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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죄송해요. 저희들에게 주실 설빔 대신 그 돈으로 복원시킬게요.”

“됐다. 됐어.”

 

윈도 무비 메이커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사진을 드래그 시키면 프로그램이 오류가 되어 닫히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작동이 되지 않으니, 난감하였다.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힘까지 빌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부른 것이 컴퓨터 관련 사람이었다.

 

출근하였기에 아이에게 맡겼다. 전화로 연락이 왔고 컴퓨터를 가지고 가서 포맷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장된 프로그램을 잘 보관하라고 말하고는, 믿었다. 컴퓨터의 전문가들이니, 당연히 백업시켜서 되살려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안이한 생각이 잘못이었다.

 

 

오후 2시에 컴퓨터를 가지고 갔는데, 오후 6시가 되어도 가져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화로 재촉을 하였고 오후 7시가 되어서야 가져왔다. 오류로 작동이 되지 않던 프로그램은 제대로 실행되었다. 그러나 한글 파일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작업물이 몽땅 포맷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문서에 있는 프로그램만 백업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포맷했는데요.”

 

HNC 속에 방이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책임 회피만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을 탓해보았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16만원을 들이면 포맷된 드라이버를 재생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8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아빠라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방방 떴다. 수리한 사람도 더 있지 못하고 도망치듯 사라지고, 집사람과 아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두고 작성한 작업 결과이니,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 것은 그 돈을 들여서 복원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아이가 용기를 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런 아이의 태도가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화난 마음에까지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 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내가 너무 흥분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른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미치게 되니, 부끄러워졌다.

 

설날이 내일 모래다. 명절은 아이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날이 아닌가? 그런데 감정을 추체하지 못하고 방방 뜨고 있었으니, 잘못된 일이었다. 설빔까지도 포기할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니, 미안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아빠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꽃봉오리를 터뜨리려고 하고 있는 매화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소리냐? 설빔은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더 좋은 설빔을 해주고 싶어진다. 사라진 것을 아까워해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닌가? 명절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주체할 수 없었던 감정을 진정시킬 수가 있었다. 명절을 그래서 좋은 것일까?<春城>


태그:#설빔, #감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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