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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을 비탄에 젖게했던 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 하지만 이 사고와 연관된 해상크레인의 소유주 삼성중공업은 말이 없습니다. 곳곳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를 실천할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릴레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검찰, 크레인 예인선단-유조선 '쌍방과실'>

 

지난 21일 검찰(서산지청)의 삼성크레인 충돌 기름오염사고 수사 결과를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사 관련 기사에 붙은 제목이다. "삼성重 중과실 여부 판단 안 해"라는 부제목도 붙었다.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선장 김모(39)씨와 예인선장 조모(51)씨 등 구속 송치자 2명,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장 C(36)씨와 항해사, 또 다른 예인선장 김모(45)씨 등 중요 피의자 5명을 해양오염방지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선박파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사고 해상크레인 소유주인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선적사인 홍콩의 '허베이 스피리트 선적 주식회사'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의 중과실 여부 판단 유보와 관련, "크레인선과 예인선, 유조선 선원들은 모두 고도의 주의 의무가 부과되는 위험업무 종사자로 업무상 과실 혐의가 입증되면 일반인에 비해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면서 "검찰은 과실 여부만 판단할 뿐 더 이상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쌍방과실', 검찰의 하나마나한 수사 결과

 

이상은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이번 사고가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호 양측에 의해 발생했고, '삼성'의 책임이 특별히 크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검찰이 추가로 수사를 벌일 예정이고, 법원의 노력에 따라 삼성의 중과실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검찰이 나름 노력했고 균형 있는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는 핵심을 한참 벗어난 '하나마나'한 수사와 보도였다. 풍랑주의보 속에서 억지 항해를 한 크레인과 피항 명령을 거부한 유조선이 충돌했는데, 수사결과란 게 겨우 '쌍방과실'이라니. 황당하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두가지다. 사고가 삼성의 무리한 항해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피해 중 유조선보험사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배상하는 3000억원 이외의 피해액을 삼성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지 등이다.

 

즉, 자연재해 또는 단순 과실에 의한 것인지, 중과실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 삼성과 유조선의 책임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특히 무리한 항해가 삼성중공업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 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었다.

 

왜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나

 

그런데 검찰은 삼성중공업의 중과실을 민사 재판에서나 다루라고 했다. 자신들의 역할은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실' 유무를 따지는 것이란다. 

 

때문에 그들은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을 운전한 용역회사 선원들 그리고 허베이스피리크호의 선원들에 대해서만 수사했다. 선원들에게 항해를 지시했고, 사고 후 거짓 진술을 지시한 것 등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도리어 검찰의 수사는 이들 선원들과 삼성중공업의 관계를 철저히 은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예인선 선장의 휴대폰에 대해 사고 시간 근처의 짧은 시간에 대해서만 통화 기록을 조사하고는 "삼성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다른 통신 수단이 있는지와 사고 전후에 통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해운부 직원 몇몇을 불러 조사했을 뿐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대해서 진행한 압수수색을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삼성1호(크레인 바지선)의 풍랑 속 항해는 삼성의 용역을 받은 자본금 5000만원의 영세 업체인 보람㈜가 결정했다.

 

세 척의 삼성 크레인 예인선들이 해양청의 경고 무선을 동시에 받지 못한 것도 우연이고, 항해 일지를 조작한 것도 그들의 자발적 결정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삼성이 아니라 보람㈜의 직원들에게 피해를 청구해야 할 판이다. 삼성이 자신들의 조직적 개입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하고, 검찰이 그 관계를 피해가려 했던 이유를 알 만하다.

 

중과실 판단 여부는 민사재판에서 따지라고?

 

검찰에게 삼성중공업이 9일까지 크레인을 거제에 입항시킬 계획에 있었고, 크레인 선단 등의 항해 관행상 말단 선원들이 항해의 주요 사항을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삼성그룹 법률팀과 삼성중공업 책임자들이 사고를 일으킨 삼성크레인에서 대책회의를 한 일이나,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한 것도 별로 의미가 없다. 철저히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삼성중공업의 책임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처리했다.

 

더 황당한 것은 검찰은 중과실 판단 여부가 민사재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발뺌한 것이다. 또 이번 수사결과를 중간발표라고 하면서 나중에 보충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재판부가 중과실을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검찰이 이를 입증하기 위한 의무를 저버린 것과 기소 후의 보충수사라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 아니라는 것은 숨긴 채, 교묘한 언술로 사태를 흐렸다. 물타기와 책임 떠넘기기 기술의 절정을 보는 듯하다. 

 

또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기소했다면서 나중에 무슨 벌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했지만, 이는 벌금 3천만원 이하의 양벌규정에 불과하다. 수조원의 피해에 대해 수천만원의 벌금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삼성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변명할 거리를 만들었으되, 가해 책임을 묻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결국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의 특징은 철저히 삼성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사와 보도는 검찰이 쇼를 하고, 언론이 완성한 연극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답은 두 개 중의 하나다. 검찰과 언론이 철저하게 삼성을 위해 봉사했거나, 삼성이 이들의 심리와 실력을 간파하고 완벽한 작전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국부유출? 삼성에게 피해가 가는 것일뿐

 

 

들리기로는 어차피 외국의 보험사와 기금에서 3000억원이 들어오는데, 검찰이 삼성의 책임을 확실히 할 경우 그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명분만 줘 국부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고려됐다고 한다. 삼성이 만든 이 논리는 언론에도 꽤 유포됐는데, 피해가 수조원에 이를 경우 그 차액을 국가가 대신 물거나 혹은 피해자들이 포기하거나, 혹은 환경복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검찰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까지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자원해서 참혹한 태안의 검은 눈물을 닦았다. 지금도 이들은 흡착포가 없어서 옷가지나 수건·이불 등을 손수 가지고 와 태안 어민들의 고통을 껴안고 있다. 태안을 살리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 전개되는 이 때에 국민의 심복이라는 검찰 공무원들은 대체 누구의 심복이길 자처하고 있는 것인가.  

 

시민단체들은 검찰(서산지청)이 수사를 포기한 삼성의 중과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범국민 고발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서해의 피해 주민들, 기름방제활동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 시민사회의 회원들과 함께 대규모 고발인들을 모집해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물론 구체적인 고발인과 고발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기록 등에 대한 추가 검토를 진행해야 하겠지만, 국민의 분노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범시민적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태그:#태안기름유출,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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