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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미국 대선을 독자 여러분에게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미국 현지사정에 정통한 필진들을 고정 칼럼니스트로 확보했습니다. 첫 칼럼니스트는 '노틸러스 연구소'에서 안보 및 지속가능한 개발 분과를 담당하고 있는 팀 새비지 부국장입니다. 팀 새비지씨는 미국 현실정치 및 북미관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내언론이 놓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면을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상세하게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미국의 예비선거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에서 각 후보들은 아이오와주나 뉴햄프셔주같은 소규모 주에서 승리를 거두어 그들의 경쟁력을 입증하려 한다. 여기서 승리하는 후보는 선거자금과 각계의 지지선언을 확보하며 캠페인에 탄력을 받아 2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2단계에서 각 후보들은 여름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지명할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대의원이 많은 큰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질 즈음에는 선두주자가 대체로 이미 뚜렷해진 뒤여서 이후의 예비선거는 요식행위가 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올 해 민주당의 예비선거는 지난 1952년 이후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경선 초반부터 열기가 달아오른 예비선거로 기록될 정도여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를 마지막으로 예비선거 1단계는 마무리되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민주당 경선은 현재 갈수록 치열하고 날카로운 선거전을 펼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의 2파전으로 정리되고 있다. 반면에 공화당은 3~4명의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는 민주당이 남부에서 치르는 첫 예비선거이자 흑인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첫 예비선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에게 유리한 곳이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이미 다른 주에 캠페인을 집중하고 있고 토요일 저녁 개표가 완료되기 전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를 떠날 예정이이서 사실 상 이곳의 패배를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힐러리와 오바마는 각각 인종과 성(性)뿐 아니라 캠페인 방식에 있어서도 후보간에 큰 차이를 드러냈다. 그간 민주당 기득권층의 후보로 선거운동을 해 온 힐러리는 기성 흑인 정치지도자와 기독교 목사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남부의 흑인표를 유인하려 했다.

 

반대로 지역공동체에 뿌리를 둔 오바마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을 보내 표밭을 일구는 등 풀뿌리 선거운동을 펼쳤다. 오바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많은 유권자들이 그가 흑인임을 아직도 모르고 있음을 깨닫고는 기존 선거홍보책자 대신 오바마와 그의 가족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급히 찍어 배포하기도 했다.

 

두 후보의 차이점은 2월5일의 '슈퍼화요일'에 대비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슈퍼화요일에는 22개주가 동시에 예비경선을 치르며 민주당 대의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2000명의 대의원이 선출된다. 힐러리는 그녀의 지명도가 매우 높은 뉴욕주와 인근 뉴저지주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주지사로 일했던 아칸소주, 또 가장 많은 444명의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바마는 반대로 '당원대회(코커스)'가 열리는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원대회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에 투표하기 전에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데 오바마측은 풀뿌리 조직에서 앞서는 그의 지명도가 지지자들을 실제로 투표소까지 가게 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알래스카, 콜로라도, 아이다호, 캔사스, 뉴멕시코, 노스다코다주 등 당원대회가 열리는 주의 대의원을 모두 합해도 300명 정도여서, 오바마가 힐러리와 대의원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치르는 대형 주 몇 곳에서도 앞서야 한다. 각 주는 대의원을 선출하는 고유의 방식이 있지만 모두 후보가 얻은 주 전체의 득표율과 지역구의 승패 여부를 조합해 대의원 수를 결정한다. 

 

이런 탓에 2월5일의 슈퍼화요일은 매우 복잡한 산술게임이 되어 각 후보들은 주 안에서 자신이 우위를 점한 특정 선거구에 역량을 집중하게 마련이다. 힐러리나 오바마나 자신의 주에서는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공히 상대방 텃밭에서도 상당수의 대의원을 확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지난 금요일, 당의 허락 없이 2월5일 이전에 예비선거를 치러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자격을 박탈한 미시건주와 플로리다주 대의원들에 대해, 힐러리가 이들의 자격을 다시 승인해 달라고 대의원들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공표함에 따라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 우려가 커졌다. 힐러리는 오바마와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삭제한 채 치러진 미시건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며,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선거운동을 벌이지 않은 플로리다주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힐러리가 이 두 곳의 대의원들의 자격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하고 또 이것이 힐러리와 오바마가 실제로 확보한 대의원수 차이와 일치한다면 올 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리차드 닉슨에 맞선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을 후보로 지명한 1968년의 전당대회 이후 가장 격렬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시 전당대회장 밖에서는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 바 있다.

 

플로리다주는 초반의 예비경선을 건너뛰고 대의원수가 많은 주의 예비경선에만 집중하는 매우 드문 선거전략을 취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도 명운이 걸린 곳이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결과 줄리아니는 이곳에서 존 매케인 아리조나주 상원의원과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의 지지율차가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줄리아니가 이곳에서 패한다면 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며 반면에 존 매케인 의원과 미트 롬니는 슈퍼화요일에서 선두주자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한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복음주의 기독교도의 지지에 힘 입어 아이오와주에서 깜짝 승리를 거둔 이후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지지세를 다시 끌어올리려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줄리아니가 플로리다주에서 설사 패한다 해도 슈퍼화요일의 예비선거에서 공화당이 뚜렷한 선두후보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세 후보는 공화당 주요 구성원의 일부에게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어 마이크 허커비는 사회적 보수파, 미트 롬니는 경제적 보수파, 그리고 존 매케인 후보는 국가안보 보수파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각 후보는 또 다른 그룹내에 뚜렷한 비토세력이 존재한다. 마이크 허커비는 그의 경제적 포퓰리즘과 부시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이, 미트 롬니는 그의 몰몬교 배경과 사회복지에 대한 입장 번복이, 그리고 존 매케인은 선거자금 개혁과 이민에 대한 유연한 입장이 비토세력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공화당은 심지어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후보를 내지 못한 채 오는 9월의 전당대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공화당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까지 수 차례의 재·결선투표를 치러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톰 듀이 뉴욕 주지사가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맞섰던 지난 1948년의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편 선두 후보와 2, 3위 후보의 대의원들 사이에 교차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활발한 막후 표거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과거 각 당의 전당대회란 TV채널을 고정한 일부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된 축하쇼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올 해 대선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양당의 전당대회중 최소한 하나는 실제로 대선후보들간의 치열한 지명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간 양당이 감추고자 했던 정치과정의 흑막이 유권자들에게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땀과 피와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2월6일 이후에도 누가 양당의 대선후보가 될지 여전히 알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누가 앞서갈 것인지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민경진)

태그:#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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