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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신문 <뷰스앤뉴스>가 재미있는 보도를 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대철 고문이, 정동영 전 대선후보에게 '신당 창당'을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정동영 전 대선후보에게 '신당 창당'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동영계 의원들도 손학규 대표의 '호남 쇄신론' 등에 반발하며, 정동영 전 후보를 향해 '신당 창당'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당선과 '안티 노무현 및 참여정부 정서'의 만연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총선 압승을 예상하는 이들도 많은 상황에서, 범야권의 행보가 복잡하게 분화될 것이라는 예측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한 마당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탄생할 수 있는 야당의 숫자는 최대 8개까지 계산이 가능합니다. 기존 범여권의 분화는 물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일부 한나라당 탈당세력과 일부 범여권 이탈 세력을 모아 자유선진당을 출범시키고 있으며, 민주노동당도 분당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총선 압승 가능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최대한의 몸부림을 보일 것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세력은 대통합민주신당입니다. 이른바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손학규 대표를 선출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기존 대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손학규 대표 선출 직후 이해찬 전 총리가 탈당해 '신당'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가 '호남 쇄신론'을 거론하면서 정동영 전 후보 측에서 '신당 창당'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탈당이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스스로 "독배를 마시는 심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 잔은 '독배'가 분명해 보입니다. 손학규 대표가 참고해야 할 상황은, 2004 총선 당시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겠지만, 국민들은 아직 손학규만의 매력과 이미지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왜 무너졌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광범위한 안티 정서에 휩싸인 원인으로 대부분 '실정'을 거론합니다. 문제는, 어떤 방향에서 바라본 실정이냐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는 '실정'은 한나라당의 관점에서도 제기될 수 있으며, 민주노동당의 관점에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국민은 이 '실정'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각 정당 중 실질적인 정치력을 가진 한나라당과 '성공 신화' 이미지의 이명박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입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혁의 의지가 확실했다면 2004 총선에서의 열린우리당의 승리는 확실한 기회였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개혁 입법과 그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표현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혁'과 '실용'이라는 2가지 명제 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이라크 파병안 통과'와 '한미 FTA 체결'이라는 한나라당의 관점과 거의 다를 것이 없는 국가중대사를 추진했으며,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을 가속화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역시 이 명제를 놓고 일관된 목소리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외면을 받은 것입니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어차피 기존 정서 때문에라도 한나라당에 표를 던집니다. '안티 DJ 정서'나 뿌리깊은 지역정서 때문에라도 기존 여권에 표를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그 반대편에 있는 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을 지지층으로 굳혀놔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었는지 어쨌는지, '실용'이라는 모호한 명분 속에서 '갈팡질팡'을 정당화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몰린 것입니다. IMF 체제에 따른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에 의한 양극화 현상도 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전적인 책임으로 몰린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탄생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여당 한나라당'입니다.

 

추진하겠다는 정책으로 보나,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성향으로 보나, '양극화 현상'은 더더욱 극심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배신감은 명확했고, 그중 상당수가 이명박 당선인이 추진한다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정책이 본인에게 얼마나 해악이 될지 느끼지 못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일본에서 수입해온 한나라당의 선거구호 '잃어버린 10년'에 호응한 것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유연한 진보'니 하는 '실용'의 구호를 다시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외면받게 된 과정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도 제기된 것입니다. '이념 논쟁'을 쓸데없는 논쟁쯤으로 치부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념 논쟁'이야말로 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정당성과 명분에 큰 약점을 안고 있는 한나라당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논쟁입니다.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이 괜히 '이념 논쟁'을 죄악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아냥에 노출된 이유, 그리고 손학규 대표 체제의 대통합민주신당이 큰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 지분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대통합민주신당의 비극이라고 할만 합니다.

 

