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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어린이집이란 원장이 이익을 위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어린이집과 달리 학부모들이 모여서 출자금을 내고 이를 통해 교사 등을 고용해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공동육아 어린이 집은 6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여 아이의 육아에 관여하고 아이가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동육아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것도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공동육아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기에 인터넷에서 오해를 살만한 정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있는 달팽이 어린이집의 모습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있는 달팽이 어린이집의 모습
ⓒ 최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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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공동육아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해 보기로 했다. 수원에 위치한 두 어린이집 중 한 곳인  장안구 파장동의 달팽이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퇴근하는 학부모를 위해 7시가 조금 넘은 시각까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진촬영은 수원청소년문화센터의 미디어 동아리 취재 사진부인 박지현(15) 양이 도와주었다.)

“아이의 자율성을 확보해준다는 것이겠죠. 아이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친구들이나 교사 등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스스로에 대해 깨닫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공동교육 어린이집의 장점을 묻는 본 기자에게 달팽이 어린이집 교사인 김은나(38) 씨가 답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연습하는 차원으로 다니는 곳이 어린이집인 것처럼 여겼던 기자에게는 의외의 말이었다.

아이들에게 '소금쟁이'로 불리고 있는 달팽이 어린이집 교사 김은나(38) 씨.
 아이들에게 '소금쟁이'로 불리고 있는 달팽이 어린이집 교사 김은나(38) 씨.
ⓒ 최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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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어린이집은 아이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항상 하는 야외활동이 날씨가 좋지 않아 못하게 되어 실내 활동을 할 때, 미술이나 언어 등 아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게 한다. “ ‘~하자’라고 먼저 교사가 권유를 하면 아이들이 그걸 하고 싶어한다면 하고,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활동을 찾아 하도록 하고 있어요” 라고 김은나 씨가 설명해주었다.

그렇다면,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다 보니 예의나 인성교육이 어렵지 않을까?

“아이가 무례하게 굴면, ‘힘들어’, ‘아파’ 와 같은 의사표시를 해서 아이가 스스로 자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이런 것도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결정해요. 아이들끼리 싸우거나 할 경우에는 아이들이 ‘모둠’을 해서 정한 규칙으로 해결해요. ‘모둠’은 학교에서 하는 학급회의 같은 거죠. 아이들끼리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라며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스스로 답을 찾고 자기들만의 규율을 정해요. 그리고 그걸 어린이집 안에 붙여놓고 지키고자 노력해요.”

김은나씨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이 어린이집이 어린이들만의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서로 편안함과 친밀감을 느끼게 하려고 선생님과 같은 명칭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지은 별명으로 부른다고 했다. 그녀의 별명은 ‘소금쟁이.’ 왜 ‘소금쟁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김은나씨를 처음 보고 그 때 떠오르는 것으로 이름을 정한 것이란다. 다른 학부모들도 하나씩 이러한 이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작은 사회인 이 어린이집만이 갖고 있는 아이들의 생기와 발랄함이 느껴졌다.

그럼 이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출자금에 관한 얘기를 접할 수 있다. 입학할 때 출자금을 내고 이 어린이집의 여러 부분에 학부모로서 참여하게 된다. 이 출자금이 너무나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출자금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했더니 그녀는 500만원이라고 답했다. 어린이집에 내는 돈 치고 너무 많은 금액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얼마나 좋은지 와서 경험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600만원이었던 것을 500만원으로 내리게 되었어요. 이 돈은 아이가 졸업할 때 다시 돌려받지요. 출자금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지원이 필요해요.”

김은나씨의 말을 들으니, 매번 원복과 원비로 조금씩 돈이 빠져나가는 것보다야 출자금이 빠져나가서 아이가 졸업할 때 다시 돌려받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자금에 이어 사람들이 공동교육에 대해 갖는 염려인 ‘학부모의 참여’에 대해서도 질문해보았다.

“부모님들이 타 어린이집에 비해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점은 어쩔 수 없어요. 아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어 어린이 집에 보내는 것인데 여전히 어린이집에 신경을 써야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염려하시죠. 그래도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신경은 당연히 써야 해요.”

이곳에 아이들을 데려온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면 이곳의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느낄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그럼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졸업하여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후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떨지 의문이 들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은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대안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대안학교 중에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따로 있지만 대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일반 초등학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보다 획일적이고 인지적인 경향이 강할텐데 아이들이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7살부터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준비하고 연습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 학기 동안은 한글이 서툴러 알림장을 잘 못 적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2학기부터는 적응을 잘 해요”라며 김은나씨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새 환경에 잘 적응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수업방식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집중을 더 잘하게 되고 성적도 오른다”라며 졸업한 아이들의 학부모 분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을 해주었다고 했다. 어린이들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적응력을 기르게 된 것.

처음보는 본 기자와 박지현 양을 반가워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모여든 달팽이 어린이집 아이들.
 처음보는 본 기자와 박지현 양을 반가워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모여든 달팽이 어린이집 아이들.
ⓒ 최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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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나씨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넷에 떠도는 공동육아에 대한 사실들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신경 쓸 시간 여유가 없어 아이를 일반 어린이집에 맡긴다. 그 대신 시설이 좋고 많은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어린이집을 찾는다. 그러나 내가 바쁜 와중에도 신경을 써서 힘들고 부담이 되더라도 내 아이가 자유로운 분위기의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며 밝은 모습을 갖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학업이 뒤처지지는 않을까 염려해서인지학습을 위주로 하는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보낸다.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아이다운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낯을 가리고 조용하다. 어린 나이에도 학원과 어린이집에서 내준 과제로 힘겨워하고 게임에 중독되어 잠을 설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과 ‘인성’이 아닌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나이인 3살에서 7살에 한 경험과 배움이 바른 사회성과 인성을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 말로만 인성교육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인성을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달팽이어린이집, #수원,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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