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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울려퍼진 '뱃노래'. 황연수 명창의 지도로 동네 주민들이 민요를 배우고 있다.
 산골에서 울려퍼진 '뱃노래'. 황연수 명창의 지도로 동네 주민들이 민요를 배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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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야 디여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부딪치는 파도소리 단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젓는 소리 처량도 하구나
어기야 디여차∼”

지난 29일 오후 전라남도 담양군 대덕면 운산리 마을회관. 만덕산과 수양산에 둘러싸인 산골마을에 울려 퍼지는 굿거리 장단의 뱃노래가 금세 바다 한가운데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파 무공해지역’인 산골에서 듣는 힘찬 노래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운산마을이 요즘 활기에 넘쳐 있다. 비단 민요를 배우고 풍물을 익히기 때문만 아니다. 3년 전부터 주민들이 추진해 온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이 하나 둘 성과를 거두면서부터다. 주민들도 자신감에 차 있고 희망에 부푼 표정들이다.

만덕산과 수양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담양 운산마을. 전형적인 산골마을 풍경이다.
 만덕산과 수양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담양 운산마을. 전형적인 산골마을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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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마을 입구에 세워진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운산마을 입구에 세워진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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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대덕참삶공동체’를 구성하고 행복마을 만들기 30년 비전을 마련했다. 마을을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데 뜻을 한데 모은 것. 이를 위해 주민들은 쌈짓돈을 사업비에 보태고 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1사1촌 텃밭 분양, 마을 특산품 만들기, 폐교를 활용한 농촌체험, 한글교실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특산품으로는 콩을 선택했다. 일교차가 크고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의 특성상 최적지라 판단됐기 때문이다. 콩을 이용한 메주, 된장, 간장 등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콩영농조합법인’도 만들었다. 법인은 8년 전 서울생활을 접고 귀농한 오봉록(47)씨가 이끌고 있다.

우리콩영농조합법인의 장독대. 운산마을 주민들은 특화작목으로 콩을 선택, 재배하고 있다.
 우리콩영농조합법인의 장독대. 운산마을 주민들은 특화작목으로 콩을 선택, 재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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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용산골자연학교’도 개설했다. 한살림, 생협연대 등 광주지역 소비자단체와 함께하는 이 학교는 콩 타작,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도자기 빚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T노조 전남지방본부와 자매결연 사업도 추진해 오고 있다.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에 감동한 농림부는 지난해 운산마을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했다. 사업비도 내년까지 2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말에는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로부터 ‘혁신대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초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과 좌절감은 가장 큰 문제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돼 주창한 게 우리 전통의 향약이다.

운산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정한 '향약'. 네 가지 덕목에다 '생명존중'을 더했다.
 운산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정한 '향약'. 네 가지 덕목에다 '생명존중'을 더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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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은 서로 권한다(德業相勸), 잘못은 서로 고쳐 준다(過失相規), 예에 맞는 풍속은 서로 교환한다(禮俗相交), 환난을 당하면 서로 도와준다(患難相恤)에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生命尊重) 하나를 보탰다. 마을 내 갈등의 중재나 조정은 마을운영위원회에서 맡고, 주민 상호간 품앗이로 두레문화를 살린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패배의식은 점차 사라졌다. 흐트러졌던 신뢰와 단결심도 회복됐다. 주민들의 자신감도 빠르게 생겨났다. 그 사이 박기홍(44)씨 등 7가구가 귀농을 하면서 주민들 연령층이 젊어진 것도 마을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올해로 귀농 7년째를 맞은 윤영민(47) 이장은 “주민 모두가 참여해 문제를 인식하고 같이 해결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 지역출신 고광순 의병장의 본영터와 판소리 한승호 명창의 태생지를 살리는 역사문화벨트 복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운산마을 돌담길. 한 할머니가 민요를 배우러 마을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운산마을 돌담길. 한 할머니가 민요를 배우러 마을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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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산마을은 외진 곳이다. 휴대전화 통화 상태도 불량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파 무공해 지역'이라 말한다.
 운산마을은 외진 곳이다. 휴대전화 통화 상태도 불량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파 무공해 지역'이라 말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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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운산마을, #혁신, #담양 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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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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