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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연 긴급토론회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서울대 교수 80명이 교수모임을 발족한 뒤 가진 첫 행사였다.

 

'긴급진단: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장의 좌석은 200석. 시작직전부터 이 좌석은 꽉 찼고,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심지어 대강당 뒤쪽에서 선 채로 3시간30여 분 간 진행된 토론회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발기인으로 참여한 서울대 교수뿐만 아니라, 운하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인사, 운하의 문제점을 알기 위해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교수모임 측의 한 인사는 "운하 공사에 참가하려는 개발업체 관계자들도 많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서울대 교수모임의 발족을 환영했다. 그동안 침묵했던 지식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간 운하 논쟁이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에서다.

 

신용국 대운하반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찬성 측에서 장밋빛 환상이 가득 담긴 한반도 운하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는 역할을 지식인들이 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신 처장은 또 "지식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애초부터 이뤄졌어야 했고 이론적인 성명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길 원한다"면서 "운하가 건설돼 사회적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지 않으려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우 한강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외협력 위원장 역시 이번 행사를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찬성론자들이 운하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식인들의 논리적 검증이 필요하다, 의식 있는 이들이 앞장 서 운하의 문제점을 일반 시민과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역시 지식인들의 운하반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성준(서울대 대학원 통계학 전공)씨는 "운하 건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어떤 점이 문제인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교수님들이 직접 운하건설의 허점을 짚어주니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 용기에 격려 한다"며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학자적 자세로 끝까지 책임 있게 꾸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태용(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 전공)씨는 "정부가 한반도대운하 찬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지식인들 역시 반대의견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 중에는 운하에 대해 찬성 의견을 갖고 있었으나 토론회가 끝난 뒤 반대 의견으로 의사를 바꾼 이들도 있었다.

 

유영(경원대)씨는 "운하가 건설되면 대학생들에게도 이익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해보다 폐가 많은 것 같다"며 "운하건설로 예상되는 환경오염이 생각보다 심각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운하건설 찬성의견을 끝까지 고수한 참석자도 있었다.

 

임원보(63․인천광역시)씨는 "과연 어떤 논리로 운하건설을 반대하는지 궁금해서 참석했다"며  "강연을 통해 운하건설의 문제점도 알 수 있었지만 찬성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하게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보완․수정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대체로 운하 건설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운하건설로 인한 환경․경제적 손실을 걱정하는 의견들을 밝혔다.

 

임소연(서울대 대학원)씨는 "환경과 경제를 따로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두 문제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닌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라니 오건말건, 홍수 나건 말건 안중에도 없다니..."

홍일선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의 발표문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문학평화포럼의 사무총장인 홍일선 시인도 참석했다. 여주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토론회 마지막 코너인 질의응답 시간에 '한반도대운하'와 관련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남한강이 흐르는 ‘여주’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라니가 뛰어다닐 만큼 환경적으로도 뛰어난 곳이죠. 동네 가구 수는 50여 정도로 5~6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땅들은 모두 서울 사람들의 소유입니다. 특히 강변의 땅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는 소작농으로 살아가고 있는 50여 가구 주민들이 운하 건설에 찬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운하건설로 이익이 돌아갈 사람들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인데 마을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여주군의 모든 로터리에는 ‘대운하가 살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남한강 주변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운하건설이 추진되면 이러한 규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라니가 오건 말건, 홍수가 나건 말건 이러한 문제는 안중에도 없어 보입니다. ‘운하건설로 인한 경제성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도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단체장들은 운하가 건설되면 ‘군민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 홍보하고 있으며 심지어 ‘여주운하를 반대하는 군민도 여주 군민이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을 정도입니다. 시골의 현실이 이렇습니다. 남아있는 농민들의 삶이 너무나 암담하고 비참합니다. 여기 참석하신 모든 분들, 부디 집에 가서도 많이 고민하고 성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김정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한반도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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