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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강재섭 대표의 당무 거부와 박근혜계의 집단행동으로 치닫자 당 지도부가 2일 "부패전력자라도 벌금형을 받은 경우 공천 신청을 허용해준다"는 내용의 타협안을 내놓았다.

 

이는 박근혜계의 '좌장' 김무성 최고위원에게 공천의 기회를 열어주며 박근혜계와의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인데, 박근혜계의 대응과 향후 여론 추이가 주목된다.

 

'사퇴'까지 거론하며 극한 대립을 했던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틀 만에 화해했고, 강 대표도 당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수(5명 :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정형근·전재희·한영 최고위원)가 참석한 가운데 "부정부패 관련자의 공천 신청을 불허하는 당규 3조2항의 경우 금고형 이상 전력자에만 해당한다"는 적용 기준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안 원내대표는 "공직후보자 부적격 기준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를 규정한 9조에 비춰볼 때, 3조 2항의 형이 확정된 경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안강민 공심위원장 "당규개정 필요 없는 지 공부 좀 더 해봐야"

 

안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는 공천기준에 관한 결정 승인 등에 대하여 최고의 의결기구"라며 공천심사위의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재논의될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강 대표가 이방호 사무총장을 비난하며 자택에 칩거하는 이유도 이 총장이 참여하는 공심위가 김무성 최고위원과의 '대장부 합의'를 깨고 박근혜계를 자극하는 결정을 계속 내놓았기 때문이다.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의 유권 해석을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안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따라야 할 지, 당규 개정까지 할 필요는 없는 건지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 공심위원들과도 의논을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기자에게 "(공심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방호 총장은 회의에서 뭐라고 얘기했냐?"며 그 동안 원칙론을 견지해온 이 총장의 의중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공심위 다음 회의는 4일 열린다.

 

안 원내대표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규 9조에는 공직후보자로서 부적격한 것으로 보는 11가지 부적격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며 "이와 같은 적용 기준 때문에 한나라당의 개혁의지가 후퇴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경제위기설이 나올 정도로 국내외 경제상황이 모두 안 좋은 상태이고 설 경기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상황이 이렇게 위중하고 국민은 불안에 쫓기는데 한나라당은 공천싸움 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당의 화합을 당부했다.

 

'이방호 = 간신' 비난했던 강 대표, 이틀만에 사퇴요구 철회

 

전재희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부정부패로부터 단절하고 보다 유능하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후보자를 추천하고자 만든 규정이 충분히 이러저러한 것을 감안하지 못하고 너무 의욕적으로 만들어지면서 다듬어지지 못해 오늘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며 당규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전 최고위원은 "당에 어려움이 있을 때 최일선에 서서 수습해야하고 이끌어야 할 분이 대표최고위원"이라며 강 대표의 조속한 당무복귀를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방호 사무총장도 오전 11시 경기도 분당의 강 대표 자택을 찾아가 이 같은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 총장은 전날까지 강 대표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빳빳한 자세'를 유지했지만,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안상수 원내대표 등의 설득을 받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의 사과를 받은 강 대표도 불편한 감정을 풀고 '당무 복귀'를 선언했다. 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규의) 취지와 법리에 맞게 의결해줬고 공심위도 그렇게 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우리가 잘 하면 되겠다"면서 "월요일부터 (당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시정을 하겠다고 하니까... 원래 (이 사무총장을) 신뢰하니 앞으로 힘을 합쳐서 잘 하자"고 말했다.

 

강 대표가 1일 심야 기자회견에서 "(이방호가) 두 차례나 뒤통수를 쳤다"며 이 총장에게 강한 불신을 표출한 것을 생각하면, 이틀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다.

 

강 대표는 "임금을 속이는 간신", "티끌만한 권력 얻었다고 분별없이 설치는 사람이 많다", "당선자 팔아 자기 이익 차리고 있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 총장을 비난하고, 이 총장도 "야밤에 술 먹고 집에 들어가 기자들을 불러 뭐하는 짓이냐"(비공개 원내대책회의)고 강 대표에 응수하는 등 두 사람은 전날 격렬한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박근혜계, '이방호 사퇴' 관철못해... 당 내분 '불씨' 남아

 

그러나 박근혜계가 당 지도부의 중재안을 수용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박근혜계 최고위원들(김무성·김학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박근혜계는 전날 "선거법 위반자의 공천 신청도 받지 말아야한다"는 초강수를 내놓았는데, 당 지도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경우 "계파의 '좌장' 김무성 최고위원이 구제되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에 봉착하게 된다.

 

박근혜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 김무성 최고위원인만큼 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계가 '공천 갈등을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지목한 이방호 총장의 사퇴가 관철되지 않은 것도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이 총장이 공천심사위에 계속 남아 '칼자루'를 휘두르는 한 당 내분이 언제든지 재연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총장이 비공개 원내회의에서 "계파의 이해에 따라 당규대로 못하겠다는 사람들은 나가라"고 박근혜계의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이 총장이 누굴 믿고 저러는 지 분명하지 않냐"며 '이명박 배후설'을 시사하기도 했다.


태그:#18대 총선, #강재섭, #이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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