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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여래좌상을 찾으려다 잠시 헤매다니

 

 

마애삼존불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이 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길바닥에 납작한 돌이 박혀 있고 그 오른쪽으로 마애여래좌상 160m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산으로 길을 들어 능선을 따라 오르는데 마애불을 찾을 수 없다. 능선을 찾아 찾아 올라가니 벌써 부흥사 가는 길이 나온다. 잘못 되었음을 알고 뒤로 돌아선다. 우리 일행이 이번 여행에서 문화재를 찾지 못해 헤맨 것은 처음이다.

 

최운철 선생이 능선에서 조금 비켜난 언덕 아래 중간 크기의 바위에서 마애여래좌상을 찾아낸다. 이 길이 아마 옛날 부엉골로 내려가는 지름길이었던 것 같다. 마애여래좌상은 남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엉골에서 보면 북쪽이 된다. 그런데 이 마애여래좌상은 석재가 좋지 않아서인지 얼굴 윤곽의 상당 부분이 손상되었다. 누런색의 돌가루가 떨어지는 것을 보니 석재가 그리 강하지 않은 모양이다.

 

 

얼굴 외의 선각 부분은 그래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 만들 때는 종교적인 면에서나 예술적인 면에서 꽤 우수한 작품이었을 텐데 조금씩 훼손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몸의 비례나 연꽃 좌대, 옷주름 등이 아주 안정적인데 부처님 상호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종교적인 경건성을 찾기 어렵다. 또 이 마애불에는 안내판이 없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 역사와 유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늠비봉 5층석탑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마애불을 보고 우리 일행은 부흥사(復興寺)로 간다. 절 이름도 그렇고 당우로 보아도 최근에 생긴 절이다. 이 절은 남향을 하고 있는데 부엉골 건너 늠비봉을 안산으로 하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위쪽에 대웅전이 있고 아래쪽에 요사채가 있는 형태이다. 요사채 옆에는 노란색과 흰색의 국화가 피어 있다. 겨울인데도 국화꽃이 피어 있는 게 조금은 이상하다.

 

이곳에서 부엉골 골짜기를 건너 늠비봉으로 오르면 오층석탑이 나타난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인지 5층석탑의 검은 실루엣이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에는 원래 4기의 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5층석탑 하나만이 복원되어 있다.

 

 

이 5층석탑은 자연석 위에 일층의 기단을 세우고 5층의 탑을 조성하였는데, 전체적으로 목탑 양식이라고 한다. 글쎄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아도 신라탑보다는 백제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우선 탑의 체감비율이 상당히 낮고 옥개석의 모양도 신라탑과는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면 이 늠비봉 5층석탑이 역사가 가장 오래된 탑일까? 그것은 앞으로 남은 3기의 탑을 복원하면서 주변을 제대로 발굴하여 결론을 내릴 일이다.

 

그리고 이 탑이 최근에 복원된 것이어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기단부가 지나치게 넓게 만들어져 날렵해 보이기는 하나 위의 탑신부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복원을 하면서 행정 당국에서 신경을 써야 할 문제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이것을 만든 선조와 이것을 보게 될 후손에 대한 예의이다.

 

 

이곳 늠비봉과 5층석탑은 남산 8경 중 하나이다. 이곳이 남산 8경이 된 것은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청 홈페이지는 늠비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 거기에 단아하게 하늘을 이고 오층탑이 섰다. 별 치장도 없고 큰 몸짓도 없이 그 모습 그대로다. 소담한 봉우리에 단아한 탑 하나. 바위산을 하층기단 으로 삼고 불쑥 솟은 오층탑. 그 주위로 산 능선이 나비처럼 날개를 펼치고 있다. 포석계곡의 중앙을 지키면서 부엉더미와 황금대, 냉골 암봉, 금오봉, 해목령 등에 둘러싸여 서라벌을 굽어보는 위치가 가히 절경이다.”

 

금오정, 정말 주변과 너무 안 어울린다

 

 

늠비봉 5층석탑을 보고 우리 일행은 능선을 따라 전망대인 금오정(金鰲亭)으로 오른다. 가는 길에 보니 대나무 군락이 보이고 길 위에는 낙엽이 뒹굴고 있다. 이것을 보자 시인이자 극작가인 최운철 선생이 화담 서경덕의 시를 읊어댄다. 그러면서 이곳의 님이 황진이라고 부연 설명한다. 최 선생의 풍부한 감정에 또 한 번 감탄이다.

 

“마음이 어린 후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내 님 오리마난,

지난 닢 부난 바람에 행여 긴가 하노라.”

 

 

한 100m쯤 올랐을까? 드디어 금오정이 보인다. 첫눈에도 콘크리트로 만든 현대적인 작품이다. 땅바닥과 공간을 띄운 1층의 기단 위에 12개의 기둥을 세우고, 가운데 지붕 꼭대기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기둥을 세워 무게를 지탱하도록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붕 꼭대기 장식이다. 4각형으로 연꽃 장식을 하고 그 위에 표주박 모양의 상륜부를 만들었다. 초기 불교 양식 같기도 하고 국적 불명의 양식 같기도 하다. 이 건물은 주변의 경관과 정말 안 어울린다.

 

차라리 건물에서 나와 능선의 바위 위에서 보는 건너편 상사바위와 경주 시내 전망이 훨씬 더 좋다. 전체적으로 약간 안개가 끼어서 그렇지 날씨만 좀 더 좋았다면 남산을 조망하기에는 정말 훌륭한 장소이다. 금오정에서 우리 일행은 남산 여행을 결산하는 대화를 나눈다. 그동안 서로 양보하고 협조해준 덕에 우리가 이렇게 샅샅이 남산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오후 시간이 남아 창림사지와 몇 군데 왕릉을 더 볼 계획이지만 이들은 여분으로 이루어지는 답사이기 때문이다. 금오정을 내려오면서 우리는 늠비봉 5층석탑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본다.

 

남쪽에서 바라보니 탑이 햇볕을 받아 하얀색을 띠어 환상적인 모습이다. 우리는 다시 부흥사로 내려간 다음, 이번에는 부엉골 골짜기를 따라 차가 있는 포석정까지 내려간다. 이 길은 뚜렷한 문화재가 없어 조금은 지루한 편이다. 

 

남산 8경

 

경주시는 관광 차원에서 남산 8경을 선정했다. 이들 남산 8경은 문화유산과 자연이 결합하여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장소로 남산에 전역에 걸쳐 있다. 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냉골 암봉, 칠불암과 신선암, 천룡고원, 용장계곡, 황금대, 남산 부석, 늠비봉, 삼릉 송림.

 

냉골 암봉은 상선암 뒤의 바둑바위와 상사바위가 만들어내는 경치이다. 칠불암과 신선암은 봉화대능선 아래에 있는 일곱 부처바위와 마애보살좌상이 있는 신선암을 말한다. 천룡고원은 고위산 아래 천룡사지와 그 주변의 넓은 평원을 말한다. 용장계곡은 용장사지 3층석탑으로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계곡을 말한다.

 

황금대는 상선암 바둑바위에서 포석골로 이어지는 능선 중간쯤에 있는 바위 절벽으로 석양이 질 때 바위가 황금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남산 부석은 사자봉(432m) 동쪽에 있는 바위로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늠비봉은 앞에 설명한 대로며, 삼릉 송림은 배리 삼릉골 초입에 있는 삼릉과 어우러진 소나무 숲을 말한다.  


태그:#마애여래좌상, #부흥사, #늠비봉, #5층석탑, #금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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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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