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피었어요! 피었어.”

  “무엇이 피었다고 설날 아침부터 호들갑이야?”

  “매화가 피었어요.”

  “매화?”

 

차례상을 차리기 위하여 일찍 일어난 집사람이 잠이 덜 깬 나를 깨운다. 눈뜨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소리에 담겨 있는 기쁨과 환희가 눈을 뜨게 한다. 아니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진다. 그만큼 집사람의 말에는 감동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었다. 무자년 새해 첫날을 열어준 꽃이 집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것이었다.

 

매화는 둥그런 사발 위에서 피어 있었다. 컵보다는 더 크고 국그릇보다는 작은 그릇이다. 집사람의 넉넉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집안에 화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화병의 주둥이는 너무 작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집사람은 넓적한 그릇에 담아 놓은 것이다.

 

매화는 얼마 전에 매화마을에서 꺾어온 것이다. 입춘이었지만 때가 일러서 피어나지 않은 가지였다. 꺾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던 집사람이었다. 말릴 틈도 없이 꺾어버렸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는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고만 있었다. 그것을 가져다 방안에 놓아둔 것이다.

 

꽃봉오리가 피어날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였었다. 꺾어졌으니, 그것으로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집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정성을 다하여 사랑을 쏟아 부으면 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집사람의 행동이 너무 진지하여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하얀 매화 꽃송이가 그렇게 하얄 수가 없었다. 한 송이만이 피어난 것이 아니다. 여러 송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갓 시집온 새 색시가 수줍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찌나 다소곳한지, 마음에 기쁨이 그대로 전해졌다. 온 몸의 세포 구석구석까지 전달되어 잠을 깨우고 있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좋은 일만 생기세요.’

 

매화가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는 듯, 하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귓가를 간질이고 있었다. 전해지는 목소리에는 은은하지만 힘이 있었다. 전율처럼 온 몸 구석구석까지 꼬치고 있었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매화의 덕담이 힘을 내게 하였다. 올 한해도 기쁜 일로만 채워질 것이란 예감이 든다.

 

차례 상을 차리는 내내 집사람은 흥겨움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마음에 사랑이 넘쳐나고 있으니, 당연 정성이 들어갔다. 조상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환한 얼굴로 새해를 열어준 매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매화의 덕담이 온 누리에 그득 넘쳐났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태그:#덕담, #매화, #향, #우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