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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입원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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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환호했다. 늦게 한 결혼이라 아이를 빨리 낳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아이를 향한 사랑은 깊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첫 아이 인헌이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헌이 눈이 이상해요? 안과에 가서 검사해보세요."

듣기 거북했지만 인헌이 눈을 자세히 보면 눈동자가 바깥으로 벌어지기도 했고 안으로 모이기도 했다. 강한 햇살 아래서는 검은 눈동자가 완전히 위로 올라가 하얀 눈동자만 보일 때도 있었다. 내 눈이 사시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설마 했다.

"여보, 우리 한 번 안과 가볼까?"
"너무 어린 데 조금 더 기다려보죠."

아내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인헌이의 눈은 더욱 확연했다. 안과 의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사시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2002년 1월 우리는 안과에 인헌이를 데리고 갔다. 비전문가 부모와 전문의 의사가 내린 결론은 '사시'였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인헌아!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사시라 너도 사시구나.'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사시는 수술을 빨리 받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대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불안에 떠는 우리를 '수술을 받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위로했다. 아이를 향한 의사의 마음은 정말 따뜻했다.

"이름이 무엇이야? 인헌이라고. 인헌이 여기 보세요. 인헌이 착하네, 잘하고 와 숫자도 읽을 줄 알고."

진료결과 인헌이 사시는 단순한 사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의사는 부모에게 희망을 주었다.

"인헌이는 바깥 사시도 있고 위 사시도 있습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수술하고 통원치료 잘하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2002년 4월 22일에 입원해 23일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렸지만 수술 후 8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잠도 잘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두 눈을 감은 상태에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정말 고통이었다. 끊임없이 말을 걸고, 보채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인헌이 조금만 참아. 밥 먹고 잠잘 수 있어."
"아빠, 내일 집에 가서 서헌 체헌이와 같이 놀 수 있지."
"같이 놀 수 있지. 선교원에도 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www.hira.or.kr) 초기화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www.hira.or.kr) 초기화면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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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수술은 다음 날 바로 퇴원할 수 있다. 24일 퇴원을 했다. 진료비가 84만9310원 나왔다. 부담되는 진료비였다. 내역을 보면서 4년 전에 인헌이가 태어나서 돌려받았던 진료비가 생각났다.

인헌이가 태어났을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가 적정하게 부가되었는지 확인하는 공문이 왔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진료비 영수증을 복사해 보냈다. 자연분만 진료비가 30만원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났다.

진료비 영수증을 보낸 후 한 달가량 지났을 때, 병원에서 3만원 정도를 과다 청구했다고 돌려주었다. 셋째 아이도 심사평가원에 진료비가 적정하게 부가되었는지 민원을 넣었을 때 진료비의 약 10%를 돌려받았다.

두 번의 경험은 의사와의 신뢰관계 외에 병원과의 신뢰관계는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인헌이 사시 수술비가 정확하게 청구되었는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어 보기로 했다.

"여보. 심평원에 진료비 과다청구 민원 넣어볼까요?"
"인헌이와 체헌이 출산 때 진료비가 과다하게 청구되어 10% 정도 돌려받았잖아요. 병원을 믿어야 하지만 85만원이나 나왔으니 한 번 넣어보세요."

2002년 6월 22일 민원을 접수해 7월 25일 회신을 받았다. 실제징수금액이 84만9310원인데 그 중 과다징수금액이 14만8546원이었다. 과다징수 금액을 상세히 살펴보면 Drape small이 7000원, 마취재료가 10만원, 거즈가 760원, Suture mersilk가 1만2390원, polysorb가 2만 8400원이었다.

심사평가원은 이들 항목이 소정처치와 수술료에 포함되어 있어 별도 징수 불가라고 했다. 영어로 된 전문항목이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과다 청구액은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14만8546원은 대학병원 전체 재정에는 매우 적은 돈이겠지만 서민인 나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다. 나에게만 과다 청구했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환자나 보호자에게도 과다청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화가 났다. 하루에 수술받는 환자가 몇 명인가?

"여보! 이거 심하잖아요?"
"의사 선생님이 정말 잘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겠는데 병원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니까 병원을 믿을 수가 있겠어요?"

무려 30%나 진료비를 과다청구한 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에서 진료비 확인요청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사이트에서 진료비 확인요청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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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정성껏 진료하고 수술해준 의사 선생님께는 정말 감사했다. 정말 두고두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병원당국에게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환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두 아이의 자연분만 병원비와 첫째 아이 사시 진료비가 과다청구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에게 알렸다. 심평원에 민원을 넣으라고.

셋째 아이도 2007년 10월 22일 사시 수술을 받았다. 24일 퇴원하면서 진료비 영수증을 확인했다. 과거 경험이 되살아났다. 의심하는 일이 좋은 것은 아니다. 첫째 아이와 비슷한 항목에서 진료비 청구를 확인하고 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청구 민원을 넣었다. 이번에는 진료비를 정확하게 청구했으면 했다. 돌려받지 않아도 되니 정확하게만 청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람은 여지 없이 깨졌다. 총진료비가 67만208원이었다. 심평원이 알려온 총괄진료비 정산 내역서를 보면 병원이 처음에 청구한 진료비에서 정당 본인부담금은 42만816원이고 과다 본인부담금은 24만9392원이었다. 무려 30% 정도나 과다청구한 것이다. 결국, 그 대학병원은 24만9392원을 아무 말 없이 돌려주었다. 사과 한마디 없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에 생명을 맡긴다. 생명을 맡기는 것은 신뢰가 바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진료하고 수술한 의사는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하지만 병원은 진료비를 과다청구하여 환자와 보호자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런 일은 고쳐야 한다. 과다청구되는 병원비가 일년에 얼마정도 되는지 모르겠다. 환자와 보호자가 나서서 고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www.hira.or.kr)을 적극 활용하여 진료비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관한 2007년도 소비자주권 실현 체험사례 공모전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심사평가원, #과다병원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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