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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명래 작 <생존본능>
남명래 작 <생존본능> ⓒ 유머아트그룹

 마르친 본다로비치 작 <드라이하는 펭귄>
마르친 본다로비치 작 <드라이하는 펭귄> ⓒ 유머아트그룹
드라이어로 능숙한 듯 얼음을 녹이는 남극의 신사 펭귄. 얼음 속에는 커다란 동전 한 닢이 박혀 있다(마르친 본다로비치 작). 이제 이 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핵발전소 근처에 머리가 두 개 세 개 괴상하게 달린 눈사람들(유리 코소부킨 작)을 보라. 어쩌면 지구상 생명체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독면'을 쓰고(남명래 작 <생존본능>) 가까스로 꺼져 가는 숨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유머아트를 지향하는 '유머아트그룹'(회장 오영)이 첫 전시회를 연다. 다음달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유머아트전’.

전시 주제는 ‘환경과 지구 온난화’로, 한없이 심각하지만 유머아트그룹답게 곳곳에 웃음과 재치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가벼이 웃어 넘기지 못할 인상적이고 준엄한 경고를 담았다.

오영 회장은 유머아트에 대해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성과 카툰의 오락성이 결합된 21세기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소개했다. “선과 면의 예술적 표현을 바탕으로 한 풍자와 해학, 위트와 유머가 담긴 종합예술”을 지향하는 유머아트그룹은 지난해 3월 결성됐다.

이번 전시에는 강태용과 김윤조, 남명래, 이종균, 오영, 정인성 등 6명의 유머아트그룹 회원을 비롯해 마를렌 폴레 세계카툰연맹 회장, 알렉산드로 가토, 벨레리 꾸르뚜, 파벨 쿠친스키 등 해외 작가 12명이 참여, 약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영 회장은 “유럽카툰연맹(FECO) 회장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작가들을 섭외했다”면서 “카툰계의 신선한 바람이 될 것”이라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오영 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오영 작가
오영 작가 ⓒ 오영
- '유머아트'라는 장르가 생소한데?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성과 카툰의 오락성이 결합된 21세기 카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정의하자면 유머아트란, ‘선과 면의 예술적 표현을 바탕으로 한 풍자와 해학, 위트와 유머가 담겨 있는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조이카툰’ 블로그를 운영, 해외 카툰을 많이 알리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점차 카툰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 몇몇 작가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모임이 결성됐다. 유머아트라는 명칭은 지난해 3월 모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카툰과 일러스트레이션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묘안을 찾던 중 나왔다."

- 유머아트그룹은 어떻게 결성되게 됐나?
"유머아트그룹의 슬로건은 ‘카툰의 대중화, 고급화, 세계화’다. 대중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고, 또 현재처럼 획일화해 버린 카툰 구조를 바로잡고 개혁해 대중예술로 자리잡아나가는 동시에 세계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우리나라 카툰의 위상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해외 작가들과도 활발히 교류하는 것 같은데?
"조이카툰 블로그를 통해 해외 카툰에 대한 정보를 습득함은 물론 유머아트 회원 중 일부 작가들은 왕성한 해외 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과 체험을 밑바탕으로 해외 작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유머아트 그룹의 첫 전시이기에 카툰의 본고장인 유럽의 작가들을 주로 초대했다.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남미쪽 작가들과도 활발히 교류, 세계 카툰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전파해 우리나라 카툰의 새로운 브랜드 시대를 열어나갈 계획이다."

 유리 코소부킨의 <두 얼굴의 눈사람>
유리 코소부킨의 <두 얼굴의 눈사람> ⓒ 유머아트그룹
-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해외 작가들의 경우 특히 세계적으로 이미 검증받은 작가들이라 특정 작품을 꼽기가 쉽지 않을 만큼 좋은 작품이 많다. 다만 전시 기획 기간이 워낙 짧아 해외 초대작가들이 새 작품을 그릴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유머아트의 주제인 ‘환경과 지구 온난화’와 부합하는 작품을 몇 점 꼽자면, 마르친 본다로비치의 <드라이하는 펭귄>, 유리 코소부킨의 <두 얼굴의 눈사람>, 미카일 쯔라트코프스키의 <퍼즐 맞추기>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전시작들은 대부분 무제이지만 설명을 위해 임의로 제목을 달았다."

- 유머아트그룹이 특히 유럽 카툰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면?
"유럽은 카툰의 본고장이다. 그리고 카툰과 일러스트레이션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공교롭게도 카툰과 일러스트라는 개념이 사용되는 시기가 비슷했는데, 지금 두 장르는 너무나 방향이 달라졌다.

쉽게 설명하자면, 프랑스 유명 작가 장자끄 쌍뻬는 일러스트레이터이고 카투니스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카투니스트’라고 부른다. 그러나 유럽은 카툰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장르의 학문적 구분 보다는 작가의 정신이 무엇인가에 더 주목한다. 우리는 이러한 유럽 카툰의 정신을 닮고자 한다."

- 우리나라 카툰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일본식 카툰과 유럽식 카툰에는 차이가 있을 텐데?
"일본의 망가의 천국이고, 망가는 이미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그런데 카툰은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일본의 카툰은 망가의 위세에 눌려 만화의 변방으로 쫓겨난 꼴이랄까. 우리나라와 형세가 비슷하다. 일본 만화에 지대한 영향의 받고 있는 우리나라 만화산업도 무관치 않을 것 같다.

유럽 카툰과 일본 카툰의 차이는 상황에 대한 전개나 카툰의 이해도는 비슷하나 표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일본은 만화 같은 선으로 표현을 많이 하고 유럽은 선과 면을 모두 중요시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본에도 ‘유머아티스트’들은 있겠지만 망가 세력에 가려 그들의 목소리가 외부로 전달되기는 부족할 것이다."

- 유머아트그룹은 앞으로 유머아트를 알려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가고 싶은가.
"우리나라 기성작가들이 인식은 하고 있지만 시장의 논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작가들의 심리이기도 하다. 활로만 개척할 수 있다면 유머아트는 우리나라 카툰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좋은 작품을 보면 쉽게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것이 독자의 마음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카투니스트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과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마음, 여유가 있어야겠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들려달라
"앞으로 우리 유머아트그룹은 우리나라 카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보완, 발전시켜 카툰의 대중화를 앞당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번 서울 국제 유머아트전이 일회용 전시에 그치지 않고 보다 업그레이드해 다음 전시에는 더욱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멤버들의 해외 활동을 적극 권장, 강화하고 카툰 인재 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가시밭길을 사람이 한 번 지나간다고 해서 길이 생기지는 않는다. 넓은 길이 생기려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필수적일 것이다."

 미카일 쯔라트코프스키 작 <퍼즐 맞추기>
미카일 쯔라트코프스키 작 <퍼즐 맞추기> ⓒ 유머아트그룹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머아트#유머아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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