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일산역사의 모습
▲ 일산역 앞 풍경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일산역사의 모습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현재 100m 떨어진 곳에서 신 일산역사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일산역사 내 현재 100m 떨어진 곳에서 신 일산역사 공사가 진행 중이다.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문화재로 지정된 일산역 바로 옆 광장 부지에 고층 아파트가 건설된다. 이에 고양시민들과 환경단체는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문화재가 오히려 고층 아파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에 자리잡은 '일산역'. 1933년 지어진 후 옛 철도 역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2006년 9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294호로 지정될 정도로 그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완목식 신호기와 수동식 전철기 신호등 등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유물들이 얼마 전까지 보존되고 있었던 일산역. 지난 26일 찾아간 일산역에는 역사 직원들이 기르는 강아지와 토끼가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차역 내 토끼 우리.
▲ 기차와 토끼 기차역 내 토끼 우리.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지금도 이 곳에서는 문산-서울 간 경의선이 매시 3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바쁜 출퇴근 시간에는 앉을 자리 없이 꽉꽉 찰 정도로 일산역 부근 시민들이 애용하고 있는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일산역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22층의 고층 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부지는 수년 전부터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받아 신설되는 일산역 광장부지로 예정되어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굴착기가 들락날락하는 고층 아파트의 공사현장이 되어버렸다.

어찌 된 사연일까. 간략한 정황을 살펴보자면 이러하다.

광장 부지 되팔면서 73억원 시세 차익 챙겨


일산역과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공사현장. 공사현장에 진입하려는 차가 일산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일산역과 공사현장 일산역과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공사현장. 공사현장에 진입하려는 차가 일산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한창 건설 중인 공사 현장
 한창 건설 중인 공사 현장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좌측에 아파트 공사현장이, 가운데 일산역이, 오른쪽 끝에 신 일산 역사 공사현장이 보인다.
 좌측에 아파트 공사현장이, 가운데 일산역이, 오른쪽 끝에 신 일산 역사 공사현장이 보인다.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오른쪽의 신 일산역사 부지, 가운데의 광장 부지 중 가운데 부지가 용도 변경되어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 일산역 지도 오른쪽의 신 일산역사 부지, 가운데의 광장 부지 중 가운데 부지가 용도 변경되어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고양시장은 지난 2006년 12월 21일 '2010 고양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였고, 새로운 일산 역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산역 광장으로 예정되었던 곳은 현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위 가운데 사진)이었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 고양시의회 의장이었던 B씨는 다음해인 2007년 9월 일산역 앞 광장부지에 두 곳(1101㎡, 182㎡)의 필지를 매입 후 A 시행사에 되팔면서 73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그는 이 일로 경찰 수사까지 받았으나, 경찰은 외압 행사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했다. 이때 1101㎡에 해당하는 부지가 바로 일산역 앞 광장 부지였다(위 그림 중 가운데 기존 광장 부지).

이후 고양시는 경의선 복선화가 진행되면서 일산역은 오른쪽으로 옮겨졌다. 지난 2007년 11월 12일 기존 광장 부지(위 가운데 사진)에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도록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결정, 고시했다.

또 대상 사업부지 중 일산역 광장을 포함한 1만6761㎡를 제 2종 주거지역에서 제3종 주거지역으로 조정하였다.

고양환경운동연합 "지금 공사 중지하지 않는다면, 더 큰 손해를 불러올 것"

2008년 현재 A사가 고층아파트를 시공하고 있다. 시민들은 고양시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 비난의 글을 올리며 고양시의 허가에 항의하고 있고,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발표하고 대책위를 소집하는 등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28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진행 상황과 입장을 밝혔다.

- 지금까지 진행 상황은?
"일산역 앞에서 매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언론사의 홍보와 시민단체와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 벌써 공사가 진행 중인데,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최종 목표는 건설을 중지하고, 그 곳에 (일산역) 광장을 조성하는 데 있다. 일산역은 역사적으로 볼 때나, 문화적 가치로 볼 때, 매우 우수한 일산의 문화재 중 하나이다. 1994년 서울에서 진행되었던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에서 경관을 해치는 아파트를 모두 철거했던 예가 있다. 지금 공사를 중지하지 않는다면, 후에 더 큰 손해를 불러올 지도 모른다."

공사 부지 바로 뒤 주상복합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공사 부지 바로 뒤 주상복합아파트에 걸린 현수막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앞서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관련, 지난 15일 '일산역 광장보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을 만들고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역사의 산 교육장소이며 관광명소로도 그 활용가치가 높은 일산역 바로 뒤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주변과의 부조화를 이루는 우스꽝스런 풍광을 자아낼 뿐"이라며 "망가진 문화재나 지역의 명소를 살리기 위한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타 지자체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과 단체들이 뜻을 모아 일산역과 광장이 지역 주민은 물로 지역 문화와 주거 환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의 중요한 공간인 공원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환경운동연합 게시판에서 시민 서난숙씨는 "신도시(일산동구)와는 일산동에는 달리 잠시 쉬어갈 벤치 하나 없어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그런 동네에 광장 부지마저도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성토했다.

신축 중인 건물 뒤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는 황연숙씨는 지난 26일 "가뜩이나 일산 동구보다 휴식공간이 없는 서구에 공원으로 계획되어 있는 부지조차 고층 건물을 지어 올리다니"라며 "남향인 우리 아파트의 조망권과 일조권을 위해 29층에서 22층으로 높이를 낮추었지만, 그래도 너무 답답할 것 같다"고 고양시의 안일한 건설 계획을 비난했다.

고양시 "합법적인데 왜 문제 제기하나.... 공원도 조성할 것"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에도 일산역 광장 부지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민들의 항의와 환경단체의 운동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용도변경이 된 이상,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축이기 때문이다.

한편 고양시 관계자는 28일 전화통화에서 "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 공사를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지 값이 너무 뛰어서, 다시 사들이는데도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산역 앞에 바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를 오픈하는 방식으로 건설해서 자그마한 공원 조성을 게획 중이다"고 밝혔다.

[취재 후기]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장기적인 안목 없는 태도 느껴져...

주민분들과 하나의 마음으로 일산역사를 건립하겠습니다.
 주민분들과 하나의 마음으로 일산역사를 건립하겠습니다.
ⓒ 김혜민

관련사진보기



문화재로 지정된 일산역 옆 광장부지의 고층 아파트 건설 공사와 관련해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오랫동안 공원 부지로 예정되었던 곳을 시민들의 어떠한 의견 수렴도 없이 한순간에 제1종주거지역으로 변경하고, 뚝딱 고층 건물을 올리는 것은 지자체의 무분별한 허가가 난개발에 대책 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여실 없이 드러내고 있다.

현재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는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정부는 수백 년 된 건물도 쉽사리 없애거나, 훼손시키지 않는다.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고 그에 대한 장기 대책 마련을 한 것이다. 시민들도 이를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대도시에서도 옛 유적지나 문화재가 조화를 이루며 보존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유럽에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한 어떠한 인식도 장기적인 안목도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문화재와 개발의 조화를 생각하기는커녕 지자체가 앞서서 무분별한 난개발을 허가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것이 '푸른 고양'을 지향하는 고양시의 시민을 위한 사업인가? '주민분들의 하나 된 마음으로 일산역사를 설립하겠습니다'라는 신역사 건설현장에 펄럭이는 현수막이 무색한 일산역의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혜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7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일산역, #일산역 광장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