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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여유로운 시간이 흘러가는데, 마음 한 구석에 걱정이 있다. 무슨 걱정일까? 생기는 의문에 정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에서 오는 불안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하나하나 따져보아도 모든 것이 애매하기만 하다. 걱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마음을 다져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명절 연휴 내내 집사람은 눈코 없이 바빴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설 연휴 내내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내의 공로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을 하면 아무런 흔적이 없지만, 잠시라도 방심하면 집안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을.

 

 

빈둥거리면서 집사람이 애쓰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도와줄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의지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살아오면서 시나브로 몸에 배어버린 결과이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심심해하면서도 도와줄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습관을 업이라고 하였던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의 근원지를 생각해본다. 걱정이나 고뇌가 습관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본다. 살아오면서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나도 모르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져버린 것은 아닌지를 따져보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 업이다.

 

홀리데이 불안 증후군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을 포함하여 모든 불안과 걱정의 원인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알 수 없어서 걱정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왜곡되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집사람에게서 불안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게 된다. 시간을 성실하게 일함으로서 채워간다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막연한 불안을 쫓아버릴 수 있지 않을까? 빈둥거리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잡다한 생각들이 유혹할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지 않은가.

 

겨울 열매가 떠오른다. 지리산 화엄사로 향하는 도로 옆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였다. 넓적한 이파리들은 계절과 함께 모두 다 사라졌고 가지에는 열매만이 남아 있었다. 튼실한 열매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나는 어쩔 수 없다’라는 의지의 표현 같기도 하였고 ‘아름다운 여름을 추억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었다.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 왜 겨울 열매가 떠오른 것일까? 그것은 겨울 열매처럼 인해 굴절된 모습의 세상을 보지 말고 바르게 보라는 뜻은 아닐까? 겨울에 열매가 열려 있다 하여 겨울이 여름이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연휴가 끝나면 다시 일을 하여야 한다는 점은 틀림없는 일이 아닌가? 느슨해진 몸의 리듬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불안의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주기 때문이었다.

 

 

집사람이 바쁜 중에서도 불만이 없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휴 내내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불안해하고 있는 원인은 착각의 결과라는 점을 알게 된다. 겨울 열매가 아무리 튼실하게 보여도 겨울은 겨울이란 점을 분명하게 안다면 불안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바르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걱정과 불안도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지리산 화엄사 가는 길에서


태그:#명절, #습관,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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