아직도 정치공학으로 해결될 것으로 믿나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신당을 창당한다는 이야기와 정동영 전 후보 역시 신당 창당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도는 이유는, '지분 싸움'의 일환입니다. 정치를 하려면 지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지분이란, 공천이나 득표를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것과 함께 국회의원 역시 몇 명을 탄생시킬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호남 쇄신론' 발언 이후 정동영 전 후보 측에서 신당 창당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역시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만들 수 있는 신당도, 전통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당일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퇴임 후 봉하마을로 귀향할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또다른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열린우리당에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미 한차례 껍데기를 바꾼 적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김한길 의원이나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의 중도개혁통합신당 등, 창당 행렬이 정신없이 이어짐으로써, 오히려 악순환을 겪었다는 전적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바라보면, 신당을 창당해봐야 '안티 노무현 정서' 속의 유권자들은 "저 사람들 또 시작한다"는 반응 외에는 별다른 소득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정치공학입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라는 키워드와 그에 따른 정치공학에 다소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서 추진동력을 잃어 초반 지지율을 상당수 깎아먹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정치공학을 아주 배제할 수야 없지만, 그에 얽매여 정말 봐야 할 것을 놓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이회창 전 총재가 몸소 보여준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 이름을 바꾸거나 계파별로 헤쳐모여 지분 보장에 신경쓰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안티 노무현 정서'의 뿌리가 되고, 열린우리당이 외면을 받은 진짜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합신당 지지자들 중 일부는,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에 특별한 이득이나 관심을 갖지 않는 한, 국민이 바라보는 정동영·이해찬·손학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분 싸움 때문에 당을 분화시켜봐야, 총선 압승 가능성을 목전에 둔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길 이상의 의미는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보세요. 분화 가능성에 대해 한나라당은 논평조차 내고 있지 않습니다. 조용히 즐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범여권'에서 '범야권'으로, 변수는 '노무현'

 

손학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명망으로 보나, 그 이름에서 비롯되는 영향력으로 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주주라 할만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학규 대표를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렇게도 거론했던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측면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원로로서의 예우를 받고 있고, 선거판을 바라보는 안목도 여전히 예리하지만, 현실적인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원로는 뿌리깊은 '안티 노무현 정서' 속에서도 확고한 지지세력을 어느 정도는 안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일 것입니다.

 

하지만, 손학규·정동영 등, 신당의 대주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놓았던 손학규 대표와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안티 노무현 유권자'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직접 성명까지 내면서 이명박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이는 중요한 상황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명박에 대한 중심 대립각을 노무현으로 돌려놓으려 한다"는 분석을 제시합니다. 정확하다고 판단합니다. 아직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하기엔 노무현 대통령이 젊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명박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울 뚜렷한 중심인물이 아직 돌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조차도 '민주산악회 재가동' 등의 정치활동 재개를 하려다가 말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훈수정치' 등의 간접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들보다 훨씬 젊고, 5년간의 집권에 대한 아쉬움 등 정치에 미련이 많을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버리기 어려운 노무현 대통령임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한동안, 시사주간지 <시사IN>의 보도 등, '노무현-이명박 밀약설'이 돌았다는 것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 소문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앞으로도 파악이 어려울 것입니다. 정황에 따른 추측 정도나 가능하겠죠.

 

정황에 따라 추측을 해보자면,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엔,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유리했습니다.

 

저돌적인 친부유층 정책과 '한반도 대운하' 등의 거센 저항을 수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지지 못지 않게 안티도 확고한 이명박 당선인임을 감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후임자가 전임자를 흔들었던 전례가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정동영 당시 대선후보조차도 사이까지 좋지 않은 마당이라,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유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범야권의 합산과 분화, 그리고 그 전개방향의 중심축은 그렇듯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가 많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또 이명박을 돕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주도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치명타"라고 이야기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실용'에 묻혀져 가려는 것이야말로 이명박 당선인을 돕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당과 대통령이 제기하는 '실용'과 야당이 제기하는 '실용', 기왕이면 보수여당과 대통령을 주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인과 대립각을 확고하게 세울 수 있는 계기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점당했고 정치공학에 몰두한 대주주들의 신당 창당 뉘앙스까지 노출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말장난은 피하고, '대립각'으로 기회 찾아야

 

앞서 이야기했듯이, 친부유층 위주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검증 공방 등의 여파로 많은 안티를 생산한 이명박 당선인임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영어 몰입 교육'이나 '건강보험 민영화'와 같은, '서민 죽이기 정책'을 앞세울 이명박 당선인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에 대한 대립각만 제대로 세울 수 있어도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제외한 유권자들은 다시 주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무현이든, 정동영이든, 손학규든 이 좋은 기회를 살려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로 봤을 때, 그 기회를 가장 확실히 포착한 정치인은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그의 행보가 퇴임 후에도 조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로부터 활로를 찾으려 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신당 창당 등 뻔한 정치공학에 몰두하려는 일부 대통합민주신당 내 대주주 측 지지의원들과 한번 실패한 '실용' 이미지를 다시 내세우려는 손학규 대표를 보면, 당장 한나라당의 총선 압승 가능성은 확실해보인다는 판단도 듭니다. 이미, 한번 실패한데다가, 상대방이 내세워 효과를 보고 있는 '실용'을 다시 활용해봐야 독자적인 메시지를 내걸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죠.

 

통합신당 내 대주주들의 행보, 그래서 주목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5년이 결코 간단히 흐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18대 총선, #이명박, #노무현, #정동영,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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