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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과 함께 60일간 행방이 묘연했던 <행복한 눈물>의 그림검증에 나섰던 한 미술전문가가 1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공개한 작품이 가짜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림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자료가 필요하지만, 7가지 카탈로그를 토대로 문제의 그림을 관찰한 결과, 이 그림은 2002년~2003년 사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소에 올랐던 그림이 맞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공개한 그림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64년 작품 <행복한 눈물>의 진품이라는 것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최명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는 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공개한 <행복한 눈물>은 지난 2002~2003년 사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에 올랐던 작품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이 그림이 중간에 다른 그림으로 교체된 것 같은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삼성특검팀으로부터 오늘(1일) 공개되는 그림이 다른 그림으로 뒤바뀌어서 딴 걸로 나온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나도 그 점에 주안점을 두고 관찰했다"고 말했다.

이날 홍 대표가 공개한 그림 <행복한 눈물> 옆에는 액자가 있었는데 이 액자에 박힌 못이 노화된 흔적이 있어 사실상 옛날 작품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리히텐슈타인의 1964년 작품인 <행복한 눈물>은 그 연대에 그가 남긴 작품이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매우 높으며 현재 국제미술에서도 1000만달러 이상의 값어치를 호가한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나는 미국에서 발행한 7개의 카탈로그를 들고 가서 홍 대표가 내놓은 작품과 비교했다"며 "인쇄물이기 때문에 미세한 점에서는 틀릴 수도 있지만 같은 그림이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진품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서미갤러리 측이 경매기록을 공개했다"면서 "그것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문제제기 이후 지금까지 이 작품의 공개를 꺼려오던 홍송원 대표는 이날 낮 12시 10분경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삼성특검 관계자와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전격 공개했다. 이 작품의 실물이 공개된 것은 사건발생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음은 최명윤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명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최명윤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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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정오 삼성특검 수사팀과 함께 서미갤러리에 동행했다. 어떻게 가게 됐나.
"오늘(1일) 오전 11시경 갑자기 삼성특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서미갤러리에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을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같이 갈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같이 가겠다고 했고, 함께 다녀왔다."

- 주로 어떤 역할을 했나.
"내가 맡은 것은 홍송원 대표가 공개한 그림이 2002~2003년 사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에 올라왔던 그 그림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검찰이 그림을 판독할 수 없으니까 미술계에서 나를 부른 것이다.

이 그림은 홍 대표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그림이다. 따라서 이 그림이 문제가 됐던 그 그림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 작가가 그린 그때의 그림이 맞느냐라고 묻는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진위여부는 간단히 빠르게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언론에 몇 번 공개됐기 때문에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 오늘 공개된 그림은 <행복한 눈물> 진품이 맞다."

- 특검으로부터 요청받은 사항은 뭔가.
"미술계에서 작품 감정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진짜인지 가짜인지 봐달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그 그림이 뒤바뀌어서 딴 걸로 나온 건지, 아니면 같은 그림이 나온 것인지 그걸 확인하는 작업에 동참한 거다. 나도 그 점에 주안점을 두고 관찰했다."

- <행복한 눈물>의 실물 공개는 처음인데, 느낌이 어땠나.
"좋은 그림이었다. 리히텐슈타인 작품 가운데 가장 희소가치가 높은 그림이다. <행복한 눈물> 옆에 액자 같은 걸 해놨는데 못이 노화된 흔적이 있어서 그 시절 옛날 작품이 맞다는 판단을 했다. 리히텐슈타인은 팝아트의 대표적 작가다.

이 그림이 사건이 돼서 그렇지만, 단순하게 그 그림만 갖고 볼 때 이 작품은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그림이 국내에 있다는 것이 안 좋은 게 아니다. 국내 미술관에 걸어두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주로 어떤 점에 착목해 그림을 관찰했나.
"리히텐슈타인의 카탈로그가 있다. 이 작가에 대한 여러 자료들이 있다. 오늘은 주로 카탈로그를 놓고 비교했다. 한 개만 갖고 비교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오늘 나는 7개의 카탈로그를 들고 가서 비교했다. 주로 이 그림을 전시했던 미국 미술관의 카탈로그다.

물론 인쇄물이기 때문에 미세한 점에서는 틀릴 수도 있지만 같은 그림이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그림은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판매된 <행복한 눈물>이 맞다. 또 오늘 서미갤러리 측에서 이 그림의 경매기록을 공개했다. 그것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고가 미술품 '행복한 눈물' 판매된다면 1000만달러 넘을 것"

- 1일 공개된 그림이 진품이라고 확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진품 감정을 한다면 각도가 달라진다. 그것은 또 다른 일이다. 진위감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리히텐슈타인의 자료부터 모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는 리히텐슈타인의 자료가 없다. 따라서 정확한 진위감정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쪽에 연락을 해서 데이터베이스를 받고, 그걸 토대로 정확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의 감정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 그림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큰 그림은 아니었다. 정방향의 그림인데,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가로 1m 세로 1m 정도의 크기였던 것 같다. 내가 오늘 그림의 크기를 정확히 재지는 않았다."

- '행복한 눈물'은 고가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다. 716만달러에 구입했다는 건대, 미술전문가의 식견으로 볼 때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나.
"아마 그 그림이 지금 한국에서 판매된다면 샀을 때보다 훨씬 가격이 높을 것이다. 아마 10배는 넘을 것이다. 이 작품이 국내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세계 미술시장에서 리히텐슈타인의 그 당시 작품이 많지 않다. 그가 '행복한 그림'을 그릴 당시의 작품이 많지 않다. 따라서 다른 연대의 작품에 비해 희소가치가 높다. 그 희소가치 때문에라도 그림 값이 지금보다 훨씬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 정확한 금액을 내놓는다면.
"글쎄,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 미술가에서는 1000만달러까지는 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홍송원 대표가 본인의 소장품이라고 말하는데...
"홍 대표가 특검 수사팀과 얘기를 나눌 때 나는 그림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림을 봐야했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변호사를 통해 얘기를 건네는 것 같았다."

- 홍송원 대표에게 이런 거액 그림을 살만한 자본력이 있나. 미술계에서는 어떻게 보나.
"더 큰 시세 차익을 노리고 그림을 미리 사뒀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행복한 눈물>의 값은 어마어마한 돈이다. 경매를 하면 지금 가격보다는 훨씬 높은 가격이겠지만 그래도 그에게 그럴 만한 돈이 있었나 없었나 그걸 어떻게 말하겠나."

-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은.
"다시 강조하면, 오늘 내가 특검과 함께 서미갤러리에 동행한 것은 딴 뜻이 아니다. 서미갤러리 측에서 <행복한 눈물>을 공개하지만, 중간에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걸 좀 확인해보라는 취지였던 것으로 안다."


태그:#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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