볕이 군데군데 머물고 있다. 약수터에도 계곡에도 봄이 졸졸거리며 흐른다. 꽁꽁 언 방죽에 어느새 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멀리 바람꽃 희부연 낙안들녘의 보리밭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금전산 자락에 포근히 안긴 금둔사는 폐사되어 논밭이 되어 있던 것을 1983년부터 지허 스님이 복원불사를 시작하여 대웅전, 태고선원 등 10여 동의 건물을 복원하였다.

 

장독대 옆 우물에서 스님이 물을 길어 올린다. 법당의 뎅그렁 풍경소리에 정신이 맑아진다. 홍매화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원성스님의 '홍매화 짙던 날' 시 한 수가 떠오른다.

 

홍매화 짙던 날 - 원성스님

 

하늘빛이 나무에 걸려 웃고 있는데

먼 길가에선 새싹들이 손짓하는데

하나하나 떨어지는 꽃잎은

서글픈 내 마음에 와 아련한 눈물 되네.

 

내 눈에는 봄이 깊어만 가는데

고운님은 저만치 내달려가는데

흩날리는 꽃잎 땅 위에 피어

철없는 아지랑이 꽃길 따라 춤을 추네.

 

하루가 또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지워야 할 엄마 얼굴 떠오르는데

나뭇가지엔 붉은 홍매화

아련한 기억들이 망울져 울고 있네.

 

아무리 말을 건네 보아도

아무리 얼굴을 들여다보아도

스님은 아무 말씀 없으시네.

애타는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른다네.

 

홍매화 빛 저리도 짙어 가는데…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 -낙안읍성 방향 857번지방도 -금산 삼거리 좌회전 - 금둔사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매화, #금둔사, #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