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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 온 가족이 모여 앉은 TV에서는 철 지난 혹은 매번 반복되는 영화들이 방영된다. 혹은 특집극이나 연예인들이 나온 TV 쇼를 보는 것 이외에 그다지 할 일이 없다.

 

이마저도 늘 비슷비슷한 포맷과 줄거리가 대부분이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TV 앞에 앉았지만 실망하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매년 방송사는 어김없이 비슷한 방송 편성표로 시청자들에게 내밀고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은 그것을 시청한다.

 

하지만 이번 설에는 특별하지 않은 그저 그런 내용의 특집드라마가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바로 MBC 특집극 <쑥부쟁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전원일기>에 참여했던 김정수 작가와 권이상 감독 및 배우들이 출연해 방영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역시나 <전원일기>에 훈훈했던 감동이 다시금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사실상 드라마 <쑥부쟁이>는 역시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그저 그런 줄거리였다. 다소 식상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줄거리만 따지고 본다면 그렇다. 암에 걸린 아버지와 재산에만 관심을 표하는 매정한 자식들,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자식을 챙기려는 어머니의 마음 등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소 내용의 기둥 줄거리만 본다면 식상한 내용으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특히 선정적인 내용에 익숙한 시청자들로서는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만큼 진부했다.

 

하지만 막상 방영되자 설날에 딱 좋은 내용의 드라마였다. 한 마디로 이 드라마의 직설적인 화법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여러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구수한 된장 맛이 느껴지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는 부모의 한없는 마음을 잘 짚어냈다. 사실 우리 모두 한 번쯤 생각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키운 자식들이 커서 우리들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줄까?

 

설사 십분의 일도 헤아려주지 못한다 해도 자식이기에 부모는 마냥 사랑스럽고 장성한 자식들이지만 그래도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늘상 조마조마하다. 우리의 부모님이 그러했고, 자식을 낳은 우리도 지금 그러한 마음이다.

 

아무리 보채고 떼를 써도 귀여운 자식들이 어느새 장성해 ‘어렵다’고 난리를 치며 제 먹을 거 못 먹고 자식들에게 주는 사람들이 부모이다. 이러한 부모의 마음이 한없음을 자식들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에 몇 곱절이나 되는 그러한 마음씀씀이를 <쑥부쟁이>는 잘 묘사해 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보면서 두 눈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쑥은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음식으로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많이 먹었던 음식의 재료인데 작가는 이러한 쑥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을 생각한 모양이다.

 

부모의 마음도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있는가. 그런데도 자식들은 그러한 부모의 마음을 몰라준다. 암에 걸린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산분할에 눈독을 들이고, 보험금에 군침을 흘린다.

 

그런데도 그것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여전히 자식 걱정이다. 아마도 제 살길이 힘들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이해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째 아들 영두(전인택)는 압류딱지가 붙은 지 오래고 이혼한 상태이며, 셋째 아들 영종(이계인)집에선 부부싸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자식들도 제 살길이 바쁘니, 당연히 믿을 구석인 부모님의 재산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런 자식들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기 싫어서 서로 떠넘기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부의금 배분문제로 다툼을 벌인다. 

 

그러한 절절한 상황이 드라마 속에서 묘사되는 동안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로서는 그러한 자식들의 모습이 조금도 밉지 않았다. 얼마나 어려우면 저런 마음이 들까 하고 이해가 갔던 것이다. 이처럼 못된 자식들을 이해하기엔 참으로 넓은 가슴의 넉넉함이 필요한데,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부모가 아닐까.

 

이러한 심정을 드라마에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고, 그러한 직설적인 화법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선물을 주었던 것이다. 이번 설날 연휴만큼은 진짜 시청자들에게 방송사에서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쑥부쟁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앙코르를 통해 <쑥부쟁이>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도 두 번째 선물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해 본다.


태그:#드라마 ,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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