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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고려대 법 4)씨가 삼성중공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김민정(고려대 법 4)씨가 삼성중공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이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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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적당한 배상을 받는 것은 법치사회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삼성중공업 책임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서해안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보상과 복구 작업을 촉구하고 나섰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타워 삼성중공업 본사 앞에서 '법률봉사지원단 릴레이 1인 시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참여한 이들은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법률봉사지원단(이하 '법률봉사단') 단원들로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구성됐다.

법률봉사단 릴레이 1인 시위... "삼성이 한 것은 봉사가 아닙니다"

법률봉사단은 지난해 12월 28일 발족된 자발적 봉사단체로 비법학 전공자를 포함해 200여명의 자원봉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하루 2시간씩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이 1인 시위를 하는 시간대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며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1인 릴레이 시위 돌입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김민정(고려대 법학 4)씨는 "지금 태안 주민들은 기름유출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후, 당장의 생계를 걱정할 처지에 있다"며 "충돌경고를 무시하고 풍랑주의보 속에도 항해를 돌입한 삼성중공업은 책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회피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태안 현지 자원봉사를 통해 주민들의 고통을 공감했기에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가해기업의 공정한 보상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학생들뿐 만이 아니다. 이날 참석한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법률봉사단의 일원으로 "릴레이 1인 시위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89년 엑손 발데즈호 사고 때,  엑손사는 법원이나 행정부의 명령 없이도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을 신규채용해서 복구작업을 시켰지요. 또 99년 프랑스 에리카호 사고때도 토탈 정유사는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서 복구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직원들을 시켜 봉사활동을 하게 한 것이 전부입니다. 삼성이 직원들을 사용한다는 것은 봉사가 아닙니다. 현재 삼성은 직원들의 숙박비와 교통비 외에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박교수는 "법원에서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동안 주민들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우려했다.

법률봉사단은 릴레이 1인시위 일정은 2월 말까지. 시위 참가자들이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어서 개강을 하는 3월 후에는 논의를 거친 뒤 일정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의 일정도 소화할 것이라고 한다.

태안주민 상대로 법률상담

1인시위중인 김선휴(고려대 법4)
 1인시위중인 김선휴(고려대 법4)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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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릴레이 시위와 함께 태안에서의 법률상담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달 6일 개소한 공익법률상담소의 지원과 연락체계를 맡고 있는 최종연(고려대 법학 4) 씨는 "2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 중 지원자를 받아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현지 파견을 하고 있다"며 "피해배상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민원 해결과 손해 증명을 통해 개별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법률상담소와 관련해 그는 "평일뿐만 아니라 토요일까지 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담소가 태안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상담소와 떨어진 마을에 있는 주민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담소를 찾은 이들은 150여명으로 전화 상담은 그보다 더 많지만 예상했던 정도에는 못 미친다.

최씨는 그 이유로 태안 주민들의 현실을 손꼽았다. 

"지금 주민 분들은 방제작업 일당을 받는 일이 더 급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주는 생계지원금에 신경 쓰느라 자신이 받은 피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힘드십니다."

30여분 간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본격적인 릴레이 1인 시위가 시작됐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 아닌가요? 릴레이 1인시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문장이 가득 찬 푯말을 들고 첫 일인시위에 나선 김선휴(고려대 법학 4) 씨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시위를 펼친 그는 "내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데 다음 시위자가 걱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릴레이 1인시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연락달라"고 말했다.

"태안, 피해자는 너무 많고 변호사는 없다"
[인터뷰] 박경신 고려대 법대교수


고려대 법학과 박경신 교수님
 고려대 법학과 박경신 교수님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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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봉사단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나?

"현재 태안에는 피해자가 너무 많다, 변호사는 너무 없고… 여기 모인 학생들이 태안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저도 고향이 안면도인데 (사고난 후) 태안에 왔다갔다 하다가, 저희 과 학생들이 저한테 조언을 부탁하고 도와달라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싸이월드 모임에는 200명 이상이 가입을 했고, 법률 대책회의 소속 변호사들이 도와주고있다."

- 고향의 상황은 어떤가?
"안면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그나마 적은 편이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IMF때 생각하면 된다. 가게는 여는 데도 없고 펜션도 손님이 아무도 없다. 지역경제가 정체됐다."

- 삼성중공업에 중과실이 입증되면 30억~40억 뿐 아니라 거의 무한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책임져야할 보상액을 확실히 추정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피해 입증이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민박인데 민박에 들어가는 이불 빨래를 하시는 분들이나 어촌계·수협에 속하지 않는 수산유통업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자세한 분석이 어렵다 할지라도 태안군만 따져볼 때 관광수입이 1년에 1조원이 넘는다. 신안군 양식장도 예전에는 1년에 1조원을 벌어들였다. 자세한 분석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으로도 보상액이 삼성이 주장하는 30~40억이 아닌,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 중공업에 막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한국의 경제를 위협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삼성중공업의 작년 순이익이 5000억원이다. 이것은 감가상각, 임금 등을 제외하고 나온 금액이다. 남는 돈인데 이 남는 돈을 피해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돈을 더 빨리 돌게 하니깐 경제를 위협한다고 볼 수 없다. 지금 태안은 식당에 손님들이 안 오고, 펜션에도 사람들이 없다. 어민들도 피해가 심각한데 태안은 대한민국 경제가 아니고 여기 삼성만 대한민국 경제인가? 의미있는 복구작업을 하는데 그리 큰 돈 들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김정미, 이재덕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7기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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